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3 - 새 번역 완역 결정판 열하일기 3
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 돌베개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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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열하일기에 빠져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한동안 연암앓이를 할 것 같다. 고전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 전에는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매력이 느껴지고 최근에야 고전에 더욱 심취하게 되었다. 고전을 통하여 현재를 읽는다는 말처럼 고전은 현재를 대변해주고 있으며 역사는 언제나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글을 쓰는 것은 학습이 아니라 열정이다라는 신경숙 작가의 말인데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바로 그 열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뻣다. 실제로 열하일기에서 연암은 오로지 쓰는 것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것은 열하일기를 읽으며 연암의 진정이 느껴지는 데 첫째가 조선에 있는 선비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고 둘째가 바로 자신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였던 선비들에게 보여주려 하였던 것은 조선선비들이 우물 안의 개구리란 생각이 가장 컷고 연암은 일찍부터 벼슬에는 뜻이 없었기에 자신이 연암협에서 지낼 때 불편함이 없도록 배우고자 함이다. 그러나 조선선비들은 열하일기가 보여주는 세계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문체반정이라는 명목으로 연암을 공격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3권은 북경에서 연암이 보고 들은 것과 경험한 것들을 모아 기록한 것으로 일종의 박물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환희기>에서는 요술을 부리는 것이 신기하여 요술놀이를 구경하지 못한 조선사람들이 글을 읽어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았는데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해 놓았다. 연암의 글은 관찰자시점에서 쓴 글들이 많은데 무척이나 세세하게 기록하려고 한 것을 보며 연암이 열하일기를 통하여 조선선비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려 하는 취지를 엿볼 수 있다. <피서록>은 열하 피서산장 밖 태학관 회나무 아래의의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면서 쓴 시화인데 수록된 시화를 통해 연암의 비평의식을 볼 수 있다.



<구외이문><동란섭필>에서는 잡다한 이야기들이 다수 실려 있는데 처음 목격한 신기한 물건이나 다시 생각해야 하는 역사적 사건들을 기록하여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다. 조선의 역사, 문학, 문화, 지리, 음악에서 역사적으로 특이한 문제를 중심으로 그 유래나 진실을 밝힌 내용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띈 이야기는 <허생전>과 <전겸익>의 이야기인데 허생전은 연암 자신을 의인화 시켜 뜻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풍자소설이다. <전겸익>을 통해서는 중국에서는 전겸익이 황제의 눈밖에 나서 금서로 찍혀있는 줄도 모르고 과시공부 하는 선비들에게 현실을 깨우쳐주기 위하여 전겸익에 대한 사실을 상세하게 실었다. 실학파들은 과거제도의 폐단에 대해서도 주창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권까지는 긴 여정을 그린 여행기이지만 3권은 주로 이야기들이 많다. 신기하고 진기한 물건들을 보면 자세하고도 세세하게 설명하려 애쓴 흔적이 보이고 지식인으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삶에 교훈이 될 내용들을 통하여 통찰하길 바라며 중국과의 교류가 중요한 이유와 조선의 현실을 비판하지만 독설적이거나 진설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해학적인 필체로 표현하고 있다. 열하일기의 기본 사상은 이용후생으로서 연암 박지원은 자신의 글을 통하여 백성들의 삶을 좀 더 편하고 부유하게 되길 바랐으나 사실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열하일기를 통해 정조는 노론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젋고 유능한 실학파들을 등용하려고 하지만 많은 반대에 부딪히게 된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열하일기를 읽으면 연암의 학문에 절로 감탄이 나오는데 실로 능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명문 양반가 출신으로 많은 공부를 하였던 연암이 일찍 학문에 눈을 뜨며 속물적인 사회를 혐오하게 되어 연암협에 의지하여 과거시험을 보지 않았음에도 출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마도 열하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방대한 지식과 뛰어난 문장력, 사실적인 묘사는 아마도 그 시대의 문인들에게는 분명 충격이었을 것이라 어림짐작해본다. 사대부들이 자신의 자리에 위기를 느끼게 된 이유 또한 그와 같지 않을까 한다. 그처럼 열하일기는 민족과 세계의 고전에 값하는 기념비적인 저술이다. 또한 과거 한 시대를 살아간 선인의 자취에서 현재의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되는 기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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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2 - 새 번역 완역 결정판 열하일기 2
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 돌베개 / 2009년 9월
구판절판


