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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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일본에서 잘나가는 추리소설 작가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데 이 작가의 이름은 처음 접해본다. 저자의 약력이 이채로운 것은 아이큐가 178 이라는 것과 SF의 거장이라는 것이다. 사실 너무 뛰어난 사람이면 왠지 기대심리가 반영이 되는데 나도 이 천재작가의 추리소설을 펼치며 어디 천재작가의 추리소설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재미없으면 너 죽었어 !!!!) 다 읽고 나니 음.. 천재작가를 일반인인 내가 판단하기가 ^^;;

 사실 독특한 건 없다. 아주 전형적인 본격미스터리의 밀실살인사건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떠올려 지는 그림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래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에서처럼 공포스러운 점은 없다. 하지만 소설안에 강한 여운을 남기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범인은 ~ 바로 ~ 당신이예요 ! 하고 외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인가...

 

프랑스의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크레크의 그림으로 저택을 꾸며놓은 기우치의 초대로 스물 여덟의 남자 세명이 길을 떠난다. 절친한 친구인 세사람은 한 사람은 로크레크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 슈, 그리고 슈로 인해 여덟살 때 장애를 안고 평생을 난장이로 살아야 했던 시게키, 그리고 소설에서 존재감이 가장 적은 대학조교 구도, 이렇게 세사람이 마음이 들뜨는 이유가 또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 쓰리 버진(세처녀) 가  로크레크저택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게키를 다치게 한 죄책감으로 평생을 옆에 있어주겠다는 맹세를 한 슈는 여덟살 사고이후 한번도 떨어져 본적이 없으며 사촌지간이라 더욱 친하게 지내왔다. 그러나 이 저택에 가는 내내 시게키는 마음이 무겁다. 화가로 명성을 떨친 슈가 영화를 찍었지만 흥행실패라는 좌절을 맛본 후 다음 영화의 제작을 위해 제작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기우치의 로크레크초대의 진짜 이유는 슈에게 자신의 딸을 주고 싶었던 기우치의 본심때문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결혼지참금이 따라오는 말그대로 초대라는 이름의 상견례자리인 셈이였다.

 

저택에서 세남자를 기다리는 쓰리버진은 히로코, 노리코, 에리 인데 이 순서가 살해당하는 순서이다. 히로코는 매력적이며 귀엽고 상냥하지만 돈이 없고 노리코 역시 매력적이지만 기우치의 딸이며 부유하며 지적인 캐릭터이다. 에리는 눈치없고 사치스러우며 속물적인 캐릭터이다. 여기서 히로코,에리는 슈에게 무한신뢰를 보이지만 노리코만 슈에게 시니컬하게 대한다.

 

저택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난 다음날 아침에 들린 두발의 총성으로 히로코의 방에 모인 사람들은 피로 물든 네글리제를 입은 히로코를 보게 된다. 이것이 살인의 시작이었다.

 

이  소설은 1990년작이다. 당시에는 무척 뛰어난 작품이었을테지만 그 사이  본격미스터리가 워낙 인기가 많은데다가 최근 들어 추리소설 대한 관심도들이 높다보니 스토리는 조금 익숙하게 다가온다.하지만 이 소설이 주는 여운은 마지막 "부디 저를 사형시켜주십시오." 라는 말이다. 자신의 살인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사실과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엄청난 잘못을 후회하는 이 한마디에서 어이없는 실소를 터트리게 된다.  일종의 블랙코미디랄까..... 왜 너무 안타까운데 되돌릴 수 없는 진실앞에서 허물어지는 감정이 들때 느껴지는 그런 실소가  ...또한 트릭의 기법중 이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트릭은 서술트릭이다. 작가가 창조주가 되어 작가의 의도대로 독자가 따라가게 되며 범인을 예측할 수 없는 오류에  빠지게 만드는 트릭으로 범인에 대한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간중간 복선으로 암시가 되어 있다.  본격미스터리의 장점과 서술 트릭의 매력이 잘 어우러지는 천재작가의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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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의 이틀 밤
문지혁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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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리 루소 <잠자는 집시>

