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아, 그 위대한 반전의 역사
주레 피오릴로 지음, 이미숙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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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에게 아픔과 고통이란 무엇일까? 나는 가끔 현대의 편리함이 사람의 감정을 더 메말라가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픔을 느껴본 사람이 사랑을 할 줄 알고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 희망을 말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노래가사처럼 우리의 인생에서 아픔이란 하나의 과정이며 아픔과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는 분명 더 큰 행복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믿기에, 그리고  그것에 대한 증명이 바로 이책의 주인공들이다.  책을 받아보니 일반 책보다 조금 큰 사이즈로 글자도 큼직한 것이 읽기 수월하게 나온데다가 연표와 자료첨부를 보니 무척 정성을 들인 책이다. 그리고 책의 주인공들은 우리가 언제가는 한번 들어본 적이 유명한 인물들이다.하지만 이들이 유명해진 과정을 살펴보면 극적반전의 연속이다. 당시 기독교중심적인 유럽에서 사생아라는 사실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회의 도덕구조에  위배되는 천형으로 간주되었으며. 사생아란 부도덕과 거룩한 결혼의 신성함이 결여된 성행위를 상징하는 물증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사회적분위기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생아들은 태어나면서 무시당하고, 버림받고, 상속권 박탈에, 사회적인 소외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과 권력의 최고봉에 올라 명성을 남긴 인물 15인의 이야기가 이 책속에 들어가 있다.

 

영어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프랑스 출신의 사생아 윌리엄은 영국의 국왕 윌리엄 1세가 된 것으로 시작하여 태어나면서 부친에게 관심받지 못하고 상속권을 박탈당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화가이자 조각가이며 천재적인 건축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사생아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보여진다. 사생아였던 덕분에  아버지와 갈등을 겪지 않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며 만약 그 시대의 명망있는 공증인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공부를 강요받았다면 아마도 자연이 전해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었으리라 본다. 그러나 사생아 중에서도 무척 잔인하기로 유명한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이야기는 조금 충격적이다. 스페인의 정복자로서 페루와 잉카제국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인디언들에게 가혹했던 그는 결국 암살당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한다. 어떤  날에는  바닥을 기다가 어떤 날은 높이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는 수레바퀴와 같은 운명이었던  엘리자베스 1세는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통치자이다. 엘리자베스가 우여곡절 끝에 여왕이 될 당시의 영국의 상황은 영국 역사상 최악의 상태였다. 그러나 어렸을 적 사생아란 이유로 많은 감시와 사람들의 냉대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법을 터득했던 엘리자베스는 사람들의 성격을 파악할 줄 알았으며 자신이 행동을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지혜를 기른 덕에 엘리자베스는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통치자란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국왕이 되려 했던 사생아 제임스 스콧은 쓰라린 종말을 맞이했다. 처형장에서 반역죄로 참수형에 처형당할 때  서투른 처형자로 인해 목을 여덟번 이상을 내려쳐 피에 굶주린 군중들조차도 참혹함에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제임스 스콧의 반역에 가담했던 이들은 더 비참하게 죽었으니, 엘리자베스와 제임스 스콧, 사생아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한사람은 성공한 군주로 평가되고 한사람은 반역자로 이름을 남긴 역사를 볼 때 자신이 믿는 진리와 권리에 대해 대중의 인정을 얻는 것과 얻지 못한 것으로 인해 운명의 수레바퀴가 결정된다는 사실은 역사가 주는 위대한 교훈이다. 

    





