이 책은 일종의 잡학 사전입니다. 알아도 별 쓸모는 없고 몰라도 사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는 그런 지식들이죠. 그런데 저는 이런 잡학 사전을 아주 좋아합니다. 알아봤자 어디가서 쓸데도 없다는걸 알지만 많이 읽죠.

예를 들면 조방앞이라는 말이 옛날에 그 자리에 조선방직이라는 큰 회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 앞에 있는 골목을 조선방직 앞 골목이라고 불렀고 그걸 줄여서 조방앞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요따구 별 쓸모없는 지식을 읽으면서 좋아라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종류의 잡학 사전들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재미있어 하지만 사실 또 금방 잊어버리는 지식이죠. 지식이란게 실생활에서 쓰지 않으면 금방 잊혀지더라구요.

그래도 제목을 보고 붕어빵에 무슨 족보? 하는 생각에 샀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유쾌하더군요. 음식 하나에도 동,서양의 많은 역사들이 서로 얽히고섥혀있다는게 참 신기하고요. 사소한 음식 하나에 한중일 삼국의 역사가 다 들어가 있는게 참 오래시간 같이 살아온 이웃나라는 이웃나라구나 싶은게 느껴졌는데 그런 세 나라가 이렇게나 사이가 안좋다는것도 좀 슬프더라구요.

사실 우리나라야 대국이라고 중국에 치이고 근대화가 늦어지면서 일본에 치이다보니 두 나라에 대한 감정이 마냥 좋을수 없는게 당연한 일이죠. 이 넓은 세상에서 다 같이 살수도 있는데 욕심은 끝이 없어서 이 땅이 내꺼니 니꺼니 하면서 싸우고...첫째로 중국은 그렇게 땅이 많은데 무슨 땅이 더 갖고 싶은건지 참...

여튼 그건 이 책과는 관계없는 이야기인것이고. 소소한 지식들인데 읽어보면 재미있습니다. 큰 쓸모야 없어도 어디가서 붕어빵의 족보에 대해 아는척 하는것도 재미있을테죠.

우리가 길거리 음식이라고 쉽게 생각하던 음식들이 그렇게 간단한 음식이 아니라는것과 원래는 귀족들이나 먹을수 있는 음식이라는 사실을 알고나면 그 음식들이 그렇게 쉽게 생각되지 않을겁니다. 세상 정말 좋아졌다는 생각에 웬지 모를 뿌듯함도 들테구요.

세상이 어렵다어렵다 노래를 부르는데 이런 책 읽어보면 우리가 참으로 행복한 시대를 살고있다는걸 느낄겁니다. 국수 한그릇이 얼마나 귀한 음식이었는지, 고기 한점 먹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하는 시절이 있었다는걸 알게되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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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세다리스라는 작가분의 책은 너한테 꽃은 나 하나로 족하지 않아라는 책 소개에서 알게된 작가입니다. 제목이 너무 재밌더라구요. 더구나 남자가 남자한테 하는 대사라는게 더 웃겼구요. 일단 한번 마음에 들면 그 작가 책은 다 조사해보고 웬만하면 삽니다. 너무 취향이 아니다 싶은건 안사기도 하는데 이건 에세이집이니까 줄거리가 마음에 안들 이유는 없죠. 그래서 이 작가분의 책 세권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구입을 했습니다. 그 중 2권을 먼저 보고 남은 한 권을 이제야 찾아서 봤습니다.

이 분의 책은 자전적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그 다음이 본인의 과거, 현재의 생활순으로 나옵니다. 다만 문제는요 이 자전적이라는 부분인데요....음....뭐랄까... 주로 자신의 가족과 자신을 약간 비하함으로써 웃기고 있다는 점이죠. 물론 그렇다고 작가분이 정말 자신의 가족을 비웃는건 아닙니다. 가족에 대하 사랑과 믿음이 깔려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더구나 형제들이 다들 나름 잘살고있은 마음놓고 비웃을수도 있는 일일테구요.

