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책에 대한 책입니다. 일종의 리뷰북이죠. 그러니 제가 지금 쓰는 이 글은 리뷰에 대한 리뷰인 셈입니다. 전 책에 대한 책에 평을 하는건 항상 좀 웃기다고 봐요. 진짜 책을 읽지 않고 누군가가 그 책을 읽고 쓴 글에 대한 리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웃기잖아요. 더 웃긴건 제가 이런 종류의 리뷰북을 상당히 많이 읽는다는 점이죠.

처음 이런 책을 사게된건 일종의 길잡이로써의 기능때문이죠. 세상에 많고 많은 책중 돈도 모자라고 시간도 부족하니 다 읽기는 힘들고 뭘 읽을지 결정하는것도 힘드니 남들도 좋다고 하는 책을 읽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아직 한참 어렸던 시절의 생각이었습니다.

그 시기가 지나서는 알은체 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책을 샀죠. 이방인을 실제 읽지 않아도 그런 소설의 존재와 작가, 대충의 내용쯤은 알고 있고 싶다는 허영이 아직 제 마음을 지배하던, 지금보다 좀 더 젊었던 시절의 생각이었고요.

지금요?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머리도 굳을만큼 굳었고 취향도 더 이상 바꾸기 힘들만큼 정해져있죠. 이 나이쯤되면 더이상 자신의 취향이 아닌건 아무리 노력해도 좋아하기가 힘듭니다.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금이 가면 금이 간데로 이미 무언가가 완성되있거든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나이는 실제로 자신을 정의하는 확고한 잣대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여자인것처럼, 한국인인것처럼요. 가장 쉬운 예로 육체를 보죠. 근력이 떨어지고, 피부톤이 칙칙해지고, 소화력도 떨어지고, 새로운 것을 얼른 잡아낼수 있는 순발력도 떨어지죠. 몸은 나이든다는게 무언지 정확히 말해줍니다. 물론 노력으로 늦출수 있죠. 다만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미 젊지 않은거랍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한다고한들 10대를 따라갈수는 없죠. 이렇게 얘기하니 무지하게 늙은것 같네요. 그 정도는 아니구요. 나이를 밝히기는 좀 그렇지만 여튼 20대는 벌써 지나갔다는거죠.

요즘 이런 책을 사는 이유는 단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고 싶어서 입니다. 이런 책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걸까? 나랑은 어떻게 다른 느낌을 가질까? 뭐 이런걸 알고 싶어서 사는거죠.

일단 사면 책목차에서 제가 읽은 책부터 찾아봅니다. 12권, 총 36권의 책중에 정확히 1/3을 읽어봤더군요. 일단 책 목록에서 저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인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와 그렇게 소위 죽이 맞을것 같은 분은 아닐것 같았구요. 첫째로 저도 많은 책을 봤지만 3년전까지만 해도 리뷰를 쓴다는건 생각도 못했습니다. 혼자보고 혼자 생각해서 혼자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끝이었죠. 이 블로그는 게으름 타파를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제 최초의 블로그는 알라딘인데 왜 리뷰를 쓰기 시작해냐면요. 리뷰를 보고 딴 분이 책을 사면 적립금을 준다고 하더이다. 뭐 권당 100, 200원 정도지만 하나둘 쓰다보니 제법 돈이 되더군요. 그래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지 그 전에는 한번도 글을 써보고 싶다는 강력한 욕망이 없었어요. 즉 문학소녀이기는 했는데 읽기만 하고 창작욕은 전혀 없었던거죠. 근데 보통은 이렇게 읽는 분들의 대다수가 써보고 싶어하는듯 하더군요. 전 그런 욕망이 거의 없었어요. 한때 다니던 직장이 너무 싫었을때, 좋아하는 책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때, 작가를 잠깐 생각해본게 답니다.

더 중요한 점은 전 참 단단한 사람이예요. 그런만큼 안정적이구요. 그래서인지 열정이 좀 부족해요. 욕망, 욕구, 타오르는듯한 무엇, 갈망같은 그런 감정들이 좀 부족해요. 어릴때부터 그랬거든요.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건 아닌것 같아요. 그런 분들은 타고 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전 아니게 타고 난거구요. 제가 가진 제일 거창한 꿈과 욕망은 도서관을 하나 가지는 정도랍니다.

근데 이분은 그런 욕망이 있더군요.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하셨을뿐 작가가 되고 싶다는 커다란 꿈도 있으시구요. 한때 책보다 남자를 좋아했다고 할 정도로 열정도 있으시구요. 전 평생 단 한번도, 단 한순간도 남자를 책보다 좋아한적이 없어요. 전 여행도 그렇게 안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어제와 다른 오늘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오늘과 내일이 다를거라고 생각하는것도 별로 안좋아하구요. 잔잔하니 끝없이 평온한 일상이 좋아요. 울 강지들이랑 엄마랑 별일없이 이렇게 평일에는 일하고, 강지들 산책시키고, 금요일이면 술마시고, 일요일이면 목욕가고, 이런 날들이 조용히 흘러간다면 더 바랄게 없어요.

저와는 아주 많이 다른 분의 책이었지만 그래서 또 재밌게 봤습니다. 전에 한번 이런 종류의 책을 보면서 정말 나랑 똑같은 타입인데 싶은 분을 본적이 있어요. 그 책을 읽어본 우리 동생도 그러더라구요. 이 작가, 언니랑 진짜 많이 닮았다구요. 이렇게 책을 통해서 우와~세상에 정말 나랑 같은 사람도 있구나 할때와 나랑 정말 다른 사람이네를 느끼는 이 런 순간. 이런 순간들을 위해서 저는 책을 읽는것 같습니다. 세상에 정말 많은 다양한 사람과 생각이 존재한다는걸 느끼는 이 순간. 웬지 가슴 속이 뿌듯하니 세상이 살만한곳인것 같아요.

붙임1. 다 쓰고보니 책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군요.

붙임2. 이런 책을 사는 비결 - 목차를 확인할것.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가 많다면 취향이 같은것이요, 거의 없다면 완전히 다른것이죠.

문제는 취향이 같아도 싫을수 있고 취향이 달라도 좋을수 잇다는 점.

붙임3. 책이란 직접 손에 들고, 그 무게를 느끼며, 설레는 마음으로 펼친다음,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다른 정보로는 판단할수가 없어요.

인터넷으로 책을 사면서부터 아무리 많은 리뷰를 읽어보고 미리보기를 읽어보고 사도 실패와 성공의 확률은 항상 반반.

훗~사는게 그런거죠. 1박2일의 컨셉은 인생의 진리입니다. 복불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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