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픽스로 유명 데이빗 린치 감독의 작품이라길래 낼름 구입했습니다. 약 3년도전에. 이젠 뭐 익숙해져서 부끄럽지도 않을 지경이네요. 읽지 않은 책은 내 책이라 할 수 없다고 하였거늘.

두께도 얇고 내용도 짧은 책입니다. 그런데도 묘하게시리 자신의 전 삶과 사상을 잘 녹여놓은 정말 잘 만든 책입니다. 보통 이렇게 한 챕터가 짧은 내용일 경우 흐름이 툭툭 끊기기 마련이라 긴 이야기에는 적당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걸출한 감독이네요. 이 짦은 내용들에도 정말 많은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에게~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보고나니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싶습니다.

다만 한가지 의외는 트윈픽스나 듄같은 작품을 보고 생각한거랑은 달리 정말 긍정적이고 활발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겁니다. 이 분 작품만 보면 웬지 음침하거나 염세적일것 같은데 상상외로 정말 밝은 분이세요. 작품이랑 틀려서 놀랐습니다.

이 책을 철서의 우리에 바로 앞에 읽었거든요. 이 분은 명상에 대해서 정말 칭찬일색입니다. 명상이 자신의 삶의 구원자이자 해결책처럼 소개하고 있는데 철서의 우리에서 보면 명상과 참선에 대해 설명해 놓은 부분이 있거든요. 그 부분의 대비가 퍽 흥미롭습니다. 전혀 다른 두 의견을 동시에 읽고나니 참 재미있더군요. 솔직히 이 책 덕분에 철서의 우리에서 참선에 대한 부분을 조금 덜 지루하게 읽을수 있었습니다.

 

 

 

 

 

 

 

 

 

 

 

 

 

 

이 분은 무언가 실패가 재미있으신가 봅니다. 전작을 읽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첫 작품에 대해서 이 책에 자세히 설명이 나옵니다. 무언가를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죠. 근데 이 책도 실패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이 책의 요지는 이겁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젊은 신진 작가인 한 부부가 불연듯 헤이온와이에 살고 싶다는 열망에 집 팔고 짐 싸서 영국의 헤이마을로 갑니다. 거기서 집을 구해 살아보기 위해서 여러곳을 보고 다니지만 결국은 예산과 시간상의 문제로 포기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는 얘깁니다. 야심차게 고향도 버리고 영국 시골 마을로 떠났지만 불과 몇개월만에 다시 돌아오는거죠. 이 책은 그 과정입니다. 미국을 떠나서 영국을 배회하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그게 답니다.

재미있다고 보면 그렇기도 하고 어찌보면 밍숭맹숭하기도 한 그런 책입니다. 저같이 밍숭맹숭한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찰진 맛이나 격렬한 재미를 추구한다면 정말 지루할 책입니다. 저야 평소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지라 잘 봤습니다만.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품이긴 한데 현대물에 단편이라 약간 망설이다 샀는데 역시나. 크게 재미있다고 하기는 그랬습니다. 이 분 현대물은 어딘지 모르게 뒷 맛이 나쁘단 말이죠. 책이란게 일부는 그래야할 필요도 있지만 전 이렇게 묘한 여운이 남는 작품은 별로라서요. 여운이 길게 남는데 좋은 느낌이 아니라 항상 약간 불쾌한 느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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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고쿠도 시리즈인 철서의 우리와 싫은 소설을 봤습니다.

먼저 싫은 소설. 제가 제일 싫어하는 장르입니다. 별다른 줄거리 없는 소설.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데 그게 말 그대로 싫은 느낌인 겁니다. 소설 전체가 정말 싫은 소설이예요. 이 작가분 작품을 좋아해서 보지도 않고 산 책인데 이런 책인줄 알았으면 아예 펴보지도 않았을겁니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다 싫더군요. 소설로 이런 강렬한 이미지와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대단한 작가임에는 틀림없지만 굳이 싫다는 감정을 이렇게 낱낱이 나열할 필요가 있을까요? 솔직히 너무나도 불쾌한 소설이었습니다.