1권은 열하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으나 2권은 열하에서 황제와 대면하게 된다. 연암이 사절단을 따라온 목적은 북경에서 중국의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함이 목적이었으나 황제의 열하행차로 인하여 황제로부터 호출을 받게 되고 박지원은 홀로 열하땅을밟게 된다. 조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열하땅을 밟는 것이다. 1권보다 더 방대한 연암의 지식을 엿볼수 있는데 연암 박지원의 박학다식함에 중국인들도 연암의 학문에 놀라워하지만 책을 읽는 나역시 참으로 놀라웠다. 특히 지전설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서양인들보다 더 앞선 시각이라 무척 대단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연암은 친구 홍대용의 학설이라 밝히지만 연암이 가지고 있던 천문학적인 시각과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시대를 앞서가는 눈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열하에 도착하여 배정된 숙소 태학관에 머물면서 청나라 고관과 과시 준비생 및 학자들과 만나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실은 <태학유관록>으로 시작되는데 천체,음률,라마교등의 이야기들은 조선인인 연암에게는 생소할 터인데도 전혀 밀리지 않으며 오히려 중국의 학자들이 연암에게 감탄하는 대목에서는 독자인 나도 왠지 뿌듯해 지는 기분이었다. 태학유관록에 실린 이야기들은 뒤에 나오는 <곡정필담><망양록><황교문답><반선시말><찰십륜포>에서 본격적으로 내용이 세분화되어 다루어진다.



조선인으로 처음으로 열하에 도착한 감회로 밤에 잠못이루고 서성이다가 술집에 들어가 오랑캐를 만나 두려움에 오랑캐에게 괜한 호기를 보이는 장면은 연암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한 중국이 말을 다루는 모습을 관찰하여 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말해주는데 자신이 연암협에서 살게 된 까닭이 일찍부터 목축에 뜻이 있기 때문이라며 조선에서 목축업이 발달하지 못하는 이유를 아주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그 이유는 간단하게 말을 다루는 방법이 틀렸고, 말을 먹이는 방법이 옳지 못하고, 좋은 종자를 받을 줄 모르고, 목축을 맡은 관원이 무식하기 때문이다.



<환연도중록>은 황제의 만수절 행사를 마친 뒤, 열하에서 다시 북경으로 돌아기기까지 길에서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만리장성의 역사와 그 제도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함께 수천, 수백마리의 낙타를 보며 낙타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황교문답>에서는 황교에 관한 이야기인데 황교를 쓴 이유에 대해서 서문에 연암이 밝혀놓았다. 그것은 바로 천하의 형세를 살피는 것이 목적인데 황제가 티벳의 반서를 스승이라 삼은 이유를 정치적인 이유라 설명하고 있다. 티벳의 강성함을 견제하는 방법으로 황교를 우대해주는 것이다. 또한 중국인, 특히 한족 지식인들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모색과 만주족들을 바라보며 천하의 대세를 읽고자 함이니 연암의 학문의 깊이는 지식을 넘어 천하를 대비하고 있었으니 그 깊이가 과히 알 수 없음이다. (후에 중존 이재성의 논평에서는 반선에 대한 이야기를 연암보다 더 자세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음을 한탄하고 있다. 왜냐 반선에 관한 기록이 연암이 외국인이기 까닭에 반선기록의 존재는 엄청난 것이지만 사사로운 기록이 되기 때문이다.)

<심세편>에서는 천하의 형세를 살펴본 글인데 특히 중국의 문화 정책과 관련한 사상 통제의 실제를 예리하게 분석했다. 연암은 여기에서 천하정세를 살피는 자신의 방법을 피력하는데 조선 선비들의 우매함을 중국의 선비들과 비교분석하여 설명하고 있다. 겸손한 마음으로 배움을 청하여 마음 놓고 이야기를 터놓도록 유도하고, 겉으로는 잘 모르는 것처럼 가장해서 그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든다면, 그들의 눈썹 한 번 움직이는 데서도 참과 거짓을 볼 수 있을 것이요, 웃고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실정을 능히 탐지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종이와 먹을 떠나서 그들의 정보와 소식을 대략이나마 얻을 수 있었던 방법이다.

<망양록>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차려 놓은 양고기 요리를 먹는 것조차 잊었다는 뜻이다. 여기 정신을 팔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고금 음악 변천사이다. 음악의 악률과 그 원리에 관한 문제, 음악의 문화적 의의, 악기의 변천사, 음악 이론의 변천등을 중심으로 전문적 지식을 동원하여 담론한 글로 가장 어려운 장이다.



