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열린책들 세계문학 9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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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시대를 반영한다.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는 소련의 사회주의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볼셰비키의 혁명을 주도한 레닌과 막역한 사이였던 고리끼는 레닌의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소설을 창조를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어머니>는 러시아 문학에서 노동 계급에 관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최초의 소설이었고, 노동계급을 다룬 최초의 소설 이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노동자는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 노동자들의 지독히도 비참하고 암담한 현실속에서 인간으로서 가지는 기본적인 생존욕구를 혁명의 과정으로 표현함으로써 가장 평범하고 보통의 인물인 어머니 닐로브나를 통하여 혁명의 완성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세밀한 심리묘사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며 술판과 도박 때로는 주먹질을 하는 것이 삶의 전부로 보여지는 공장촌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이들은 만성적으로 자리잡은 이 삶의 모습을 버리지 못한 채 이유없는 잔인함과 혐오를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공장촌 사람들 중의 하나인 열쇠공 미하일 블라소프에게 매일 맞고 사는 닐로브나, 아들 빠벨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아버지가 죽자 아들 빠벨은 점점 말이 없는 아이로 변해간다. 그러던 중 아들의 부탁으로 아들의 친구들이 집에 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운동을 하는 모임의 사람들이다. 어머니는 아들의 친구들을 불안하게 바라보지만 따뜻하게 대해준다. 무엇보다 아들의 친구들은 모두가 선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고 남편처럼 잔인함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인데 아들의 친구들에게 듣는 사회는 어머니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이성을 일깨운다. 글씨를 쓸줄도 모르고 읽을 줄도 모르는 어머니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진리를 위해 싸우는 아들을 위해 자신이 할 일이 있다는 깨달음은 어머니에게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다. 마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인하여 인류가 구원받았듯이 아들의 고난이 노동자들의 처참한 삶에서 구원해줄 거라는 믿음처럼 말이다...



너희들의 진리라는 걸 나도 이해해. 배부른 자들이 있는 한 민중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 진리도 없고 기쁨도 없고 도대체가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는 걸 말야.죽도록 매질 당한 젊은 열정 내 자신이 그렇듯 가엾을 수가 없어.가슴이 저미도록 ! 하지만 내 삶은 나아지기 시작했어. 차차로 내 자신을, 진짜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지. -p115



그렇게 어머니의 내면에서는 지독히도 비참하고 암담했던 자신의 삶에도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차오르고 메이데이 시위에 참여한 어머니를 제외하고 안드레이, 빠벨,페쟈는 시위에 가담한 죄로 감옥에 가게 된다. 이후 어머니는 아들이 동지라고 불리우는 사람들과 생활을 같이한다.



막심고리끼는 소설을 통하여 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하여 정부와 권력과 교회에 관한 이야기들을 사회운동가인 리빈을 통하여 적나라하게 비판을 하고 당시 노동계급들이 가난에 허덕일 수 밖에 없음을, 노동자는 사는 게 아니라 헤어날 수 없는 가난의 질곡에서 썩어가고 있다는 말을 통하여 당시 노동자들에게 혁명이란 피할 수 없는 진리였음을 보여준다.



아들 빠벨은 당시 노동계급의 정신적 지주이자 시대를 구원할 수 있는 인물로 묘사되었는데 빠벨은 정의롭고 사리판단이 분명한 인물로 당시 사회에 꼭 필요한 영웅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아마도 그것은 레닌을 빠벨이라는 인물로 형상화시킴으로서 고리끼는 혁명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려 했던 것 같다.



군중은 검은 새의 모양 바로 그것이었다. 양 날개를 한껏 벌리고 비상해서 하늘을 날 채비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새였다. 빠벨이 그 새의 부리였음을.......p205