그런데 저는 이런 분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게 자기 자신이든 자신의 가족이든 설령 싫어하는 사람이든 누군가를 비웃음으로써 웃기는거 별로 안좋아해요. 누군가를 비하한다는건 좀 불쾌하거든요. 코미디에서도 이런 장르가 있긴하죠. 전 물론 이런 종류의 코미디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이런걸 글로 보면 좀 더 적나라해요. 직접 보여질때는 그 사람의 말투라든가 상대의 반응의 정도를 바로바로 알수가 있으니까 별로 심하지 않구나 싶은 내용도 글로 보면 더 심해보여요. 더욱이 그 글의 대상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일지를 모르니까 더 그렇구요. 과연 가족들이 이런걸 보면서도 좋아할까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세 권씩이나 냈을때는 가족들이 그다지 상관하지 않으니 가능한 일이긴 하겠지만 전 좀 불편하드라구요.

뮬론 아주 재밌는 부분도 있기는 해요. 프랑스어로 말하기 싫어서 몇년간 프랑스로 휴가를 가서는 집수리만 주구장창 했다는 이야기 같은건 재미있었어요. 남의 나라 말에 대란 두려움이란 누구나 갖고 있구나 싶구요. 뉴욕의 비싼 레스토랑에서 애인이랑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같는데 양은 적고 맛은 없고, 도대체 무슨 요린지도 모르겠다는 부분에서는 절로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넓은 접시에 음식을 무슨 고층빌딩마냥 위로만 쌓는다는 부분은 진짜 웃겼죠. 저도 가끔 그런 생각하거든요. 뭘 저렇게 높이 쌓냐? 저걸 먹으려면 탑부터 쓰러트리고 먹어야겠네 같은 생각. 여러분은 안하세요? 가끔 뭐부터 어떻게 먹어야할지 모르겠다 싶은 데코레이션도 있잖아요. 과연 이 부분은 장식인가 먹는것인가 하는 고민. 여기 이 소스는 찍어먹어야 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모양으로 한 방울 떨어트려 놓은건가 하는 고민. 이런 내용들은 아주 재미있어요. 근데 나머지 가족에 대한 부분이 마음에 안들어요.

가만히 보니 전 이 작가분이 하는 현재의 자신의 삶에 대한 부분은 재밌어하는데 과거의 자신을 비웃는 부분, 가족에 대한 비하같은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은것 같더군요. 문제는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이 그런 내용이라는 거죠. 반쯤은 재미있고 반쯤은 불쾌하고.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예요.

사실 첫 권을 읽어보고 다른 두 권을 샀어야 하는건데 일단 지르고 보는 성격이라 한 번에 세 권을 다 질렀는데 첫 권인 코듀로이 재킷과 청바지 그리고 가족 스캔들이 죄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던거예요. 읽고는 무지 후회했어요. 괜히 읽지도 않고 세 권을 다 샀다고. 시기상으로는 이 책이 그 다음에 해당하고 너한테 꽃은 나하나로 충분하지 않아가 제일 마지막인데 두번째, 세번째는 순서를 바꿔서 읽은거구요. 근데 두번째 책은 또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조금 안심. 이 책은 중간정도. 하지만 역시나 이제 이 분의 책도 그만 사야지 싶습니다. 살때는 현재 발간된 책이 세권뿐이라 이것만 샀지 더 있었으면 더 샀을텐데 천만다행이다 싶네요. 썩 마음에 든다고 하기는 좀 그래서요. 항상 느끼는건데 유머나 위트나 넘치는 작가라는 분의 책을 살때마다 남의 나라 사람이라 그런지 코드가 안맞다고 느낄때가 많아요. 차라리 진지한 책은 재미있는데 이 유머란게 번역하기도 어렵고 받아들이는 쪽도 코드가 맞아야하고.