비극적인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사생아란 손가락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알렉산더 해밀턴이 정치적인 거물로 떠오르게 되지만 언제나 세인트 크로익스에서 보낸 어린시절에 대해 피해의식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탓에 화를 잘내고 명예를 중요시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는 사람과는 말을 섞지 않았는데 그런 탓에 해밀턴은 적이 많았다. 결국 그 적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모진 고난을 겪고, 여러 사람 손을 거치며 성장하고 매춘까지 한 빌리 홀리데이가 재즈계의 전설이 된 것은 그녀 평생에 느꼈던 외로움, 절망, 그리고 갈망으로 가득한 삶의 고통이 음악으로 승화된 것을, 슬픔과 열망으로 충만한 그녀의 목소리는 힘겨운 삶과 사생아라는 트라우마의 산물이란 사실을 알게 되지만 빌리 홀리데이는 자신의 상심과 낙담으로 인한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헤로인에 중독되어가고 결국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과거에는  출생이 사회적 신분을 결정지주었기 때문에  사생아란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무척이나 치명타였던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의아했던 것은 사생아들의 부모의 태도인데  모두가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았고 또한 잔인하게 버려두었다. 가난에 허덕이던 부모를 바라보며 때론 사랑을 주지 않는 부모를 바라보며 자랐을 사생아들의 상실감과 아픔은 아마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생아들은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었을지 몰라도 뭔가 부족한지 끊임없이 갈구하는 기분이 든다. 돈에 미친 잔인한 사생아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돈에 탐닉하는 것을 멈추지 못했고 레오나르도는 여성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했으며 빌리 홀리데이는 만인의 연인으로 사랑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약에 빠져들었다.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아이는 사랑속에 커야한다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이 사생아들의 역사를 읽고 나니 그들의 명성보다도 쓸쓸한 죽음이 떠올라 읽는내내 가슴이 아팠다. <사생아, 그 위대한 반전의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진리와 지혜를 느끼게 해 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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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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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가 일본에서 유명한 작가인줄 몰랐는데 작가의 인터뷰에서 2009년 나오키상과 2011년 나오키상을 받은 소감을 미치오 슈스케는 " 머지 않아 수상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상을 일찍 주었다." 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정말 작가로서 대단한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의 자신감을 입증하듯이 무척 유쾌하며 재미있다.  일본소설 특유의 이상한 사고도 보이지 않는다. ㅋㅋ ~ 그리고 또한 미치오 슈스케 그가 궁금해졌다. 

 

이야기는 히구라시의 일인칭시점으로 전개되는데 작품속의 히라구시는 무척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남자같다. 장사수완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오호지 절의 무서운 주지에게 늘 비싼 돈을 주고 중고를 업어오는데 가사사기는 그런 히라구시를 늘 바보취급한다. (사실 바보는 가사사기가 더 바보같은데 ^^)미대를 졸업하고 빈둥거리는 백수 히라구시를 가사사기의 중고매장에서 일하고 꼬드겨 일한지 2년째가 되어가지만 1년365 적자를 면치 못해 늘, 언제나 지갑에 돈이 없다. 매일 날계란에 밥을 비벼먹다가 질려버린 히라구시, 가사사기에게 같은 것만 먹으면 영양불균형이 되니 계란후라이를 해먹자고 진지하게 조언하는 히라구시의 말에 빵 터졌다.

 

늘 '머피의 법칙'이란 책을 옆에 끼고 다니는 가사사기, 가사사기의 유일한 장점은 언제어디서나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추리소설의 탐정역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하나같이 범죄의 향기로 느낀다. 그리고 헛다리는 또 얼마나 잘 짚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사기를 천재로 알고 쫓아다니는 철없는 여중생 미나미라는 팬도 있다. 

 

이야기는 네번에 걸쳐 전개되는데  봄 (청동상 방화 미수사건) 에서는 새청동상과 연결된 유서와 유언에 얽힌 미스터리사건이, 여름(신목 손괴사건)과 얽혀 누마자와 목공점에 여성목공으로 들어간 사치코의 사연이, 가을 ( 마루 짱 홧김 덥석사건) 에서는 화목했던 가정이었으나  부모가 이혼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사춘기 소녀의  방황과 이혼가정속에서 느끼는 아픔등이 사건과 함께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그려진다. 마지막 겨울은 히라구시에게 늘 바가지를 씌우는 오호지 절의 주지가 어쩐 일로 귤을 공짜로 원없이 가져가라며 히라구시와 가사사기, 나미를 절에 부르면서 전개되는 사건이 마지막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여인이 아이를 낳지 못한채 죽자 먼미래의 아이를 위해 저금통에 남겨둔 편지는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사건에서  처음으로 가사사기의 추리가 맞을 뻔하자 히라구시는 그럴리가 없는데 하는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가사사기는 마지막 사건도 맞추지 못한다.그럼 그렇지 ^^  하지만 왠지 사건이 터지면 가사사기의  멘트  마지막 한수가 남았어 . 체크메이트 ! 가 자꾸 떠오를 것  같다.  적자를 면치 못하면 어때 ~ 인생 뭐 있어 가는거야~~를  몸소 실천해주는 콤비 가사사기와 히라구시.. 이렇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추리소설도 있구나...정말 수상한 가사사기의 중고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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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 방랑시인, 정해 홍신한문신서 29
권오석 / 홍신문화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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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으나 정확히 어느 시대의 사람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책으로 만난 김삿갓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읽는 동안 계속 웃음이 났다. 그것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을때와 같은 기분이었는데 일반인인 우리의 삶에서 가장 부러운 자유라는 이름의 상징때문이다. 도덕과 사회적규범에 얽매여 있는 우리와는 다르게 그런 것과는 구애받지 않는 자유인들이 한 편으로는 얼마나 부러운 삶이던가. 그러나 김삿갓 시인의 삶이 자유로운 반면에  자신의 전생을 바쳐 자학과 방랑으로 한 생을 살았으니, 가슴깊은 곳에 맺힌 한 또한, 그누구도 짐작조차 할수 없는 것이리라...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던 순조때에 안동 김씨 일가였던 김삿갓이 이름없는 가문이 된 것은 홍경래의 난을 만나게 되면서이다. 홍경래의 난을 진압해야 했던 김삿갓의 할아버지 김익순이 홍경래에게 항복하면서 행한 파렴치한 행위로 인해 김익순의 가족은 폐족되게 된것이다.당시 6세였던 김삿갓은  어릴 적의 기억을 하지 못했고 삼형제를 이끌고 어머니는 강원도 영월에 숨어지내고 있었다. 출생을 숨긴채 이름모를 농부로 살던 김삿갓은 백일장이 치러진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에게도 기회가 왔음을 기뻐하며 백일장에 참여한다. 하지만 시제는 바로 김익순의 죄를 통탄하는 것이었으니 김삿갓은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인지는 모른채 신랄한 비판을 하고 이어 그 시는 장원에 당당히 뽑히게 된다. 이 황당한 현실에 어머니는 통곡하고 비로소 자신의 핏줄을 알게 된 김삿갓은 밝혀진 출생의 비밀앞에 좌절하여 길을 나선다. 이때부터 김삿갓의 방랑생활이 시작되었는데 그가 삿갓을 쓰고 다니는 이유는 스스로를 죄인이라 생각하고 큰삿갓을 쓰고 다녔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김삿갓이 자신의 슬픔을 노래한 시에서  김삿갓의 슬픔을 느낄수 있는데