2권의 주된 내용은 중국의 지식층들과의 필담을 통하여 천하의 정세를 살피는 한편 조선에서는 청이 중국을 지배한지 백년이 흐르고 있음에도 아직도 친명배청이라는 사상을 버리지 못한채 청을 미개하게 만 보는 조선의 지식층을 바라보며 한탄하는 내용이 지배적이다. 명나라의 지식층들이 자신들이 멸시하던 만주족의 지배를 받으며 고뇌하는 모습을 통하여 조선선비들이 조금이라도 무식과 무지함을 벗어나길 바라는 연암의 소망 또한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이 무지함에서 비롯됨을 개탄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아마도 연암은 조선에서 실학파들이 가지고 있던 고민들이 무척이나 사무친 듯 보였다. 슬프다 ! 하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거 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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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1 - 새 번역 완역 결정판 열하일기 1
박지원 지음, 김혈조 옮김 / 돌베개 / 2009년 9월
구판절판


내가 연암 박지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근래에 들어서이다. 안대회 저< 천년 벗과의 대화>에서는 연암 박지원의 한 글귀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사람은 원래 자신이 관심하고 있는 것만을 보기 때문에 아마도 박지원의 글들이 내 관심사였던 모양이다. 참으로 희한한 것은 어렵게만 생각했던 고전 속의 위인들이 자꾸 내 마음에 들어오는 모양이 마치 천년 벗을 사귀는 기분이니 연암 박지원의 말처럼 인연으로 만난 벗이라 할지라도 그와 나는는 대화가 무료하고 함께하는 행동이 구차하다면 차라리 홀로 책 속에서 벗을 찾는 것이 낫다는 말이 십분 이해가 간다. 한 편으로는 연암 박지원의 모든 것이 궁금해진 이유도 있다. 자유롭고 호방하며 뛰어난 문장가임에도 출사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으며 살기가 쉽지가 않았을 터인데 평생을 가난에 허덕이면서도 비굴하지 않으며 성리학을 하는 양반들에게 비난을 받아도 전혀 꺼리김없이 살았던 연암 박지원의 진정함을 알길 바라며 책을 펼쳤다.



[열하일기]는 모두가 알 듯이 중국기행문이다. 1780년 청나라 건륭 황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으로 연암 박지원도 가게 되었는데 이 때까지 연암은 이렇다할 벼슬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삼종형 금성위 박명원에게 부탁하여 사절단에 오르게 된 연암은 말 등에 앉아 중국의 모든 것을 관찰하여 기록하였는데 열하일기를 가지고 조선에 오자 열하일기는 사대부들에게 비난을 받게 된다. 이 비난의 이유는 여러 가지 였는데 열하일기가 비난의 대상이 되자 정조에게 까지 불려가게 되지만 정조의 뜻에 의해 서민들도 읽기 쉽게 한글로 번역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받게 되는데 이유는 열하일기 안에 당시 사회 제도와 양반사회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독창적이고 사실적인 문체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정약용 같은 일부 지식층에게도 비난을 받는다.)



읽는 동안 나 역시 실학파였던 연암 박지원에 대한 몇가지의 오해를 하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박제가가 북학의를 저술할 때 한 말 때문이다. 박제가는 청나라에 박지원보다 먼저 다녀왔는데 그 중에 청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언문을 쓰지 말고 모든 백성이 청나라 말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실학파들이 지나치게 청에 치우쳐 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끔 나는 한가지로 많은 것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곤 하는데 바로 그런 오류를 범하고 말았던 것이다. 박제가의 지나친 격정의 말을 실학파 모두의 뜻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열하일기 안에서 만나는 연암 박지원의 생각들은 무척 사리에 밝고 생각이 깊으며 조선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 나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아주었다.



열하일기를 번역한 김혈조는 책의 앞머리에 열하일기를 읽는 방법을 알아야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열하일기에는 연암 박지원의 진정성, 책을 집필한 진정한 의도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것은 열하일기를 읽으면서 꼭 참고해야할 것 같다.

첫째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정보의 제공이다.

두 번째가 선진 문화 문물을 본받아야 한다는 북학의 내용이다.

세 번째가 천하대세를 어떻게 전망했는가? 하는 주제이다.

네 번째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간 유형에 대한 묘사와 인물의 창조이다.