며칠전에 시킨 책이 어제 도착했습니다. 월요일날 올줄 알았는데...역시 새 책을 받아서 상자를 뜯고 손에 들때의 기분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기쁨이죠. 반값에 싸게 샀다는 생각에 더 좋았구요. 같이 산 만화책 몇 권부터 먼저 봤습니다. TONO작가님의 코럴 1~2. 토노자매의 우와좌왕 해외여행기, 아빠는 요리사 117, 그외 전부터 보던 작가분의 BL만화책 두어권. 이제 거의 안보는 분야긴 한데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분의 작품은 일년에 몇 권정도 사봅니다. 나름 좋은 이야기도 제법 되거든요. TONO 작가분의 코럴은 재미있던데 해외여행기는 별로이더이다. 거기다 동생과 반반씩 쓴 내용이다보니 일괄성도 없이 이야기가 중구난방에 이리저리 섞여있어서 좀 별로더군요. 코럴은 재미도 있지만 역시나 약간 잔인하기도. 이 작가분의 작품은 항상 보면 은근히 잔인한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한게 좀 웃겨요. 어떨때는 사람이 퍽퍽 죽어나가는데 그걸 정말 별거 아닌듯이 표현하거든요. 아빠는 요리사는 이젠 거의 의무처럼 새 책이 나오면 삽니다. 너무 오래 본 책이라서 꼭 아는 사람들 같을때가 있을정도죠. 처음 발간됬을때는 아직 일본어에 대한 규제인지 뭔지 주인공들 이름이 다 일본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나왔어요. 즉 한자로 적힌 이름을 그대로 한국어음으로 읽은거죠. 그런데 중반쯤부터 그런 분위기가 바뀌면서 새로 나온 인물들은 일본어 이름을 쓰기 시작하고 옛날 사람들은 그냥 그 이름 그대로 쓰더군요. 너무 오래된 시리즈라 새로운 이야기는 없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만화죠.

마감을 다 끝내고 나니 참 기분도 좋고 여유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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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에 대한 책입니다. 일종의 리뷰북이죠. 그러니 제가 지금 쓰는 이 글은 리뷰에 대한 리뷰인 셈입니다. 전 책에 대한 책에 평을 하는건 항상 좀 웃기다고 봐요. 진짜 책을 읽지 않고 누군가가 그 책을 읽고 쓴 글에 대한 리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잖아요. 더 웃긴건 제가 이런 종류의 리뷰북을 상당히 많이 읽는다는 점이죠.

처음 이런 책을 사게된건 일종의 길잡이로써의 기능때문이죠. 세상에 많고 많은 책중 돈도 모자라고 시간도 부족하니 다 읽기는 힘들고 뭘 읽을지 결정하는것도 힘드니 남들도 좋다고 하는 책을 읽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아직 한참 어렸던 시절의 생각이었습니다.

그 시기가 지나서는 알은체 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책을 샀죠. 이방인을 실제 읽지 않아도 그런 소설의 존재와 작가, 대충의 내용쯤은 알고 있고 싶다는 허영이 아직 제 마음을 지배하던, 지금보다 좀 더 젊었던 시절의 생각이었고요.

지금요?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머리도 굳을만큼 굳었고 취향도 더 이상 바꾸기 힘들만큼 정해져있죠. 이 나이쯤되면 더이상 자신의 취향이 아닌건 아무리 노력해도 좋아하기가 힘듭니다.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금이 가면 금이 간데로 이미 무언가가 완성되있거든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나이는 실제로 자신을 정의하는 확고한 잣대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여자인것처럼, 한국인인것처럼요. 가장 쉬운 예로 육체를 보죠. 근력이 떨어지고, 피부톤이 칙칙해지고, 소화력도 떨어지고, 새로운 것을 얼른 잡아낼수 있는 순발력도 떨어지죠. 몸은 나이든다는게 무언지 정확히 말해줍니다. 물론 노력으로 늦출수 있죠. 다만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미 젊지 않은거랍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한다고한들 10대를 따라갈수는 없죠. 이렇게 얘기하니 무지하게 늙은것 같네요. 그 정도는 아니구요. 나이를 밝히기는 좀 그렇지만 여튼 20대는 벌써 지나갔다는거죠.

요즘 이런 책을 사는 이유는 단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어서 입니다. 이런 책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걸까? 나랑은 어떻게 다른 느낌을 가질까? 뭐 이런걸 알고 싶어서 사는거죠.