어머니 닐로브나를 통하여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순박하며 어둡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물로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죽도록 얻어터지는 것만이 삶인줄 알았는데 자신도 진리라는 것을 꿈꾸고 이제야 사회를 이해하고 비교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는 고백을 통하여 비록 노동자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삶은 더 풍요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혁명의 완성을 이루는 것이다. <어머니>는 실제 사건 속에서 문학의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동시에 고리끼의 사회의식을 엿볼수 있는 소설이다. 어머니를 읽다보면 마음속에 혁명의 불꽃이 일렁이는 기분이 드는데 그것은 비록 어머니가 사회주의사상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에서도 똑같은 사회부조리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노동자와 시민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시대 ! 어쩌면 혁명이 필요한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고전으로 읽혀진지 한세기가 지났다. 19세기에는 자본주의의 물결로 많은 지식인들이 몰락하였다. 그리고 이 몰락한 지식인들은 가난한 삶으로 내몰렸다. 이어 20세기에는 노동자가 사회전반에 퍼져나갔다. 19세기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도스트예프스키를 통하여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상을 볼수 있듯이 20세기에는 고리끼를 통하여 러시아 전체에 퍼져있는 사회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고전은 시대와 함께 한다. 막심 고리끼의 문학혁명을 통하여 사회주의혁명에는 성공하였지만 한세기가 지난 21세기에는 사회주의를 포기하게 된다. 그것은 사회주의로도 벗어날수 없었던 지독히도 가난한 삶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사회주의 혁명의 배경과 완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품으로서 한시대를 풍미했던 사상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어머니는 듣고 보았다. 다시 한 번 그녀의 앞에 펼쳐진 어둠 속에서 빠벨, 그리고 그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길이 밝게 빛나는 줄무늬처럼 곧게 뻗어 있고 왠지 아른거리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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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의 산을 가다 - 테마가 있는 역사기행, 태백산에서 파진산까지 그 3년간의 기록
박기성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9월
구판절판


역사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역사에는 우리가 살아있는 현재의 모든 이야기가 다 들어가 있다. 또한 그 역사속에서 불멸한 것은 없다. 인류의 모든 이야기들은 흥망성쇠의 기록으로 남아져 있다. 그리고 그 인류의 기록을 기억하고 있는 또 하나의 증인이 우리의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유구한 역사의 산 증인, 바로 산이다. 산은 인류의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삼국사기의 산을 가다>의 저자 박기성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역사의 흔적을 따라 역사의 산증인인 산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삼국사기에서 차마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에 멈춘 부분들에 대한 답을 찾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이다. 산에게 묻고 산에게서 답을 듣는다. 저자는 이 미스터리의 해답이 자연스레 자면서 풀렸다고 하지만 아마도 저자의 물음에 산이 꿈에서 알려 준 것이 아닐까 한다. ^^



산행의 처음 시작은 태백산이다. 태백산에서 저자는 서라벌의 일성이사금이 태백산을 순행한 기록을 따라 산에 오른다. 서라벌의 임금들이 태백산에서 친히 제사를 모셨다는 기록을 따라 가는 산길에서 일성이사금이 정상까지 올랐는지 궁금해진 저자는 태백산에 오르는 내내 이사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침내 태백산 천왕단에 오르자 그 궁금증이 풀린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묻고 답하는 식으로 산행을 한다.)

이어 탈하이가 서라벌을 엿보던 토함산, 개구리 잡으러 떠나 결국 돌아오지 않은 개구리소년의 오룡산 등 삼국사기의 기록에 따라 현존하는 산을 찾아 역사와 함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내가 며칠 전 삼국유사를 읽으며 박제상의 이야기를 무척 흥미있게 읽었었는데 치술령에서 박제상의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니 더 재미있었다. 그래서 박제상의 이야기를 살짝 올려본다.(삼국사기에서는 박제상으로 삼국유사에는 김제상이라 되어 있다.)



아들 미사흔을 일본의 볼모로 보낸 왕이 아들이 보고 싶어 눈물을 흘리며 제상에게 미사흔을 구해달라고 청하자 박제상은 일본에 가서 미사흔을 배에 태워 탈출시키지만 자신은 죽을 각오를 하고 왜에 남는데 왜는 도망 갈수 있는데도 남아있는 박제상의 용맹을 더 마음에 들어하여 박제상을 회유하려 하지만 박제상은 끝까지 충절을 외치며 죽는다는 이야기인데 박제상은 충신 계보는 박제상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본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직접 치술령에 가서 찍은 저자가 찍은 사진을 보고 역사 속에 실존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왕자 미사흔을 구하러 배에 오른 뒤 돌아오지 않을 것을 말하자 남편을 떠나보낸 후 그 자리에서 돌이 된 아내와 딸이 떠올라 언제 한번은 치술령에 한번 오르고 싶다.



천재전략가 이사부에 관한 이야기와 화랑 미사함이 대가야를 멸망시킨 기록에서부터 유추해 보는 신라의 계급사회의 이야기와 함께 대가야 토벌 현장인 주산에서 삼국을 통일하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김유신 데뷔전이었던 비성산에서 백제의 멸망을 재촉한 황산벌 싸움의 본거지 갈마산까지 삼국사기의 기록과 함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풀어간다.