다섯 번째가 선비 곧 지식인의 역할과 처신에 관한 문제이다.

“조선의 지독한 가난은 따지고 보면 그 원인이 전적으로 선비가 제 역할을 못한 데에 있다.”



역사는 현재의 역사를 대변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그 역사를 움직이는 주체는 인간이다.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 다섯가지의 주제로 보는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의 진정성과 함께 열하일기가 세계 유수의 고전 반열에 편입시켜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사유하게 될 것이다.



책의 시작은 압록강을 출발하여 요양에 이르는 <도강록>부터 시작하는데 중간중간 연암의 재치있는 언변에 웃음이 나기도 하며 넓디 넓은 요동 벌판을 마주하며 한바탕 통곡하기 좋겠다는 대목에서 연암의 깊은 생각을 알 수 있다.



<성경잡지>는 심양의 이모저모를 다루고 있는데 심양에서 체류하며 겪은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장은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은 장인데 연암이 촉과 오나라의 젊은이들과 함께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를 꽃피우는데 젊은 사람들이 연암의 깊은 학식과 재치에 반하여 외국인임에도 인연을 소중히 하는 모습이 사뭇 정겹다. 더욱 재미있는 장면은 연암이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필력을 뽐내려고 글씨 써주는 대목에서는 왜 그렇게 웃음이 나는지... 연암의 호기심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의 상가집을 구경하고 싶어 몰래 들어가 보기도 하고 청나라 여인들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곁눈질로 살펴본 후 글로 쓰는 모습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아마 오해하기 딱 십상이다.



<일신수필>에는 청나라의 풍물과 체험을 쓴 내용인데 서문과 수레에 관한 관찰이 들어있다. 7월 15일의 일기에 연암은 중국의 장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경관에 대해 경탄하지만 스스로를 삼류선비라 칭하며 중국의 장관을 이렇게 말한다. “ 정말 장관은 깨진 기와 조각에 있었고, 정말 장관은 냄새 나는 똥거름에 있었다고.” 여기에는 연암 박지원이 조선 선비들이 농공상을 천시하여 회피하지만 중국의 법이 농공상을 발달시키기 위한 법과 제도가 잘 발달되었을 뿐 아니라 백성들이 농사짓기 위한 기본적인 틀을 잘 마련해 놓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막북행정록>이 1권의 마지막인데 북경에서 열하까지 가는 동안의 체험, 특히 고생하면서 가는 길의 여정을 기록하였다. 여기에서는 사절단의 한명이었던 박래원과 이별을 하며 이별에 대한 괴로움을 생각하는 장면이 있는데 산문형식으로 되어있다. 연암은 이별과 함께 소현세자를 떠올리며 시를 읊는데 소현세자를 생각하는 연암에게서 신하의 충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책에는 그 시대에 사용되었던 물건들에 대한 설명과 과거의 모습과 오늘날의 모습, 중국의 역사에 등장했던 인물들의 사진설명과 함께 연행의 전 코스를 답사하여 요동의백탑의 사진, 근년에 새로 복원한 광우사의 모습등의 사진을 수록하여 열하일기를 더욱 생생한 기행문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최근 열하일기를 세계 유수의 고전 반열에 편입시켜야한다는 주장은 무척이나 타당한 주장이라고 느꼈다. 또한 열하일기가 기행문의 형식뿐만이 아니라 산문형식을 띄고 있으며 연암의 창작방법은 무척이나 참신하다. 어렸을 적 국사시간에 열하일기의 일부분이라도 수록되어 공부하였더라면 조금은 실학파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을 텐데 하며 우리나라 교육에 아쉬움을 토로해본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열하일기를 읽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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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키
존 윈덤 지음, 정소연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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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영화하면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먼 미래에 사람들이 바코드로 물건을 사고 파는 장면이었는데 바코드가 처음 출현했을때 악마의 숫자니 뭐니 하며 인간을 물질화시킨다는 등의 비난이나 부정의 의견이 많았는데 이제는 아주 익숙하게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먼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처음엔 그렇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미래란 측정하기 힘든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인 듯 하다. <초키>는 그런 미래과학소설장르 중의 하나인데 근래 발표된 소설이 아닌 1968년에 발표된 소설로 고전SF의 거장이라고 불리운다. 작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출간된 소설로, 이제 곧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로도 만나게 될 것 같다.