일단 사면 책목차에서 제가 읽은 책부터 찾아봅니다. 12권, 총 36권의 책중에 정확히 1/3을 읽어봤더군요. 일단 책 목록에서 저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인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와 그렇게 소위 죽이 맞을것 같은 분은 아닐것 같았구요. 첫째로 저도 많은 책을 봤지만 3년전까지만 해도 리뷰를 쓴다는건 생각도 못했습니다. 혼자보고 혼자 생각해서 혼자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끝이었죠. 이 블로그는 게으름 타파를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제 최초의 블로그는 알라딘인데 왜 리뷰를 쓰기 시작해냐면요. 리뷰를 보고 딴 분이 책을 사면 적립금을 준다고 하더이다. 뭐 권당 100, 200원 정도지만 하나둘 쓰다보니 제법 돈이 되더군요. 그래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지 그 전에는 한번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강력한 욕망이 없었어요. 즉 문학소녀이기는 했는데 읽기만 하고 창작욕은 전혀 없었던거죠. 근데 보통은 이렇게 읽는 분들의 대다수가 써보고 싶어하는듯 하더군요. 전 그런 욕망이 거의 없었어요. 한때 다니던 직장이 너무 싫었을때, 좋아하는 책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때, 작가를 잠깐 생각해본게 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전 참 단단한 사람이예요. 그런만큼 안정적이구요. 그래서인지 열정이 좀 부족해요. 욕망, 욕구, 타오르는듯한 무엇, 갈망같은 그런 감정들이 좀 부족해요. 어릴때부터 그랬거든요.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건 아닌것 같아요. 그런 분들은 타고 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전 아니게 타고 난거구요. 제가 가진 제일 거창한 꿈과 욕망은 도서관을 하나 가지는 정도랍니다.

근데 이분은 그런 욕망이 있더군요.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하셨을뿐 작가가 되고 싶다는 커다란 꿈도 있으시구요. 한때 책보다 남자를 좋아했다고 할 정도로 열정도 있으시구요. 전 평생 단 한번도, 단 한순간도 남자를 책보다 좋아한적이 없어요. 전 여행도 그렇게 안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어제와 다른 오늘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오늘과 내일이 다를거라고 생각하는것도 별로 안좋아하구요. 잔잔하니 끝없이 평온한 일상이 좋아요. 울 강지들이랑 엄마랑 별일없이 이렇게 평일에는 일하고, 강지들 산책시키고, 금요일이면 술마시고, 일요일이면 목욕가고, 이런 날들이 조용히 흘러간다면 더 바랄게 없어요.

저와는 아주 많이 다른 분의 책이었지만 그래서 또 재밌게 봤습니다. 전에 한번 이런 종류의 책을 보면서 정말 나랑 똑같은 타입인데 싶은 분을 본적이 있어요. 그 책을 읽어본 우리 동생도 그러더라구요. 이 작가, 언니랑 진짜 많이 닮았다구요. 이렇게 책을 통해서 우와~세상에 정말 나랑 같은 사람도 있구나 할때와 나랑 정말 다른 사람이네를 느끼는 이 런 순간. 이런 순간들을 위해서 저는 책을 읽는것 같습니다. 세상에 정말 많은 다양한 사람과 생각이 존재한다는걸 느끼는 이 순간. 웬지 가슴 속이 뿌듯하니 세상이 살만한곳인것 같아요.

붙임1. 다 쓰고보니 책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군요.

붙임2. 이런 책을 사는 비결 - 목차를 확인할것.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많다면 취향이 같은것이요, 거의 없다면 완전히 다른것이죠.

문제는 취향이 같아도 싫을수 있고 취향이 달라도 좋을수 잇다는 점.

붙임3. 책이란 직접 손에 들고, 그 무게를 느끼며, 설레는 마음으로 펼친다음,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다른 정보로는 판단할수가 없어요.

인터넷으로 책을 사면서부터 아무리 많은 리뷰를 읽어보고 미리보기를 읽어보고 사도 실패와 성공의 확률은 항상 반반.

훗~사는게 그런거죠. 1박2일의 컨셉은 인생의 진리입니다. 복불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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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물건들 보고 있으면 참 좋은 기분이 듭니다. 예쁜 물것들이 정말 많기도 하구요. 옷, 신발, 보석, 그릇 등등. 남자들이라면 차나 오토바이같은 좀더 큰 물건들이겠지만 여자들은 아기자기한것들을 더 좋아하죠. 작다고 더 싼것은 결코 아니지만요.