저자의 해박한 역사지식과 함께하는 기행은 3년동안 산을 다니며 찍은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유추해볼 수 있으며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그랬을까? 라는 물음이 절로 든다. 시대가 흘러가며 지명도 많이 바뀌어 삼국사기의 기록에서부터 지명의 변천과정도 살펴볼 수 있으며 김부식의 모화사상에 비롯된 저술의도 또한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삼국사기 안에 살아있는 역사, 그 현장 속에 존재했던 산에서 보는 역사는 무척이나 생생한 체험이다. 삼국사기를 들고 산에 올라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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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캄페시나 - 세계화에 맞서는 소농의 힘
아네트 아우렐리 데스마레이즈 지음, 엄은희 옮김 / 한티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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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사람들은 가끔 농촌에 사는 것을 낭만적인 꿈처럼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낭만을 꿈꾸며 낙향하였는데 결코 낭만이 될 수 없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농촌이 주는 아름다운 면도 있지만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노인들인데다가 그들이 너무도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는 현실은 무척 가슴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모두 농사를 지으셔서 허리는 굽어있고 병은 기본적으로 한가지씩은 앓고 있는데다가 농기구를 구입하느라 기본적으로 빚이 깔려 있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소농을 하는 농민들에게 너무 잔인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빈민의 4분의 3이 농촌에서 살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농업에 의존하고 있다면, 나라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농촌의 요구와 생각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주식으로 먹는 분유에 GMO성분이 검출되어 있다는 보도가 나와 아이의 분유를 모두 반납한 기억이 있다. 그 분유회사는 전국적으로 환불사태를 맞이하고 다수소비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는데 지금은 분유에 버젓이 GMO성분함양이라는 표기가 있다. GMO는 유전자 변형식물에서 축출한 종으로서 생산량증가와 영농의 편이, 농약 사용량 감소 등의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GMO의 등장배경은 농업의 근대화라는 배경이 존재한다. 기업이윤이라는 이해관계 안에서 농민들의 작물은 들판에서 사라지고 식품제조업자들에 의해 재구성된 것이다. 소위 ‘과학적’ 지식들이 농민들의 현장 지시와 지역적 행위들을 대체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이런 농업 근대화의 결과는 농업인구의 급감과 농업의 기본생산인 농장에서 수행되는 작업의 역할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나았다.



<비아캄페시나>는 이런 농촌현실에서 탄생하게 된 우리나라 말로는 ‘농민의 길’이라는 뜻인 세계적인 조직이 탄생하게 되었다. 저자는 비아캄페시나를 통하여 농민이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위치와 농민운동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탐색하고자 집필한 책이다. 비아캄페시나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단체이지만 지금 비아캄페시나는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뻗어나가 동참하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비아캄페시나의 국제적인 노력은 농업과 먹을거리 관련 농쟁에서 중요한 전환점들을 끌어냈고 비아캄페시나라는 존재자체가 농촌에서 새로운 집단행동의 구조가 등장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여름내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비가 계속 내렸다. 길고 긴 장마로 인하여 과일의 값은 치솟았고 채소들의 가격과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제 곧 김장을 담그는 계절이 오는데 배추 값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해마다 먹을거리로 파동은 끊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도 근본 해결책은 없이 늘 걱정만하며 산다. 2007~2008년 사이 지구적인 식량위기로 수많은 나라에서 식량폭동이 발생했고 간간히 농민의 생활고로 인한 자살소식이 들려오지만 우리는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하며 사는 것도 오늘 하루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인도에서는 ‘농약 먹고 자살하기’가 유행처럼 번져가 그 비극을 죽음의 추수라 불렀다고 한다. 농민들을 그처럼 비참하게 만든 정책을 되돌리기 위한 극단의 방법이 필요한때이다. 비아캄페시나의 목표는 농촌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즉, 생계를 개선하고, 지역소비를 위한 지역 먹을거리 생산을 증진하며, 민주적 공간을 열어주는 변화이다. 또한 땅의 사람들에게 땅의 주인으로서의 역할과 지위, 이익을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한다. 농민들은 이 땅의 주인임에도 자본 축적에 위한 핵심 매커니즘으로 활용되어 나라와 기업에 탈취 당해왔다. 농민이 잘 살아야 나라가 존재할 수 있다. 원래의 주인에게 땅을 돌려주는 일 그것이 진정한 <비아캄페시나>라 할 것이다.