 

단편집들의 매력을 느끼지 못해 장편을 선호했었는데 단편집의 매력이 무척이나 잘 나타나 있는 책이다. <사자와의 이틀밤>으로 시작하여 총 8편이 실려 있는데 모든 이야기들이 아주 재미있다. 특히 표제작인 이 사자와의 이틀밤이 무척 인상적인데  주인공이 뉴욕에 가서 우연히 조우하게 된 여자친구와 이틀 밤을 보내면서 루소의 [잠자는 집시]에 나오는 사자와 잠자는 집시여인의 모습을 자신과 여자친구의 거리감으로 느끼게 된다.  " 밤새 나는 그녀와 사자가 나오는 꿈을 꾸었는데, 꿈에서 그녀는 바위 밑에서 떨고 있는 내게 다가와 부드럽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라는 표현처럼  <잠자는 집시>의 집시가 되어 있는 자신과 <잠자는 집시>에 나오는 사자가 된 여자친구를 느낀다. 과거 친하게 지내던 그녀의 눈물많던 모습이 떠오르고 그녀에게는 새로 생긴 연인이 있고 달빛아래 같은 침대에 누워 과거와 현실의 모습이 교차되며 현실과 상상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느낌에서 그녀가 사자일까. 내가 사자일까. 그녀와 나는 <잠자는 집시>의 집시와 사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제 잠에서 깨어나면 사자가 집시여자를 잡아먹게 될까. 아니면 사자는 잠든 집시여자를  바라만보다 사라질까.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사자와의 이틀밤이 꿈을 꾸는 듯한 이야기이듯이 다른 이야기들도 명확한 것은 없다.  <안녕, 열일곱>에서 서른 일곱살인 과외선생님을 사랑한 열일곱 사춘기소녀의 이야기 또한 과외선생님이 자살을 했는지 안했는지 알 수 없다. 열일곱 소녀가  지독한 첫사랑의 경험이 준 상처와 아픔속에서 성장하기 위한 홀로서기는  자우림의 노래가사 속에 담겨져 있다. 상처투성이 그 앨 안고 다정히 등을 다독이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의 손에 자란 우주인은 자신의 이름에서 느껴지는 엄마가 분명히 우주에 산다는 믿음을 가진다. <스페이스맨>은 그런 우주인을 통하여 우주에 간 우주인이 우주에서 만난 엄마가 이름이 원래는 안주인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에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유머있게 표현하고 있다. 마치 한편의 성장소설같은 스페이스맨은 재미도 있지만 가슴이 짠해지기도 한 단편이었다.

 

<마이 퍼니 발렌타인>은 발렌타이에 만난 두남녀를 통해 화성남자 금성여자같은 캐릭터의 느낌으로 남자와 여자의 이중성을 무척 우스꽝스럽게 그리고 있었던  단편이었고 <온 더 댄스 플로어>는  DDR 게임의 댄스팀 의 잘 나가는 멤버인 주인공이 군대에 갔다온 뒤로 급변화한 사회에서 느껴지는 고독감이나 쓸쓸함을 아주 신선하게 표현하였다.

<흔적의 도시>는 강간당한 아내가 자살을 한 것으로 알았지만 시간이 흘러 우연히 아내의 메모를 발견한 후 아내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다른 단편들과 마찬가지로 결론은 독자의 몫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호기심.........그건 과연 얼마나 정당할까요? 라는 물음과 함께,

<그랜드 센트럴의 연인> 아주 오래 전 센트럴 역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기억해낸 두 연인들의 어지러운 발자국과 오르락내리락 하는 계단처럼 이들의 만남 역시 아리송하긴 만찬가지다.

<골목길>의 주인공 또한 삶이 불안정하기 마찬가지. 예술의 길을 걷다가 느즈막이 생활고로 인해 작가지망생을 꿈꾸던 주인공 앞에  우연히 만난 한 여자 강윤정이 주인공을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다. 사랑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 고백이 의미하는 것은 사랑의 시작이거나 사랑의 종말이다. 