산에 아들을 묻고 울었는데 또 아내를 장사지내니

바람 마저 시고 햇볕은 얇으매 돌아보니 처절한 기분이로다.

문득 집에 돌아와보니 절간 같고,

홀로 닭이 우는 새벽녘까지 차디 찬 이불을 두르고 앉아 있는 신세로다.

김삿갓의 상실감이 아들을 묻고 아내를 장사지내고 난후의 기분을 떠올려 보면 사뭇 그의 절망감이 어떠했는지 알 것도 같다. 안동 김씨의 세가 절정에 다다른 시대에 김삿갓은 안동 김씨라는 이유로 벼슬을 할수 없는 떠돌이가 되었으니 김삿갓에게 다가온 현실은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전국을 다니면서 그자리에서 즉흥시를 남겼는데 참으로 우스운 것은 한량처럼 사는 김삿갓이 여복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어쩌다 만난 기생과 하룻밤을 보내고 과년한 처녀와 엉겹결에 혼사를 치르고 이름 자를 남겨달라는 과부의 부탁까지, 김삿갓은 실로 많은 여자를 만난다. 그러나 그런 방황속에서도 그가 느끼는 것은 오로지 불평과 불만의 세월을 보내는 것 뿐이었다. 계속된 여자와의 탈선행위는 심중의 울화의 발산으로서 시에서 표현되는 김삿갓의 울분은 현실을 자포자기하며 세상을 조롱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네다리 소나무상에 죽이 한 그릇인데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함께 떠돌고 있구나.

그러나 주인이시여, 부끄럽다고는 하지 마시오.

나는 본디 물에 푸른 산이 드리워져 있는 것을 사랑한다오.

 