 

매튜가 열 두 살이 되던 해의 봄 ,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매튜를 보며 초키의 존재를 알아챈 데이비드, 매튜의 아버지인 데이비드가 이 책의 화자이다. 매튜의 동생 폴리가 어렸을 적 보이지 않는 친구 피프가 존재했었기에 아이들의 성장과정중의 한 부분이라고 치부하고 싶었던 데이비드는 매튜를 관찰하기 시작하는데 차라리 매튜 혼자 중얼거리는, 어린아이 수준의 대화라면 그냥 보기만 할 텐데 어린아이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대화수준에 깜짝 놀라고 만다. 데이비드와 메리부부는 매튜에게 이상이 생긴 것을 감지하지만 메리는 매튜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고 정신과 의사인 친구에게 상담했다가 귀신들린 것이라는 등의 말을 듣고 근심만 가득해진다. 아들이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메리는 충격을 받고 데이비드는 매튜에게 초키에 대해서 조심스레 물어보는데 매튜의 방에서 특별한 느낌의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그림은 평범한 매튜를 천재화가로 바꾸어 놓고 수영도 하지 못했던 매튜가 강물에 빠진 동생소년 폴리를 구하게 되자 소년영웅이 되어 신문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우주공학과 배운 적도 없는 이진법을 술술 말하니 놀란 수학선생은 매튜를 천재수학자로 보는데, 이어서 매튜의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이 초키로 인하여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매튜가 실종이 되고....

 

문득 공상과학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ET가 떠올려지기도 하는데 독특한 것은 초키는 실체가 없다. 매튜의 몸에서 매튜의 눈으로 지구를 바라보는 것이다. 최근 지구외에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것이 사실임이 밝혀진 것을 볼때 1968년에 초키가 탄생되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우주공학에 관한 초키의 의견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머지 않아 지구에 닥친 위기를 초키는 유한하지 않은 동력원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자원을 사용해야 하며 무한한 동력원으로 방사능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함축된 표현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작가가 고전SF의 거장이라는 말이 사뭇 이해가 된다.

뿐만 아니라 <초키>안에는 매튜와 외계인 초키의 특별한 우정이 감동스럽게 펼쳐지며 매튜가 비록 가슴으로 낳은 아이이지만 인내와 포옹으로 감싸주는 부모의 모습을 통하여 진정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가족소설인 동시에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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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거미줄 (Web)
    from 512 2012-02-01 17:31 
    자연의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존 윈담의 단편 소설. 거미줄.트리피드의 날(The Day of the Triffids)을 쓴 영국의 SF 작가 존 윈담. 그가 죽은 지 십 년 후에 출간된 단편 소설입니다. 그의 다른 글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짤막한 이 소설은 그가 내공이 쌓인 작가라는 걸 여실히 보여 주는군요.“ 태초부터 인간의 삶의 일부였던 ...
 
 
 
만들어진 승리자들 - 콜럼버스에서 마릴린 먼로까지 거꾸로 보는 인간 승리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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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짜가 뭔지 모를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때는 진짜를 알 수 있는데도 가짜를 숭배하기도 한다. -p17

 

<만들어진 승리자들>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위인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가 도대체 어떤 인간에게 ‘영웅’ 또는 ‘위대한 인물’이라는 이름을 만들어준 것인가? 라는 물음의 시작으로 시작된 이 책은 많은 위대한 이름들이 나온다. 나폴레옹, 니체, 마오쩌둥, 히틀러, 루소, 괴테 등등 많은 인물들 속에서 그들의 위대함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를 알게끔 하는 책이다. 왜? 그런 의도를 가지고 저술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저자는 우리가 허깨비 앞에다 넙죽넙죽 큰절을 올리듯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알 수만 있다면 정말 제대로 알고 경탄해야 할 사람들이 있고, 또 ‘무명의 천재’라는 묘비를 세워주어야 할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세종류의 인물로 나뉜다. 위대한 유명인위대하지 않은 유명인, 그리고 유명하지는 않지만 위대한 인물이다.