철서의 우리는 교고쿠도 시리즈인데 이 시리즈가 뒤로 갈수록 점점 사설이 길어지고 있는듯 합니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망령이나 요괴등은 진짜 존재하는게 아닙니다. 이 작가분의 다른 소설인 항성백물어에 나오는 요괴들도 마찬가집니다. 실제 요괴가 아니라 인간의 아집이나 뭐랄까 인간 내부의 어떤 감정의 찌꺼기 같은 것들을 요괴라든가 망령이라는 이름으로 정의하고 그걸 주인공이 말로써 납득시킴으로써 제령을 한다는 구조입니다. 요괴나 망령을 만든건 결국 인간의 마음인 것이고 그것을 범인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이해 시키는게 말로써 낱낱이 풀어서 설명하는게 결국 제령인거지요.

그러니만치 말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요괴를 설명하는 부분도 길고 배경 지식을 설명하는 부분도 길고 마지막에 제령이라고 하면서 그런 요괴가 생겨난 사람의 마음을 설명하는 부분도 무지하게 길죠.

하지만 이번 소설이 그 중 최강인것 같습니다. 3권이나 된다 싶더만 그중 1권 반정도의 분량은 일본의 종교중 선종에 대한 배경 설명, 참선에 대한 설명, 깨우친다는것에 대한 설명 등등이 엄청나게 길게 나옵니다. 불교의 기원에서부터 그것이 일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까지 읽고 있다보면 내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것인가 하고 헷갈릴 지경입니다.

첫 도입부는 제법 재미있습니다. 근데 이 중간 부분이 퍽 지루해요. 이걸 넘기고 하권의 중반을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재미있습니다. 아마도 중권이 최고의 고비가 아닐까 합니다. 2권째를 넘어가면 마지막은 술술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읽을만 합니다.

요괴에 대한 독특한 시각에 마음에 들어서 좋아하는 작품인데 이번 시리즈는 좀 지루했습니다. 마치 자신의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불쾌하기까지 하더군요. 싫은 소설이랑 같이 읽어서 더 그런것 같습니다. 그 전에 읽은 죽지 그래도 사실 퍽이나 불쾌한 소설이었거든요. 철서의 우리만 봤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텐데 죽지 그래에 싫은 소설까지 보고 나니 웬지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불쾌했던적은 살인자의 건강법이후 처음입니다. 지루하거나 재미없는게 아니라 정말 싫은 소설이더라구요. 그 여파가 철서의 우리까지 미친듯 싶네요.

이제까지는 가리지 않고 발간되는대로 사던 작가분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좀 다시 생각해봐야 할것 같습니다. 웃는 이에몬, 죽지 그래, 싫은 소설까지 연속 3권이 소설을 읽는데 진짜 기분이 나빴거든요. 앞으로는 그냥 교고쿠도 시리즈만 보는걸로 할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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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월드 2막은 대충 2개의 구도로 나뉩니다. 둘 다 하급무사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는 한데 한쪽은 기이한 사건이나 원령등이 등장하는 구조고 나머지 한쪽은 그런게 없는 이야깁니다. 개인적으로 전 괴담이나 기담을 워낙 좋아하는터라 전자의 이야기를 훨씬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런 유령들은 웬지 현대사회보다 이런 중세시대쯤를 배경으로 할때 가장 매력적인것 같습니다.

이 주인공은 흔들리는 바위에 등장한 남들은 볼수없는것을 보는 오하쓰와 무가 집안의 장자로 장차 그 자리를 물려받아야 하지만 본인은 전혀 다른 꿈을 꾸고있는 우쿄노스케입니다.

말하는 검은 단편들의 모음으로 오하쓰가 처음으로 괴이한 사건들을 보기 시작할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오하쓰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다른 것들에 비해서 두께도 얇고 이야기도 간단합니다. 오하쓰가 이런 사건에 몸담게 되는 시작점이 나와있어서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쿄노스케는 등장하지 않지만 다른 두 편에는 등장하지 않는 둘째 오빠가 등장하는데 이 분 너무 매력적입니다. 단독 주인공으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다른 책에는 등장하지 않는게 안타깝습니다. 초기작이라서 그런지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 약간 시시하달수도 있지만 오하쓰의 다른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그녀가 어쩌다 이런 세상에 몸담게 됐는지 그 시작을 알수있는 이 작품도 재미있게 볼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미인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나온 가미카쿠시가 주제입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번역이 힘든 단어죠. 원제는 천구풍인데 우리나라 제목은 미인으로 바뀌었더군요. 어차피 천구풍도 우리나라말로는 한 단어로 번역이 되는 말이 아닌지라.