저는 비교적 물욕이 덜한 편이라서 책을 제외하면 그다지 사모으는 물건은 없습니다. 뭐, 인격적으로 훌륭해서 그런건 아니고요. 단지 그런 물건에 혹하던 어린 시절에는 그럴만한 형편이 안되었고 지금이야 원하면 살수는 있지만 사봤지 실생활에서 그다지 쓰이지 않는다는걸 알기 때문에 별로 안사게 되더군요.

예쁜 옷 좋지만 차려입고 갈 파티가 없는 이상은 지나치게 화려한 의상은 입을 때가 없고, 예쁜 반지나 귀걸이가 직장에서 서류정리하고 전화받을때는 방해되고, 신발이나 가방도 옷이나 장소에 맞춰야지 그것 하나 튀어서야 오히려 이상하다는걸 알았고요.

게중에서 그래도 실생활에서 제일 쓸만한건 그릇이나 예쁜 잔같은 것들이죠. 근데 그것도 막상 사면 쓰기 어려워요. 보관하려니 그릇장이 필요하고 설겆이할때 신경쓰이고 깨지기라도 하면 아까우니, 아끼다보면 일년에 몇번 못쓰고 먼지 쌓이기 일쑤입니다. 아무래도 매일 밥먹고 커피마시고 녹차 마시고 할때는 그냥 무난한 것들을 쓰게되요. 한때 와인잔 많이 모았었는데 말이죠. 지금은 다 깨지고 몇개 남아있지 않습니다. 설겆이를 주로 엄마가 하시는데 와인잔 받침의 가느다란 부분을 잘 깨시더라구요. 뭐랄수도 없고 제가 하면 되겠지만 저라고 안깨지겠습니까.

그러니 예쁜 잔이니 화려한 반지니 하는 것도 주로 책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합니다. 따지자면 제가 게으른거겠죠. 책 속의 물건은 귀찮게 신경써서 보관할 필요도 없고, 깨지거나 망가지지도 않고 씻어줄 필요도 없죠. 책표지의 먼지는 좀 털어줘야겠지만요.

그래서 산 책입니다. 표지의 저 예쁜 잔그림에 혹해서요. 내용도 좋아보였구요. 에세이지만 내용은 참 짧습니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쓰신 책이라서 그런지 이미지는 많고 글은 적습니다. 예쁜 잔들의 그림과 사진. 그리고 짧은 글들. 개인적으로 사진보다 그림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그림이 더 많기도 하지만 그다지 예쁘지 않은 잔들조차도 예쁜 수채화 그림같은 화풍으로 보니 진짜 예뻐보이더라구요. 사실 요즘 많은 프렌차이즈 커피숍의 제일 큰 단점은 까다로운 주문과정도 셀프서비스도 아닙니다. 모든 음료를 멋없는 종이컵에 담아준다는 점이죠. 종이컵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커피숍에서 비싼 돈주고 마실때는 컵도 근사하면 좋겠거든요. 얼마전 모 커피숍에서 오렌지 주스를 시켰는데 맙소사, 머그잔에 주더군요. 얼음 들어간 찬음료, 이런건 유리컵에 담아줘야 하는거 아닐까요?

세상에 참 많은 예쁜 잔들이 있구나 하면서 눈호강은 실컷 한 책입니다만 내용은 뭐 그다지. 책 전체에 카페 제리코라는 장소를 베이스로 깔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과 작가의 생각을 적어놓기는 했는데요 내용이 너무 짧아서리...무슨 일인지는 알겠더군요. 동네 단골들이 모이는 카페와 그곳의 여주인 백마담. 단골의 이런 저런 삶과 작가의 삶. 작품을 하고 마감을 몇번인가 보내고 기타를 배우고 여행을 가고 새친구와 사귀고 그와 헤어지고. 장사에 큰 도움이 되지않은 단골들만 죽치고있다보니 백마담은 가게를 닫을수밖에 없었고.

