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 빌어먹을

 

박남철

 

 

지금, 하늘에 계신다 해도

 

도와주시지 않는 우리 아버지의 이름을

 

아버지의 나라를 우리 섣불리 믿을 수 없사오며

 

아버지의 하늘에서 이룬 뜻은 아버지 하늘의 것이고

 

땅에서 못 이룬 뜻은 우리들 땅의 것임을,

 

믿습니다(믿습니다? 믿습니다를 일흔 번쯤 반복해서 읊어 보시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한 고통을 더욱 많이 내려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미움 주는 자들을 더더욱 미워하듯이

 

우리의 더더욱 미워하는 죄를 더, 더더욱 미워하여 주시고

 

제발 이 모든 우리의 얼어 죽을 사랑을 함부로 평론하지 마시고

 

다만 우리를 언제까지고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둬, 두시겠습니까?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은 이제 아버지의 것이

 

아니옵니다(를 일흔 번쯤 반복해서 읊어 보시오)

 

밤낮없이 주무시고만 계시는

 

아버지시여

 

아멘

 

 

 

-> 80년대 해체시의 대표적인 3인, 장정일, 황지우, 박남철 시인 중 위 '주기도문, 빌어먹을'은 박남철의 주기도문에 대한 패러디 시이다. 박남철은 이 시를 통해 '신성 부재의 타락한 현실'을 냉소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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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김춘수의 '꽃'을 변주하여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 장정일 -

 

김춘수의 명시 '꽃'을 패러디한 장정일의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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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예지 '창작과 비평'에 박민규의 장편소설이 연재된다. 이번 여름호부터 그 1회 연재가 시작되었는데 늘 그러하듯, 대단히 감각적이고, 대단히 센세이션하고, 대단히 유쾌하고, 대단히 발칙하다. 제목이 '핑퐁'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서두에 밝혀놓듯, 탁구와 두 중학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중학생의 이야기이지만 선생도 부모도 나오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가 연재에 앞서 쓴 짧은 글이다. 말하자면 '창비'와 작가 '자신의 글'과의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글이었다. 다른 어디도 아닌 '창비'에서 연락이 왔고, 뭔가 잘못한 것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전화를 받았으며, 장편 연재를 청탁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는 어쨌거나, '창비'든 뭐든 나는 내가 정말로 쓰고 싶어했던 두 중학생에 관한 이야기를 쓸 것이며, 그것은 '창비'가 아니라 '여성잡지'였다고 해도 마찬가지였거라고 피력한다. 이 작가는 정말 대단한 '괴짜'임에 틀림없다! 아무튼 1회분(약 40페이지)의 이야기만으로도 이 작가에게 걸었던 기대의 200%를 건져올릴 수 있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박민규는 밑바닥 인생의 저변에 깔린 진득한 애환들을 유희적으로 끌어올려,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와 예측불허의 상상력으로 버무려, 마침내는 우주를 관통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던진다. 정말로 이 글을 읽는 동안 나의 이성은 명왕성까지 멀리 날아간 기분이었고, 나의 감성은 핼리혜성과 충돌한 기분이었다. 눈물이 돌듯한 슬픔의 여운을 유쾌한 말솜씨로 터뜨려버리는 휴먼 SF 개그 로망 성장 소설 '핑퐁'은 그의 전작 '지구영웅전설''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잇는 장편 걸작이 될 듯하다!

 

다음은 '핑퐁'의 한 에피소드를 발췌한 것이다! 이 단편적인 에피소드만 봐도 그의 작품이 지닌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본주의와 사회 이데올로기에 대한 날카롭고 유쾌한 풍자적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는 정말로 한 알의 모래 알갱이의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속에 펼쳐진 우주와 눈물과 철학을 두루 여행할 수 있을 사람이다. 펠리칸이나 개복치를 타고. 혹은 기린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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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에어컨 좀 켭시다. 버스 안에서 남자 하나가 소리쳤다. 덥긴 했지만, 덥다고도 덥지 않다고도 할 수 있는 그런 온도였다. 기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거 좀 켭시다. 이번엔 어떤 여자가 소리쳤다. 운전석 창을 열고 기사는 딴전을 피우더니, 웅성웅성 다시 항의가 줄을 잇자 말없이 에어컨을 작동시켰다. 과반수였다. 다수의,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냉풍이 머리 위 송풍구에서 쏟아져내렸다. 마리의 방까지는 아직도 세 정거장이 남아 있었다.