두 콤비와 새로 등장한 고양이의 활약상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무시무시한 집착이 낳은 사건을 보면서 좀 씁쓸하더군요. 이 책에서도 역시나 마음이 예뻐야 진짜 아름다운 것이라는 세상이 다 아는 진리로 끝을 맺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거 우리는 알잖습니까. 아름다운에 집착하는 여자를 우습게 보면서도 온 세상이 여자들에게 그런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세상이죠. 그나마 저 시대는 얼굴만 보지만 온 몸을 보여주는 지금 세상에서는 날씬한 몸매, 긴 다리, 멋진 비율에 좋은 차림새까지. 미인을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얼굴만 예뻐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게 세상 이친데. 자신의 아름다움이 오히려 자신을 망치고 말았지만 어딘지 가련하더군요. 그것밖에 기댈것이 없다는 점이요.

말하는 검의 후기를 보면서 알게된건데 우리나라에서의 출간순서와 실제 출간순서가 다르더군요. 어쩐지 조금 뒤죽박죽인 느낌이더라니. 전 이런거 순서대로 보는데 약간 집착하는 타입이라 순간 확 짜증이 나더라구요. 이야기 순서를 맞춰서 출간하란 말이야-라며 혼자 씩씩댔습니다. 꼭 연결되는 이야기도 아니고 하니 별 상관없는데 쓸데없는데 저도 집착한단 말이죠.

이제 외딴집이 남았는데(이게 사실 이 시리즈의 첫편으로 발간됐죠) 살짝 보니 이게 좀 너무 슬픈 줄거리라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사실 안사려고까지 했었죠. 네 권을 연달아 봤으니 살짝 교고쿠도 시리즈로 눈을 돌릴까 싶습니다. 미야베 월드 2막과 교고쿠도 시리즈는 현재 가장 애정하는 일본소설입니다. 특별히 애정하는 책들만 따로 모은다고 한게 너무 안쪽에 넣는 바람에 애만 태우다 할수없이 요번에 책무덤을 아주 뒤업고 찾아내고 말았습니다. 뒹굴뒹굴 좋아하는 책들을 읽고 있는 요즘. 너무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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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하면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일본작가입니다. 그런데 전 개인적으로 이분의 현대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표작으로 모방범이 있는데 물론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전 이런 얘기 질색입니다. 뉴스도 아닌데 지나치게 생생하게 현실적인거 좀 싫더라구요. 제가 소설을 좋아하는건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서거든요. 근데 이 소설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 합니다.

추리소설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주제에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추리소설은 스포츠같은겁니다. 피해자는 탐정이 추리과정을 밝히기위한 일종의 장치인거고 제일 중요한것은 트릭이죠. 도대체 무슨 방법을 써서 교묘하게 살인사건을 가릴것이냐는 범인과 탐정과의 두뇌싸움. 그런데 비해 이 작품은 현실의 살인사건을 다루는거나 다름없습니다. 아무 의미없이 죽어간 범인과 범인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떤한 카타르시스도 느낄수 없는 사건.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는 그대로이고, 범인을 잡아봤자 큰 위로가 되지도 않고 큰 의미도 느낄수 없는 사건. 그래서 전 미미여사의 현대물은 잘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위 미야베월드 2막이라는 시리즈로 나오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 시대물은 참 재미있습니다. 보고 있으면 즐거워요. 이 시대물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결코 훌륭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높다고 해봤자 하급무사이고 대부분은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평민들입니다. 그런 사소한 사건들을 이러니 저러니 해결해 나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참 보기 좋아요. 기이한 사건이야기를 좋아해서 더 좋아하는데 이 두 권에는 귀신이나 원령등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순시관인 이즈쓰 헤이시로와 그의 조카 유미노스케입니다. 헤이시로는 하급무사로 거리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지만 그저 건들건들거리며 무사태평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없는 관계로 상인집으로 시집간 둘째 동서의 아들을 양자로 들일까 하는데 그게 유미노스케죠. 근데 이 아이는 머리도 무척 좋은데다 깜짝 놀랄만큼 미남입니다. 여자가 꼬이는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라도 꼬이는 이른바 마성의 소년(ㅋㅋ)이죠. 이 둘이 콤비로 사건을 해결하는게 이 두 시리즈입니다. 실제로 등장인물도 거의 같고, 줄거리 자체도 연결되는 구조기 때문에 세권이 한 세트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어린 유미노스케가 너무 크게 활약을 하는것으로 나오고 그에 비해 이모부이자 실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헤이시로가 오히려 어기적어기적 따라만 다니는걸로 나오는게 약간 발란스가 안맞는다는 느낌이 있기는 합니다만 어차피 이 두 콤비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더 재미있거든요. 고단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평민들이야말로 이 책의 진짜 주인공입니다. 과연 유미노스케가 정말 헤이시로의 양자가 될지 뒷 이야기가 더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추리실력으로 보자면 자격은 충분하지만요.