 

진실이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동하는 무엇이었다. 존재처럼, 혹은 끝내 완성될 수 없는 소설처럼. 이 소설은 완성이란 이름이 없다. 아마도 작가가  완성이란 이름을 남기지 않은 것은 우리의 모든 삶의 모습이 고정불변의 모습보다는 끊임없이 요동치는 다양한 삶의 모습때문일지도 모른다. 완성이 아닌 삶을 살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의 상처와 추억, 그리고 사랑을 한가지의 모습이 아닌 각자 여러가지의 모습이 펼쳐지지만 그  8편의 주인공들은 개성이 각자 뚜렷하다. 그리고  8편의 주제는 결국 타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라는 것으로 귀결되는 아주 매력적인 문지혁의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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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희망 프로젝트 2 - 자궁경부암, 위암, 대장암 편 암 희망 프로젝트 2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엮음, 박지훈 그림, 이수겸 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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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 사망원인 1,2위라는 증명이라는 듯이 최근 암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흔히 불수 있다. 최근 사망한 스티븐 잡스도 암에 의해 사망했으며 연예인들이 폐암이나 대장암, 췌장암,위암에 걸려 사망한 일들이 최근 들어 부쩍 많아진 듯하다. 암은 현재 우리나라에 5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있고 매년 10만명 이상씩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친척 중에서도 암으로 사망하신 분이 계시고 가까운 지인들이 암에 걸리기도 해 이제 암이란 우리의 생활안 깊숙히 침투한 병명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암이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희망을 말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암희망 프로젝트>이다. 책이 만화로 되어 있어 쉽게 읽히는 대신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 암을 말하는데 눈물없이 읽을 수는 없지 않겠나...열심히 살던 가장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아이 유치원 재롱잔치에도 가보지 못하고 죽어라 일만했는데 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얼마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만화이야기>

암에 관한 기사를 쓰는 유승재기자는 평소 기사로 인해 병원출입을 자주 하게 되는데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폐암에 걸리고 대장암에 걸린 환자를 만나게 되며 자궁경부암으로 자궁을 척출해야 하는 환자를 만나게 된다. 그들을 만나면서 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고 건강진단을 받고 위암일까봐 불안과 초조의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암이라는 것이 결코 심각한 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인데 처음에 유승재기자는 암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기사를 쓰려고 하다 자신이 만난 환자들을 통하여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암에 대한 생각을 희망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암은 감기와 함께 우리 주변에 흔하게 존재하는 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암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암에 걸리면 죽을병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그리고 절망하고 포기하면 안된다. 암을 극복하고 이겨낸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암을 두려워해서는 제대로 싸울 수도, 이길 수도 없다.

결코, 감기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것처럼,

결코 암에 걸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지 마라.

암과 내 인생은 이제 각자가 아닌 '함께'임을 인정하라.

 싫다고 외면하고, 무섭다고 절망해선 안 된다.

알만큼 알아야 하고, 다스리고 이겨야 한다. 

 암과 나는 밉지만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야 하는 친구라 생각하자.

