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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귀 1 - 각성편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진환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7월
평점 :
공포의 산이라 불리는 후타바 산으로 TR그룹 회원들이 캠프를 온다. 그리고 그날 밤, 살인귀의 습격을 받아 한 명씩 처참하게 죽어간다. 이것이 아야츠지 유키토의 신본격 스플래터 호러소설 '살인귀'의 스토리다. 스토리만 봐도 언뜻 떠오르는 작품이 '13일의 금요일'이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는 이 영화를 많이 언급한다. 또한 작품의 외적인 모양새도 13일의 금요일과 꼭 닮아 있다. 제이슨을 연상케하는 흉포한 살인귀가 등장, 캠핑온 젊은이들을 차례차례 살해한다는 것은 '슬래셔 무비'의 전형적 패턴이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신본격 추리소설'의 선두주자로 각광을 받은 작가지만 '공포영화'에도 대단한 애정을 가진 작가이다. 그러한 그의 편력이 이 작품 '살인귀'는 물론이고 '선홍빛 속삭임' 같은 속삭임 시리즈, 그리고 '시계관의 살인'이나 '암흑관의 살인'등에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이들 작품들은 여타 추리소설에서는 볼 수 없을만큼 강렬한 '호러적 색채'가 묻어 있다. 특히 아야츠지가 13일의 금요일 식의 잔혹 슬래셔물에 심취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 이 작품 '살인귀'는 그러한 그의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살인귀'는 한 마디로 무척 잔혹한 공포소설이다. 살인귀가 등장해서 첫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까지 '처절한 피의 살육'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놀라운 것은 작가의 대담하고도 섬세한 살인묘사다. 문자로 표현될 수 있는 잔혹호러의 최고점을 보여주는 듯하다. 더구나 살인방식이 희생자가 거듭될수록 더욱 잔혹해진다는 게 특징이다. 호러의 강도가 뒤로 갈수록 더욱 강해진다.
슬래셔 무비의 전형적인 패턴을 가지고 와서 이렇게 파워넘치는 전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작가의 놀라운(무시무시한) 필력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잔혹묘사는 물론이고 영화를 능가하는 긴박감과 숨통을 조여오는 서스펜스가 압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이 '걸작'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은 라스트에 마련된 엄청난 반전이다.
역시 아야츠지 유키토는 아야츠지 유키토다. 그는 신본격 추리소설의 대가이며, 트릭과 반전을 기막히게 연출해낼 줄 아는 몇 안 되는 작가다. 13일의 금요일 문법을 그대로 따르며 라스트를 향해 숨가쁘게 질주하던 이 소설은 대미에 이르러서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반전으로 독자들의 뒤통수를 강력하게 내리친다. 대체 이게 어찌된 거야, 라고 놀라며-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단 말인가, 하며 뒷장을 넘겨보면 복선은 존재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복선이었다는 걸 눈치채기 힘들었다는 것 뿐이다.
'살인귀'는 호러소설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필자에겐 '단비'같은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정도로 화끈한 작품이라면 충분히 호러소설의 '걸작'이라 부를만 하다. 잔혹하기만 하다고 다 무서운 것은 아니다. 이 작품처럼 엄청 잔혹하면서도 긴장감과 공포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기란 쉽지않다는 것이다. 작가의 호러적 재능은 가히 천재적이다. 게다가 뒤통수를 치는 반전으로 인해 이 작품의 퀄리티는 한층 더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