방랑을 하며 지내는 동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들이 장성하였고 형님도 돌아가셨고 철종이 죽고 헌종이 즉위하였다. 헌종시대에 들어 나라 안팎이 매우 어수선하였으며 천주교 대탄압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김삿갓의 방랑생활은 여전했는데  가슴속에 산을 들어 뽑고 바다를 덮을 만큼의 재주를 품고 있으면서도 때를 만나지 못한 가슴속 깊이 맺힌 한을 시에 다 쏟아부으려는 것처럼... 그러는 사이 김삿갓은 자신에게도 늙음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책에는 한문시를 저자가 해석으로 달아놓았는데 시가 무척 발랄하다. 신선하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발랄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김삿갓의 성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때문이다. 정처없이 무작정 걷기를 평생을 한 김삿갓, 자신의 한 생을 다바쳐 부조리한 사회를 풍자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였던 그에게서 또다른 시대를 초월한 자유를 느꼈다. 또한 그의 이야기속에서 보여지는 사회분위기에서  조선시대후기가 얼마나 부정부패와 탐관오리가 많았는지를 잘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사태를 꼬집는 그의 시를 읽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자와 해학이 있다. 조선후기 권문세가의 세를 누렸던 안동김씨 중에 이렇게 불행하게 살다간 또다른 안동김씨, 김삿갓은 시대가 낳은 비운아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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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 콘크리트 정글에서 진짜 정글로
제니퍼 바게트.할리 C. 코빗.아만다 프레스너 지음, 이미선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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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덟의 여자 셋이 자유를 찾아 가방을 쌌다. 여기까지의 내 생각은 이 스물여덟의 아가씨들은  부르조아 아니면 돈걱정없이 사는 철없는 젊은이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들이 못내 부러워진다. 부러우면 지는거야 !!! 라는 말과는 아랑곳없이 여행내내 자유와 자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는 정말 부러움에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삶이 곧 여행이라는 깨달음 속에서 세 여자들의 이야기 뿐만아니라 사랑과 우정, 그 안에 열정이 어우러진 모습이란 어찌나 아름다운지 ~! 

 

여성스러우면서도 때론 무모함도 갖추고 있는 젠과 정열적이며 활달한 성격의 할리, 글쓰는 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만다, 세명모두 뉴욕 맨해튼에서 잘나가는 미디어업계에 종사하고 있었다. 뉴욕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세 명의 아가씨들은 스물여덟이 되자 자신들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일종의 자아찾기를 위해 스물 여덟 한해를 세계여행을 하며 보내기로 약속한다. 그것은 이 년전의 약속도 있었지만 이제 곧 토성회귀가(29년 정도에 한 번 토성이 일주하여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 되는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만다와 젠, 할리는 세계여행을 통하여 자신들의 삶을 확고히 해주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했던 것 같다. 실제로 젠과 할리 아만다의 나이는 스물 여덟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삼십대를 더 찬란히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스물여덟에 결혼을 했듯이 여성에게 스물여덟이란 나이는 삶의 어떠한 것이 이루어지기 전의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잊으려고 했던 아만다는 잡지사에 헌신한 댓가로 초고속까지는 아니지만 남들보다는 빠른 승진으로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대단했다. 하지만 배심원(이것도 잡지사일의 한부분임에도)일로 인해 자리를 비운 사이 바뀐 상사로 인해 해고통보를 받게 되는 어이없는 변수를 맞이하게 되자  자신의 젊음을 바치며 받은 댓가가 고작 해고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리고 이 절망은 아만다에게 여행을 떠나라고 하는데 ... 

 

결혼할 나이가 되었고 사귄지 오래되었음에도 결혼이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 엘란과의 관계는  할리를 지치게 한다.  잡지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며 비교적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지만 하지만 때때로 할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 의미를 찾지 못한채 절대 없어지지 않는 불안감의 기류가 자신의 혈관을 타고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그리고 그 불안감을 여행을 통하여 충족싶어하는 할리는 친구들과 약속한 세계여행을 떠난다. 떠나고 나면 삶과 사랑도 모든 것이 확실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

 



 