 암은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중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갑자기 아픈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한국 중년 남자가 암에 걸릴 확률이 가장 높다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암말기라 살날이 많지 않다는 둥,  자다가 심장마비로 죽는 친구도 보게 된다. 인명은 재천이란 말이 있듯이 우리가 얼마를 살지 어떻게 죽게 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 지인중에는 암을 이겨내고 아이도 낳고 사는 사람도 있다. <암희망프로젝트>에 실려 있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만화를 통해 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만화안에 못담은 자세한 정보는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의 암 가이드’라는 코너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희망은 암을 이겨낼수 있음을, 이 책이  암에 걸린 분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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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집 홍신한문신서 55
장기근 지음 / 홍신문화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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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주자’로 추앙되고 있는 퇴계 이황을 역사책으로만 접하다가 직접 쓰신 퇴계집을 읽게 된 것이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이황이 살던 시대가 무척이나 척박했던 시대였기에 퇴계집을 읽다보면 온통 나라걱정과 임금을 향한 충(忠)언이 대부분이다. 특히 학문을 하는 자세와 학문을 하는 목적이 수양에 있음을 강조하는 말씀이 무척 인상적으로 와닿는다. 지금은 책을 읽는 사람이 많기도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많다. 사실 바쁘게 살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이 책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이 결코 인격수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깊이 있는 덕(德)을 이룬 모습을 보인다면 많은 사람에게 모범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퇴계 이황의 학설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학문에 있어서는 뜻을 겸손하게 하라. 시종을 한결 같이 학문에 힘쓰면 덕이 자기도 모르게 닦아진다.”

“이를 곳을 알아서 그곳에 이르고자 하면, 서로 가까울 수 있고, 끝나는 곳을 알아서 끝나게 하면 같이 의(義)를 지닐 수 있다.”



내용은 시(詩)·교(敎)·소(疏)·차(箚) 및 제문(祭文)과 행장(行狀) 등의 27항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록된 시에서 이황의 깊은 향취와 학문의 깊이, 벼슬을 등지고 나이 50에 느끼는 감회를 느끼게 되자 마음이 숙연해진다. 소(疏)에서는 선조로부터 이조판서에 임명되나 사양하고 번번히 환고향을 간청하는 이유를 볼 수 있는데 이황 스스로가 오로지 벼슬에는 뜻이 없고 학문에만 뜻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도산십이곡발이라는 발문(跋文)이 있는데, 이는 자신이 도산십이곡을 짓게 된 연유와 조선의 가요를 평한 글로, 퇴계의 문학관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무진육조소의 내용은, 제1조 계통을 중히 여겨 백부인 선제 명종에게 인효(仁孝)를 온전히 할 것, 제2조 시신(侍臣)·궁인의 참언(讖言)·간언(間言)을 두절하게 해 명종궁과 선조궁 사이에 친교가 이루어지게 할 것, 제3조 성학을 돈독히 존숭해 그것으로서 정치의 근본을 정립할 것, 제4조 인군(人君) 스스로가 모범적으로 도술(道術)을 밝힘으로써 인심을 광정(匡正)할 것, 제5조 군주가 대신에게 진심을 다해 접하고 대간을 잘 채용해 군주의 이목을 가리지 않게 할 것, 제6조 인주(人主)는 자기의 과실을 반성하고 자기의 정치를 수정해 하늘의 인애(仁愛)를 받을 것 등으로, 시무 6개조를 극명하게 상주한 글로서 품격 높은 명문이다.




퇴계집을 통하여 학문만이 깊이뿐만이 아니라 퇴계 이황을 성현으로 추앙되기도 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으며 이후 퇴계 이황의 문집들이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 유입되어 일본 내 주자학의 주류로 자리매김 하게 되는데 오늘날 퇴계 이황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일본과 대만, 미국, 중국 등 국경을 초월해 이루어지고 있다. 아마도 퇴계 이황이 탐구하려고 하였던 큰 주제가 인간의 수양에 관한 것이기에,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바쁜 나날들 속에서 잔잔한 마음의 고요함을 느끼고 싶을 때 퇴계집에 실려 있는 시 한편 읊조리는 여유를 부려보고 싶다. 예나 지금이나 시대의 하수선은 여전하니 옛선인과 함께 망중한이나 즐겨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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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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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꿈이 있다. 하지만 내 꿈은 언제나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꿈으로 존재만 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나만 그럴 것 인가 ! 가수가 꿈인 내 친구는 먹고 사는 문제에 부딪혀 편의점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고 과학자가 꿈이었던 내 친구는 먹고 살기 힘들어 일반 회사에 취직하였다. 미술을 하던 내 친구는 그래도 저가 하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일 테지만 그래도 미술학원을 차려 입에 풀칠을 하고는 산다. 뭐든 것이 이 먹고 사는 것 위에 있다. 삶도 사랑도 문화도 정치도 경제도 모두가 따지고 보면 먹고 살자는 것 아닌가.



