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묘촌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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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국시대에- 8명의 패주무사가 황금을 들고 한 마을로 들어온다. 그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자신들을 숨겨줄 것을 부탁한 후 조용히 지내며 산다. 하지만 황금에 눈이 먼 마을 주민들은 8명의 무사 전원을 잔혹하게 살해해서 목을 절단해버린다. 토착민의 손으로 갈기갈기 베이고 피투성이가 되어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그들- 8명의 무사들은 원한을 품은 귀신같은 형상으로 저주를 내린다. 이 마을에 재앙을 내리겠다고! 끔찍한 피의 재앙을...! 두려움을 느낀 주민들은 이후 여덟 무사들을 위한 묘지를 만들고 그 때부터 마을의 이름은 팔묘촌으로 불린다.

시간이 흐르고 일본의 다이쇼 시대- 4월 하순의 어느 밤, 참극이 일어난다. 팔묘촌 최고의 재력가인 다지미 요조. 그는 막대기 모양의  회중전등 두개를 뿔처럼 머리에 두른 채 한손에는 일본도를 또 한손에는 엽총을 든 채- 그런 모습으로 단칼에 아내를 베어버린 후 마을을 활보한다. 그는 하룻밤동안 미친 듯이 엽총과 칼을 휘두르며 보이는 대로 사람들을 죽인다. 팔묘촌은 피범벅이 되고 피투성이의 시체가 나뒹군다. 모두 32명의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갔다. 마을은 두려움에 동요한다. 이것은 여덟무덤 신의 저주이고, 그 귀신들이 제물을 요구한 것이다. 언젠가 다시 한번 이 무섭고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 일어날 것임에 틀림없다! 그로부터 26년 후, 요조의 후사로 밝혀진 타츠야는 다지미 가의 대를 잇기 위해 저주와 공포의 섬, 팔묘촌으로 간다. 그러나 그가 출발하기도 전에 그에게 피맺힌 편지 한 장이 전해진다.

팔묘촌에 돌아오면 안 된다. 네가 돌아와도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여덟무덤신이 분노하실 것이야. 네가 마을에 돌아오게 되면, 오오, 피! 피! 피다! 26년 전의 대 참사가 다시 되풀이 되고, 팔묘촌은 피바다가 될 것이야. 

 무시무시한 협박장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팔묘촌에 도착한 타츠야는 피와 암흑의 일족인 다지미 가를 방문하고 어딘지 음침하고 불안해보이는 그곳 사람들을 차례차례만난다. 그런데 그가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피를 토하며 죽는다. 그것은 연쇄살인이었고 저 끔찍한 여덟무덤 귀신들의 분노가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살인과 공포, 어둠과 혼란 속에서 타츠야는 그를 따르는 이복동생 노리코와 미묘한 연정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기괴한 미스터리는 더욱 증폭되고 처참한 살육은 끝날 줄을 모른다. 그리고- 등장하는 허름한 차림새의 남자, 긴다이치 코스케- 그는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조용히 타츠야 주위를 맴돈다. 여덟무덤 귀신들의 저주, 그 속에 은밀히 감추어진 어둠의 심연을 응시하면서...!

팔묘촌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대표작이자, 일본 공포소설의 원점으로 평가받는 걸작이다. 실제로 독자들로부터 '옥문도'와 함께 1,2위를 다투는 인기작이며, 동시에 세번의 영화화화 여섯번의 드라마화가 이루어진 초히트작이다. 옥문도는 일본식 미스터리의 모범답안같은 작품이었다. 기이한 연속살인, 불가능한 범죄, 밀실트릭, 의외의 범인, 강렬한 반전 등- 본격으로서 고전추리소설의 묘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수작이었다. 반면 팔묘촌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본격의 틀을 지니고 있지만 포우의 '황금충', 르블랑의 '기암성', 코난도일의 '바스커빌가의 개'처럼, 모험소설적인 색채를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본격추리물의 느낌보다는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의 미덕을 두루 갖추고 있다. 무시무시한 공포의 살육으로 시작되는 피빛 프롤로그부터, 마을의 전설, 저주와 미신, 탄생의 비밀, 어둠의 집안, 기괴한 사람들, 그림 속 스님이 걸어나온다는 수수께끼의 병풍, 불길한 사건들, 끔찍한 연속 살인, 지하실의 암호, 증폭되는 미스터리, 동굴, 미로탐험, 보물찾기, 위험 속에서 위태롭게 펼쳐지는 로맨스, 숨막히는 추격전, 그리고 강렬한 라스트와 의외의 범인 등등... 한 편의 소설이 가질 수 있는 풍부한 상상력과 강렬한 재미가 넘쳐날 듯 펼쳐진다. 500페이지가 넘는 초장편이지만, 밤을 새게 만드는 흡입력을 지닌 작품이다. 또한 공포와 미스터리의 순간순간, 영혼을 적시는 듯한 감상적인 정서와 강렬한 휴머니즘의 절묘한 조화는 과연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다운 솜씨가 아닐 수 없다는 탄복을 자아낸다.

걸작 중의 걸작임에 이견의 여지가 없을 테다! 미스터리 독자라면 필견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여덞무덤 귀신의 저주 속에 감추어진 공포의 실체와 맞닥뜨릴 준비가 되었다면 지금 바로 책장을 펼쳐들어라!

 
p.s. 가도카와가 '일본식 공포에 대한 원점'이라는 극찬을 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이후 일본 추리소설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반명 공포소설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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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7-16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오래된 작품이죠? 저는 요코미조 것이 없어요.제가 본 일본 공포물 중에선 에도가와 란보의 <고도의 마인>이 재밌더군요.일부러 장애인을 만드는 시설을 갖춘 섬...섬뜩!!!

살인교수 2008-07-23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에도가와의 그 작품은 국내 출간명이 '외딴섬 악마'인 듯 싶네요... 저도 그 작품을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호러, 미스터리, 모험, 암호 등이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며 강렬한 흡입력을 선사했죠.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