 

세계는 다수결이다. 에어컨을 만든 것도, 말하자면 자동차를 만든 것도, 석유를 캐는 것도, 산업혁명과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도, 인류가 달에 간 것도, 걸어가는 로봇을 만든 것도, 우주왕복선이 도킹에 성공한 것도, 휘 휘 지나가는, 저 규격 저 위치에 저 품종의 가로수를 일렬로 심은 것도, 모두 다수가 원하고 정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인기의 정상에 서는 것도, 누군가가 투신자살을 하는 것도, 누군가가 선출되고 기여를 하는 것도, 실은 다수결이다. 알고 보면 그렇다.

 

따를 당하는 것도 다수결이다. 어느 순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치수가 원인의 전부라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둘러싼 마흔한명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다수의,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냉풍이 다시 폭포처럼, 송풍구에서 쏟아져내렸다. 손을 뻗어, 송풍구의 밸브를 잠그려 애써보았다. 퓌 퓌, 고장난 밸브의 덮개 한쪽이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시 밸브를 열었다. 확실히 춥긴 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 에어컨 좀 끕시다, 라고 소리치는 것은, 그래서 날 좀 따돌리지 말라니까,라고 소리치는 것과 같다. 모쪼록 그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반팔 아래의 삼두박근을 손바닥으로 감싼 채- 나는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다수의 결정이다. 참고, 따라야 한다. 에취! 뒤에서 누군가 심한 재채기를 했지만 이내 버스 속은 잠잠해졌다. 인간은 누구나 다수인 척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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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무엇인가요?

 

추억의 오락실 게임.

동전 50원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문화.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이 오락실 문화의 시작은 '갤러그'가 아닌가 싶네요. 엄청나게 히트를 했지요~ 그래서 저는 오락실 문화의 시작과 끝을 '갤러그'에서 '스트리트 파이터'로 보고 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이후 오락실 문화는 정통성을 좀 잃어버리고 무언가 거대하고 버라이어티해져 그 옛날의 소박한 즐거움이 퇴색되어버린 듯합니다.

 

저도 이 오락실 문화에 초등학교 3학년때 첫 입문을 해서 그후 약 2~3년간 열혈 매니아로서 활동을 하다가 초등학교 5학년 쯤에 학교에서 오락실 가는 아이를 적발하자,는 운동이 범람해서 출입을 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틈틈이 오락실 출입을 했고 그곳에서 만난 같은 반 아이들과 서로 묵인해주기를 암묵적으로 동의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1학년으로 가는 길목에서 오락보다 영화에 빠지는 바람에 오락에 손을 씻었지요~ 그러다가 고등학교1학년때 전국을 떠들썩하게 뒤흔들어놓았던 '스트리트 파이터'때문에 다시 오락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당시의 제겐 충격이더군요. 이런 게임도 있다니...! 그후 오락실 문화 자체가 조금은 쇠퇴해고 시들해져 그 옛날 추억속의 오락실 문화는 제게 잊혀져가더군요!!

 

아무튼 80년대에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다들 기억할 그 시절의 추억의 게임들~

저는 그 시절 유명했던 게임들을 대부분 해보았으며 그 중에서 가장 즐겨했던 몇 몇 작품들을 리스트로 정리해보자면...