문화로 먹고 살기 이 책은 문화로도 먹고 살수 있다는 경제학자의 말이다. 그럼 문화로 먹고 사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 문화라는 것에는 우리가 보고 듣고 생활하는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다. 아시아에 분 한류열풍을 예로 들면, 드라마, 영화, 음악의 열풍을 가져와 경제적으로나 국가 경쟁력이나 여러 가지 다방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한류라는 문화 안으로 들어가 영화, 드라마, 음악, 책이라는 문화의 내적인 부분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럼 이 한류를 형성한 문화 속은 어떻게 되어있느냐를 두고 문제점과 개선책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이제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굶어죽는 사람이 이 문화의 내면이다. 젊은 소설가가 배가 고파 죽고 생활고로 인하여 비관자살한 감독이 있으며 힘들다며 투신자살한 막내방송작가가 있는 현실이 곧 문화의 내면이란 사실이다. 그럼 개선책은 있는 것일까?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환경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서 다소 공감했던 부분은 스타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출연료에 대한 생각이다. 열악한 제작환경 탓으로 여배우가 촬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도피한 후 다시 복귀 한 일을 본 적이 있다. 편당 수 천 만원을 받는 여배우가 고작 몇 십 만원을 받는 제작진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제작진들은 여배우의 처우에 관한 성명서까지 발표했고 이어 다른 배우들도 여배우의 태도의 문제점을 이야기했지만 kbs는 없던 일처럼 사건을 무마시켰다. 이것은 방송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수 십 명의 의견보다도 단 한사람의 스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열악한 제작환경을 탓해야 하는 건 편당 수 천 만원의 스타가 아니라 배가 고픈 제작진이라는 것을 그 배우는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만 편중되는 출현료처럼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편중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 불거져 있는 영화 ‘디워’감독의 파행 또한 우리나라의 방송문화가 속으로는 얼마나 곪아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본다.



그리고 책에 관한 이야기, 책을 보면 최근 출판업계의 동향과 함께 우리나라의 독서 실태를 새삼 떠올려보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책 안 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성인기준으로 28퍼센트라는 통계이다. 우리 모두 부끄러워해야할 문제이다. 책을 읽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대가 있었는데....내가 살고 있는 곳도 서점이 두곳밖에 되질 않는다. 서점이 주로 먹고 사는 장르는 오로지 참고서이다. 책을 읽지 않는 미래, 결코 희망이 될 수 없다. 최근 한 조그마한 출판사가 부도를 맞았다. 책이라는 것은 이상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책은 사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서평이라는 좋은 제도로 인하여 가끔 읽고 싶은 책을 무료로 제공받을 때도 있지만 될 수 있는 한 사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무료로 제공받다 보면 마음이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모든 책을 당연히 돈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사서 읽는 것도 문화로 먹고 사는 일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것은 참 이상한 것이 한번 문화라는 것이 형성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지만 문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거니와 그 전에는 먹고 살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도 강조하듯이 이십대들이 먹고 살 길이 없다는 현실은 실로 큰 문제이다. 기술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문명이라는 것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으나 대신 우리가 먹고 사는 생활문화는 점점 축소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그 가운데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는 상황인 것이다. IT업계에서는 제 4의 물결 “융합”이라는 키워드로 세계가 디지털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선언했다. 나도 최근 스마트폰으로 바꾸었지만 이런 모든 변화 속에서 우리가 먹고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시대를 맞이하였지만 그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뜻도 된다. 영화, 드라마, 음악 모든 분야에서 젊은 일꾼들의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어쩌면 먼 미래에는 공부만 죽어라한 우리 아이들이 로봇의 명령에 따라 배달을 다니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문화로 먹고 살기는 과도기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대안이라 생각된다. 정치인들이나 문화인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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