“소작농은 농촌에서 나옵니다. 이들은 항상 있어왔습니다. 투자자, 자본가, 정당 같은 것들이 그 전에는 없었던 것들이지요. 소작농은 항상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소작농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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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식문화박물지
황교익 지음 / 따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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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른이 되기까지 밥을 할 줄 몰랐다. 워낙 바빴던 탓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요리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싫어 사먹거나 사내식당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러던 내가 음식을 제대로 배워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은  프로그래머인 남편이 뜬금없이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남편을 도와주어야 했기에 밥 한 번 해 본적 없던 내가 요리를 배워야했다. 그러면서 한식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음식문화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봄여름가을겨울마다 자연에서 나는 것들에 관한 요리가 다 틀리고 한식은 마치 기다림의 미학을 인간에게 깨닫게 하려는 것처럼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야만 완성되는 요리도 무척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양의 음식들은 즉석에서 바로 해먹을 수 있는 요리가 대부분이지만 한식은 봄에 담궈 가을에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는가하면 여름내내 햇볕에 말려두었다가 겨울에야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계절마다 나는 산물이 풍부한 한국의 지리상특성은 어찌 보면 자연이 주는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음식은 자연에서 온다. <한국음식문화박물지> 이 책은 자연에서 나는 음식이 수천년을 흘러오면서 형성된 음식문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보고 한국음식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자 하는 의도로 집필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거창한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 즐겨먹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밥상 문화의 기본은 밥과 반찬이다. 이런 밥상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로 추정하고 있는데 밥과 반찬이라는 조합 앞에서는, 한국인의 모든 밥상을 평등하다라는 사상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실상 수천년을 이어온 계급사회에서 평민들이 밥 한 그릇이라도 편하게 먹기 위한 마음을 반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식민지 시대 일본이 한국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듯이 한국의 음식문화도 식민지시대를 전후하여 많은 변화가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한정식문화이다.

 

읽는 동안 저자의 촌철살인으로 날리는 말로 인하여 웃게 되는데 이천쌀이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한 쌀이라는 믿음에 많은 사람들이 이천 쌀을 먹고 있지만 이천 진상미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가장 일찍 수확할 수 있었던 벼의 품종때문이지만 그래도 한국인에게 중요한 것은 조선 왕이 받았을 수라를 연상하며 밥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삼겹살이 생겨난 배경을 따져보고 한국인에게는 삼겹살이라는 부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삼겹살이라는 그 이름이 중요한 것이고  닭갈비가 소갈비의 짝퉁이라는 것을 , 축산물 중에 달걀이 유독 브랜드 혼란이 심한 것은 달걀이 서민의 식품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호떡이 한국인에게 원래부터 한국음식인 듯한 착각을 주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에 관하여 너무도  무지함을 말한다. 한 예로 2000년대 후반에 한국 정부가 떡볶이를 세계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우리가 먹는 떡볶이가 아닌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개조한 떡볶이를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벌건 고추장 떡볶이를 열심히 먹고 있지 개조한 떡볶이는 누군가 먹겠지 할 뿐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 떡볶이의 세계화를 외치면 환호할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무척 동감하며 읽었다.

 

우리나라가 잘 먹고 잘 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 민족은 먹고 살기 힘든 시기를 지나왔고 일제 시대에는 농사를 지어도 쌀을 모두 상납하고 먹을 것이 없어 감자와 고구마를 먹고 살았던 시절도 있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든 시기를 지나오면서 이제는 그래도 잘사는 나라축에 속하지만 우리가 하나 잊고 있는 것이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잘사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잘 살게 되었으며 우리의 음식의 진정한 가치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있는 것이다. 고추장,된장,김치라는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가 있음에도 일본에 한발 뒤쳐진 것도 모자라 진정 가치있는 것임에도 세계화에 맞추려 하다보니 그 진정한 맛을 살리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 하며  한국의 진정성을 찾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엿보인다. 우리의 것이 소중한 것이라는 자각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외국에 나갔다가 들어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가 그렇게 좋은 나라일 수 없다는 말을 한다. 우리의 것을 지키고 우리의 자연에서 나오는 좋은 식재료를 활용하여 세계속의 진정한 한국음식문화가 형성되기를 희망해보는 계기가 되어주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  

 

 

한국인은 자신이 즐겨 먹는 음식을 직시하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p172

한국전쟁 후 고난의 시대를 이겨 낸 당당함이 부대찌개 냄비에 끓고 있는 것이다.p190

도토리 향 하나 없는 물컹한 식감의 도토리묵을 앞에 놓고 고향의 뒷산을 추억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p200

한국인은 두부의 맛보다는 두부의 포장지에 찍힌 브랜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다.-p202

한국인은 이제 전통의 콩 된장 맛을 더 어색해하고 있다.-p205

고추‘장’이 아니라 그냥 단맛이 나는 고추‘소스’인 것이다.-p211

매운 짬뽕이 번창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인의 미각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228