 

1. 쌍룡

2. 원더보이 2

3. 너구리

4. 바블

5. 쿵후마스타

6. 슬랩화이트

7. 그린베레

8. 타이거 로드

9. 람보2

10. 고릴라 쿵후

 

그외에도 추억을 자극하는 많은 게임들이 떠오르네요. 50원을 넣으면 들리던 그 경쾌한 전자음~ 운이 좋아 스테이지가 올라가면 주위로 모여들어 경이로운 시선을 보대던 구경꾼들. 게임이 끝나고 이니셜을 기입할 때의 아쉬움. 가끔 오락실 주인이 한 판 더 공짜로 시켜줄 때의 환희- 등등-

 

여러분은 어떤 게임을 즐겨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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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12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구리, 바블밖에 모르겠어요^^;;;

살인교수 2005-08-12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어린이였나보네요~^^ 저는 한때오락실에서 살았다시피해서 모르는 게 없답니다!!
 

얼마전 케이블에서 역대 미국 시트콤 인기 리스트 20이 방영하더군요. 어렸을 때 재미있게 보았던 '펑키'가 있었고 케이블 방송에서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는 '못말리는 번디 가족'이 5위였고 또 엄청 재미있게 보았던 '베이사이드 얄개들'이 2위더군요. 1위는 모르는 작품이었습니다.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프랜즈''코스비 가족'이 순위권내에 못 들었다는 게 조금 의아했습니다. 특히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은 개인적으로 가장 웃으면서 본 시트콤인데...

 

그래서, 개인적으로 국내 시트콤의 순위를 정해보았습니다.

아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순위입니다~

 

1. 순풍 산부인과

2.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3. 똑바로 살아라

4. 오박사내 사람들

5. 세친구

6. 남자셋 여자셋

7. LA아리랑

8. 여고시절

9. 안녕 프란체스카

10. 두형사

 

역시 '순풍 산부인과'는 시트콤의 지존이라고 할 만큼 국내 시트콤이 나가아갸할 전형을 제시한 작품이죠! 그 바톤을 이어받아 '웬만해선~'은 더욱 정교해지고 '똑바로 살아라'는 완결된 모습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똑바로 살아라'는 국내 가족 시트콤이 보여줄 수 있는 총체적 완결판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박사내~'는 국내 시트콤의 신호탄이죠! '세친구'는 국내 성인 시트콤의 신호탄격 작품이었고 '남자셋 여자셋'은 국내 청춘 시트콤의 신호탄이었죠! 'LA아리랑'도 꽤 유명했던 작품이었죠. 특히 배경을 LA로 해서 해외동포들이 겪는 여러가지 애환을 웃음으로 표현했죠. '여고시절'은 국내 시트콤의 형식적인 파격을 시도했지요. 한 시트콤에 두 가지 시간대가 펼쳐지는 방식. 이후 이러한 이중구성은 많은 시트콤에서 패러디 되곤 하죠! '안녕 프란체스카'는 요즘 가장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시트콤이죠. '두형사'는 예전에 SBS에서 했던 시트콤인데 룰라의 김지현이 나왔었죠 아마. 꽤 재미있었던 작품이었죠!

이상으로 리스트를 만들어보았는데~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임을 다시한번 밝힙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최고의 시트콤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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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12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셋 여자셋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살인교수 2005-08-12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셋 여자셋은 정말, 군대에 있을때 빠뜨리지 않고 엄청 챙겨보던 시트콤이었죠! 아무튼 국내 '청춘 시트콤'의 장을 연 작품이라 할 수 있겠죠!

플라시보 2005-08-1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풍. 정말 시트콤의 지존이였죠. 저는 순풍 할 당시에는 정말 아무짓도 못했습니다. 그 후 세친구도 어찌나 웃기던지... 한동안은 또 프란체스카에 푹 빠져서 살았지요. 흐흐..

살인교수 2005-08-12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순풍은 정말 시트콤의 지존이죠!! 세친구도 '성인 시트콤'을 아주 멋지게 장식한 작품이라 할 수 있죠. 요즘은 그만한 시트콤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