 

덧글. 다만 좀 걸리는건 말이죠. 살인자가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얼간이의 살인자도 유야무야, 하루살이에서도 진짜 살인자는 유야무야 돈으로 빠져나갑니다. 둘 다 큰 상회에서 돈으로 사건을 무마하고 말죠. 이 시대의 인권이라는걸 생각할때 현대와 같은 재판체계를 기대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돈으로 스리슬쩍 빠져나가는건 좀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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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책 4권을 한꺼번에 줄줄이 봤습니다. 동물에 관한 이야기는 대체로 즐거운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좋아하는 편인데 한가지 예외는 한국에 사는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깁니다. 한국은 길고양이가 살기 무척 어려운 나라죠. 아니 모든 동물들이 살기에 너무나도 어려운 나라긴 합니다. 특히나 한국사람들은 고양이를 대체적으로 싫어합니다. 아니 미워한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본인들의 삶에 별 폐를 끼치는것도 아닌데 무슨 괴물이라도 보는듯이 싫어하거든요.

이 책 작가분이 책표지에 이런 글을 썼더군요.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라고. 저도 그렇습니다. 어쩌다 개를 키우게 되서, 어쩌다 동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서, 어쩌다 동네 길냥이들이 눈에 띄여서. 그래서 지금 전 길냥이 8마리 정도의 사료를 주고 있습니다. 가끔 캔이나 소시지, 닭삶은 국물이나 뼈같은걸 주다보니 요즘은 아예 사료 안먹고 맛있는거 달라고 조르기까지 하면서 유심히 쳐다만봐도 도망만 치는 얌체같은 녀석들이죠.

근데 이거 은근히 눈치보입니다. 아파트도 아니고 개인 주택인데다 동네 자체가 약간 시골스러워서 크게 뭐라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그래도 두어명이 잔소리를 하거든요. 요즘 새로 이사온 아주머니 한 분이 특히나 큰소리를 칩니다. 고양이가 집마당에 똥을 싼다면서. 근데 텃밭도 아닌 콘크리트 바닥에 고양이가 똥을 쌀것 같지는 않은데 증거가 없으니까요. 사료 안주면 쓰레기 봉지 뜯어서 오히려 동네 더러워진다고 했더니 굶어 죽게 내버려 두라더군요. 기가 막혀서 사료 안줘도 굶어 죽지는 않아요. 설마 굶겠어요. 뭐라도 먹겠지-라고 한마디 했더니 그 이후부터는 저한테는 데놓고 뭐라지 않는데 고양이들한테 뭐라고 합니다.

그래도 책에 나오는 시골사람들마냥 쥐약을 놓지는 않습니다. 성격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있거나 시체를 치울 자신이 없거나 둘중 하나일겁니다. 눈치 보면서 사료 주다보면 내가 왜 이런짓을 내 돈 주고-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남자의 자격에서 유기견 입양 미션을 할때 이윤석씨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인류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도덕적 권리와 공감의 확대라고 말이죠. 전 고양이나 개를 먹는걸 특별히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돼지나 소는 뭐겠습니까. 차라리 먹기 위해 죽인다면 그건 정당한 일이죠. 하지만 단지 가죽이 필요하거나 텃밭을 파헤친다는 정도의 이유로 죽인다는건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요즘에야 인조가죽도 좋은데, 다른 따뜻한 옷도 많은데, 굳이 가죽을 벗길 필요가 없잖아요. 먹을게 없어서 죽는 시대도 아닌데 텃밭에 기르는 채소 조금이 그 짐승들을 죽여야 할 정도일까요. 어여쁜 눈동자와 귀여운 사진을 보면서도 너무나도 씁쓸하고 마음 아픈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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