페루 잉카에서는 안데스 산맥의 바위투성이 바닥에서 잠을 잤고 아만다와 할리는 병을 앓았음에도 세사람의 눈은 반짝거렸고, 얼굴은 환하게 빛난다. 여행하는 동안 일감을 싸가지고 온 아만다와 젠은 다투기도 하고 잠자리에 예민한 젠은 공동숙소에서 잠들지 못해 괴로워 친구들을 이끌고 한밤에 호텔을 찾아가기도 하며 , 제 3세계의 현지주민들의 적극적인 환호속에서 젠과 아만다, 할리는 각 나라의 지방과 문화의 일부가 되어 현지인들과 동화되는 기분을 느낀다. 인도에서는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그 유명한 타지마할에 가서 본 느낌,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인도문화의 생경함 속에서 살아있는 삶의 생생함을 느낀다. 베트남에서 마약에 취한 운전기사의  조작된 미터기로 인해 젠과 아만다와 할리는 운전기사와의 몸싸움을 하게 되고  베트남상인들에게 이유없이 욕을 먹은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도시라는 말을 하는 이들의 여행의 이야기는 무척 즐겁고 유쾌하기도 하며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하는 젠을 통해 여행이란 때때로 삶의 빈부분을 채워주는 것이기도 함을 또한 불투명한 미래, 불확실한 길에서 방황하는 그 누군가에게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변수들은 살아나가는,삶을 개척해나가는 힘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좀 특이했던 것은 이 아만다, 젠, 할리가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미국남성은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는 할리의 말이었는데  최근 들어 여성들은 더이상 가정주부나 누군가의 아내와 어머니로만 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인 현상이다.  미국내에서 여성들만 떠나는 여행의 증가와 여성 의식의 향상이 그냥 우연일 뿐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남성들의 책임감이라는 뿌리 깊은 의식에 대한 이해를 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모습에서 나는 여행이 단순히 떠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 우리 삶의 모든것, 사랑, 우정,문화, 인종을초월한 위대한 깨달음을 여행이란  또다른 삶에서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너무도 아름다운 삶의 모습인 스물 여덟의 세 여자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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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라 - 세상의 모든 지혜를 담아
함현규 지음 / 빛과향기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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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젊었을때 오로지 성공만이 내 인생의 전부인 날이 있었다. 그때 나를 지탱해주던 책이 있었는데 세익스피어의 <세상을 보는 지혜>였다. 서울 명동이라는 곳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로지 나는 그 책에 의지하여 그 힘겨운 시절을 견디었던 기억이 있다. 양장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다 너덜너덜해졌지만 그 책은 내 젊은 날의 자화상이다. 지금 읽어보면 그시절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 시절엔 어찌나 절절함으로 다가왔는지 책도 아마 나이가 드나부다.  내 젊은 날의 그 책을 떠올려주게 하는 <자기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라>를 읽으면서 자꾸 그 시절  인간관계와 사회생활등 모든 것이 힘들었던 그 시절이 떠올라 기분이 자꾸 아련해졌다. 정말 힘들고 괴로울때 감동적인 말한마디가 인생을 바꾸어 놓듯이 이 책은 바쁜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게해 줄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자기계발서에는 아주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그것은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역시 여전히 ing이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언제 어떻게 변화될지 아무도 모르는 이유이기 때문에 잠깐의 성공으로 인생지침을 말하기엔 어불성설같다. 그러나 자기계발서는 젊은 사람에게는 무척 훌륭한 역할을 해주기는 부분도 있다. 이 책이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동서양 철학에 근거한 진리 때문이다. 진리는 시대불변이며 책 속의 한 마디 한마디가 무척 감동으로 다가온다.  젊은 시절  나는  내가 최고인줄  착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 고요함으로 나자신을 만나고 보니 내가 최고였던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인생의 최고인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깨달았을때 과거 나의 자만과 오만함에 후회를 했던 적이 있다.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맛보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인생의 모든 진리를 깨달았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살아보니 인생의 참된 맛은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온갖 고뇌와 비통, 슬픔, 그리고 잦가지 기쁨과 쾌락, 욕망이 나뭇잎처럼 표류하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비로소 사랑할 수 있을 때 알게 된다는 것이다.

 

작년 나의 삶에서 현재 나의 삶이 틀린 하나는 서평쓴다는 것이다. 서평을 쓰면서 한가지 나의 재주를 발견했다. 책의 장점을 다른 사람보다 잘 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나는 잘 할줄 아는게 없는 사람이었기에 글쓰는 일을 무척 두려워했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이 흐르자 서평을 쓰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와의 대화가 가능해졌고 내가 그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을 담아두기가 용이하다는 사실에 감정이 고무되었다. 책을 읽는데에만 그치지 않고 책에 대한 깊이를 가늠하게 된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기쁨이다. 

 

삶이란 쉬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는 것이다. 주저앉아 노래 부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조전하며 새롭게 자신을 생성해 나가는 것이다.인생이라는 물레방아를 돌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힘을 쉼없이 쏟아내야 한다. 엉뚱한 곳에 눈길을 주어 물줄기가 끊겨서는 안된다. 정신을 가다즘어 한 곳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p58

 

"인생 자체는 기둥과 계단이며, 자기 자신을 건축해 올라가려고 한다. 눈을 부릅뜨고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아름다움을 보려고 한다. 그래서 인생에는 높이가 필요하다. 높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단이 필요하며, 계단과 그것을 올라가는 사람의 상극이 필요하다. 인생은 올라가려고만 한다. 올라가면서 자기를 극복하여고 하는 것이다. -니체-

 

책의 마지막에는 인디안 추장의 말이 있다. 삶은 마치 한마리의 불나비라며 우리의 삶은 겨울날 들소가 내뿜는 한숨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은 풀밭을 지나가는 작은 그늘처럼 해가 지면 따라서 사라지는 하찮은 것이라는.....그런 하찮은 삶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왜 살고 있는지 잠깐 멈춤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왔으며 앞으로는 무엇을 바라며 살까하며 ... 내 인생 지금은 어디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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