한국인이, 고종보다야 낫지만, 불쌍한 것이다.-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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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동양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9
일연 지음, 최호 옮김 / 홍신문화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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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신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언제나 우리 사회는 신적인 존재를 필요로 한다. 철학자들은 그 이유를 본능적인 욕구에 의해 우리가 부모를 통하여 태어나 부모에게 의지하여 자라면서 저절로 누군가를 갈망하는 욕구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인간의 모든 역사에는 신화와 설화가 존재한다. 그것은 무언가를 갈망하는 본능에 의거한 내면의 표출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가 같은 시대에 지어졌고 삼국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것에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항상 비교가 되었는데 삼국유사가 삼국사기보다 늦게 지어졌음에도 삼국사기보다 삼국유사를 더 가치를 두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욕구의 만족과 함께 자주적인 민족의식을 추구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고전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인 시대적 배경도 무척 중요한 이유이다. 삼국유사를 편찬한 배경을 살펴보면 중국에서는 송나라가 멸망하고 원나라가 성립되었던 시기였고 문신 차별에 반대하여 무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고려는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시국이었다. 중국의 세력변화와 지배층이 분열할 위기에서 일부 지식층들에 의해서 강한 민족적 의식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 기존의 삼국사기는 유학적인 관점이라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에는 부족한 면들이 많았고 유학사상에 맞지 않으면 삭제한 기록이 많았기에 보충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따라서 나라에 닥친 현실의 위기를 민족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것으로 타개하려 한 것이다.



시조를 삼국사기는 신라로 한 것과는 달리 삼국유사에서는 고조선을 시조로 하여 단군신화와 관련하여 고조선 이하 삼한, 부여, 고구려와 신라등 여러 고대국가의 흥망성쇠 및 신화 전설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연오랑과 세오녀의 이야기를 통해 일본과의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었는데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설화가 존재하는 것을 보아서는 일본과의 교류가 아주 오래전에 시작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그 시대에도 지금처럼 멀고도 가까운 나라였던 것 같다.일반 역사책에서도 삼국통일의 일등공신인 김유신의 활약이 단연 돋보이듯이 김유신을 삼국유사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중의 하나로 표현하고 있다. 중국에서 온 사신이 김춘추가 태종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자 중국의 황제나 사용할 수 있는 거라며 노발대발하다가 김유신이 하늘에서 온 천신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타당하다라고 하자 중국의 사신들이 수긍하고 돌아갔다는 말에서 삼국유사의 모든 신화와 설화의 지어진 목적을 느낄 수 있다. 삼국유사에서 태어난 임금들은 모두 꿈이나 계시를 통해 이루어졌고 모든 것이 하늘에 뜻에 달렸다는 민간신앙에 근거한 설화들이다. 이것이 또한 일연이 삼국유사를 통하여 왕권 강화와 민심안정을 위한 것으로써 삼국유사를 통하여 민족적 자부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히 보인다. 삼국사기가 지나치게 중국중심의 사상을 가지고 저술한 반면 삼국유사는 또 지나치게 불교적인 요소가 많다. 마지막 편인 피은과 효선에서는 승려들의 이야기들이 다수인데 모두가 다 나라를 위한 걱정과 나라에 위기가 닥쳐왔을 때 나라를 구한 이야기들이다. 나라의 위기를 구할 방법은 마치 불교를 숭상해야 한다는 뜻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황룡사 구층탑에서도 볼 수 있는데 고구려 왕이 신라의 세 보물중의 하나인 황룡사 구층탑을 두려워하여 신라를 두려워하였다고 하는 것에서 볼 수 있다.



고대의 사람들은 자연을 두려워하여 토테미즘과 관련한 내용들이 많다. 일테면 착하게 살지 않으면 하늘이 노하여 벌을 내린다는 것과 같은 생각인데 삼국유사가 고전 임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토테미즘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은 이유이다.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이런 신화와 설화들의 기본 바탕은 우리나라의 민족의 우수성을 말해주고자 함인데 위에서도 말하였듯이 신을 갈망하는 본능에 의거하여 신화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가 신빙성을 가지게 되어 사람들의 믿음으로 굳어져 버린 형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신화를 근거한 민속 풍속이 아직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중간에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라는 이야기는 서양의 동화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이야기란 사실을 읽고 웃음이 났다. 가끔 우리는 진정한 우리의 것이 무엇인지를 잊고 산다. 삼국유사는 우리 민족의 진짜 이야기이며 우리나라 고유의 역사서이다. 그리스 신화가 아닌 진짜 우리나라의 신화를 읽는 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때인 것 같다.민족의 주체성을 위한 최고의 역사서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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