사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중요한 책은 아니죠. 한 잔의 차와 찻잔속에 담긴 느낌이 중요한 책이죠. 말하자면 이미지가 주인공인 책입니다. 근데 전 스토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기승전결 확실한 내용. 에세이라면 시시콜콜 모든 얘기 다 해주는 책. 수다스럽달정도로 많은 글과 두꺼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요. 정말 예쁜 책이지만 제 취향으로 봐서는 선뜻 아주 좋다고 말하기 뭐한, 그럭저럭 합격점은 넘었달수 있는 책입니다. 근데 그림은 정말 예쁩니다. 하얀 도화지풍의 종이에 산뜻한 색감의 잔들이 호사스러울 정도로 눈호강을 시켜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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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를 읽고는 바로 느낌이 왔습니다. 내 스타일이 아닌 책인데 하고. 한 페이지 읽고 뭘 아냐 싶겠지만 내용과는 달라서 이건 그 작가분의 글이 주는 느낌이기 때문에 첫 문장만 읽어봐도 대충 알수있죠. 조금 더 읽어가다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시를 쓰시던 분이더군요.

저는 거의 활자중독증이 있는 사람이라 글이라면 뭐든지 닥치는 대로 읽습니다. 심지어 지나가다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나 현수막의 글자도 꼭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죠. 그런 제게도 읽기 싫어하는 장르가 있으니 그게 바로 시입니다. 시 자체가 다 싫다는건 아닙니다. 책의 중간에 한 페이지 정도 나오는 거라든지 인용구로 나오는 한 구절정도는 저도 아주 좋아합니다. 근데 이게 시집, 즉 한권의 책으로 묶여서 나온건 도저히 다 못읽겠더군요. 시라는건 함축된 표현들이죠. 많은 느낌과 내용을 몇 줄의 글에 꽉 채우려다 보니 한 페이지만 읽어도 버거운 느낌이예요. 뭐랄까 너무 단 케익같은거? 아니면 지나치게 커다란 캔디바같은거?

이건 아마도 평소에 촉촉한 느낌보다 약간 까츨하고 포슬한 느낌을 좋아하는 제 성향과도 관련이 있을지 모릅니다. 저는 피부도 이불도 부드럽고 촉촉한걸 안좋아합니다. 약간 차가운듯하면서 까슬하니 포슬포슬한듯한 느낌, 이게 제가 좋아한는 느낌이거든요. 근데 시란 마음을 촉촉하니 적셔주는 그런 느낌이잖습니까. 그러니 제가 좋아하는 느낌은 아닌게죠. 여튼 그런 느낌이 들어서 시집을 한번도 제대로 독파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그 다음으로 약한 장르가 바로 시 쓰는 분들이 쓴 산문집입니다. 이건 읽어보면 말만 산문집이지 사실은 시거든요. 게다가 이런 쪽의 제 느낌은 틀린적이 별로 없어서 이건 내 취향이 아니야 싶어서 보면 대개가 시 쓰시는 분이거나 써본적이 있는 분이거나 하는 분들이 쓴 글이예요. 그런 분들의 문체랄지 문장이 주는 느낌은 똑같거든요. 촉촉하죠. 느른하고, 부드럽고, 달달해요. 이 나이쯤되면 취향을 고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서 이런 책들은 잘 안사려고 노력하는데 스노우캣의 그림이라는 말에 홀라당 낚여서 사고 말았습니다.

제 취향이 아닐뿐 부드러운 글과 달달한 위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좋아할 글입니다. 표지를 정말 잘 만들었다 싶은게 전반적인 책의 느낌과 딱 맞습니다. 덜 익은 계란노른자같은 분위기죠. 단순하지만 식품이고 언제나 손쉽게 구할수 있어서 뭐 먹을거 없을때 냉장고에 계란만 있어도 든든하잖습니까. 밥은 먹어야겠고 뭐만들기는 귀찮을때 계란 하나 구워서 그냥 먹어도 좋고 간장에 비벼먹어도 좋은 그런 느낌의 책입니다. 대단한 사건이나 엄청난 통찰력이 아니라 그저 나도 그래, 아니 우리는 다들 그래, 그래도 괜찮잖아? 하고 말해주는 듯한 책이예요. 제 스타일이 아닌데다 뒤로 갈수록 점점 그 경향이 심해져서 마지막 부분인 BEYOND THE RECIPE를 읽을때는 솔직히 쪼금 버겁다 싶기는 했지만서도요. 이런 종류의 제 스타일이 아닌 책은 평가하기도 뭐합니다. 좋아하지 않는것을 냉정하게 평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러니 총평은 내 취향은 아니야 한 마디로 끝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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