 

세상의 가장 큰 변화들은 반미치광이에 의해 이루어졌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영웅이라는 것이 천재나 일반사람과는 비교되는 빼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영웅이라는 것이 마치 우리안에 잠재되어 있는 어떤 본능에 의해서 사람들은 끊임없는 무언가를 갈망하고 그것의 표출이 바로 영웅숭배로 나타나는 것임을 알았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위대한 남자에 대한 갈망은 잃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어느 시대에든 시대를 대표하는 영웅은 꼭 있었고 시대의 요구에 따라 위대한 인물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위대한 개인은 언제나 하나의 우연이란 말처럼 시대와 개인이 만나는 것은 우연에 기인한 것이며 시대적 욕구와 개인의 욕망이 만나는 것은 행운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위대한 인물이라는 명성은 재능과 우연을 인간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위대한 인물들 중에 여성이 거의 없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역사가 남성중심의 역사였다는 것도 이유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성들이 하는 일이 대부분 기록으로 표현될 수 없었던 이유도 있다. 그러므로 과거 여성은 역사와 백과사전 편찬자들에게 명성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이다.

 

이어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위인들에 대한 환상을 과감히 깨버리는 이야기들이 있다. 위대한 인물들이 성품까지 고결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는 하지 말라. 작품의 아름다움이 작가의 모든 것이 아름다울거라는 상상도 하지 마시길 ! 베토벤은 천연두로 얽은 투박하고 어두운 얼굴에 코까지 주먹코였으며 소크라테스는 콧등이 말안장처럼 잘록하고 못생겼으며 장 폴 사르트르는 지독한 사시였다. 사도 바울은 사팔뜨기에 안장다리 난장이였고 모차르트는 포동포동한 데다 주먹코에 귓불까지 없는 참으로 볼품없는 인물이었다. 링컨은 193센티미터의 키에 해골처럼 앙상하고 팔다리와 손발이 병적으로 길었으며,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슈피프터는 좁은 계단에서 마주치면 안 될 정도로 뚱뚱했다. 따라서 천재적이거나 우리가 익히 알고 영웅들에 관하여 고상하고 완벽한 외모를 연상하는 것은 전설일 뿐이다. 오히려 천재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보다 못생겼거나 기형인 경우가 더 많다. 거기다가 대분분이 육신의 병을 안고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인물에게 육신의 병이 차지하는 역할은 무척이나 크다. 루소는 아픈 방광 때문에 평생을 지독히 고통스러워했을 뿐 아니라 30년 이상을 끊임없는 이명에 시달렸고, 프로이트는 구강암으로 스물세 차례나 수술을 받은 뒤에도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과 세련미가 넘치는 문체를 잃지 않았으며, 말라리아로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알브레히트 뒤러는 말년의 작품들에다 ‘고통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서명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베르디는 위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속에서 오페라[시몬 보카네그라]를 작곡했다. 간질환자와 결핵환자,난쟁이, 불구자, 말더듬이 건강하지만 스스로 육신을 병들게 한 천재들도 있다.

“천재는 병 속에서 깊은 체험을 하고 병에서 창작의 물을 긷는 생명력의 창조적 표현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위인들의 불행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 위대한 이들에게 닥친 불행은 그들을 더욱 확고한 명성을 얻게 한다. 많은 위인들이 자신의 고통을 미화하고 어쩌면 과장까지 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위인들 가운데에서는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불구자나 우울증 환자, 간질 환자, 주정뱅이, 약물 중독자, 거기다 스스로 목숩을 끊거나 미친 사람도 드물지 않다. 몽테뉴의 말처럼 “명성과 휴식은 한 지붕 밑에서 살 수가 없다.” 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내면에서 천재의 불꽃을 느끼는 사람은 슬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의 삶은 불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그게 천재의 불꽃이니........천재는 세기를 잠시 비춘 뒤 소실되고 말 유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에는 많은 위대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스스로를 신격화한 사람도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를 만들어 지금까지도 그리스의 신들이 현대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듯이 우리는 언제나 신을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위대한 인물들이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많은 영향을 받고 있듯이 우리는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사랑받기를 열망하고 그 열망이 누군가를 향한 갈망으로 이어져 우리 내면에서 신과 같은 완벽한 영웅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만들어진 영웅은 신과 같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 영웅이 결코 하찮은 존재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영웅의 탄생은 우리안에 있는 갈망에 의한 것이므로 영웅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말라는 것이다. 인간의 그런 끊임없는 갈망에 의해 탄생된 지도자나 현대 우리가 만들어낸 스타들 또한 우리와 같은 인간일 뿐이며 만들어진 갈망의 표상으로서만  받아들이길 바란다. 최근 완벽할 것 같은 유명인들이 많은 실수를 보여주는 것은 그들이 실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은 원래가 그런 사람이다라고 이해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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