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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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프루스트 클럽'과 함께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의 반올림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이 경혜 작가는 원주의 토지문화관에 머물고 있던 2001년 어느 날 한 소년의 죽음의 소식을 접하게 되고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후기에 밝히고 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중3 소년 재진의 일기장 첫 장에 쓰여진 글이다. 이 책을 처음 대하고 제목에 우선 섬찟해진 것이 사실이다. 순진하고 착한 소년 재진. 그늘 없고 천성적으로 남을 배려해 줄 줄 아는 심성을 가진 고운 소년. 이 소설은 그 친구를 사고로 잃은 후 그 죽음의 슬픔과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단짝 친구 유미의 이야기 체로 되어 있으며, 글의 중반부 부터는 나중에 발견된 재진의 일기장을 소개하고 재진을 회상하는 유미의 독백 형식으로 이어진다.

평범한 이야기가 무리없이 펼쳐져서 무난하게 읽히지만, 그러기에 이 책만에서 느껴지는 재미나 감동 같은 것 없이 이야기가 끝나는 감이 아쉽다. 친구의 사고사로 인한 슬픔과 충격을 묘사하는 것 외에, 특별히 다른 이슈가 없다고 할까. 죽음은 어느 세대에게나 슬픔과 충격이 아닐 수 없는 것 같다. 작가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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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 영화를 보면서, 읽고 있던 이 소설 이 구절이 떠올랐다.

 이 영화란 --> 열세살 수아
 이 소설이란 --> 미야베 미유키의 스텝파더 스텝
 이 구절이란 --> 인생이란 결코 드라마틱한 연애나 격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인생은 기한이 지나지 않은 건강 보험증이나 주택융자금 상환이 이달에 무사히 지불되었다는 은행의 통지서 같은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져있다는 것. -184쪽-

영화 중 수아와 수아 엄마가 오랜 만에 간 허름한 만두집 벽에 걸려 있던 낡은 액자. 밀레의 저녁 기도 그림 위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라는 거의 유행가처럼 되어 버린 푸시킨의 시가 쓰여져 있다. 유행가처럼 되었다고 해서 가볍게 볼것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한 구절에 위안을 받아왔을까....삶이란 그런 것, 아닐까 라고 감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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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6-2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텝파더 스텝> 제 책꽃이 있지요. 님 글을 보니 얼른 읽어야겠어요.

hnine 2007-06-2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는 일상들을, 사소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분 말씀이, 매일 오늘 같은 날들이면 좋겠다 싶게 오늘을 살라고 하시던데...오늘의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말이겠지요, 인생의 한 부분을 살고 있으니.
홍수맘님, 홍수맘님께서도 혹시 저부분에 밑줄 긋지 않으실까요? ^ ^ 다른 부분도 좋은 글 발견하면 알려주시기~~ ^ ^입니다.

비자림 2007-06-2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삶의 소소한 기쁨이 우리 삶의 에너지를 만들고 삶의 모습과 색깔을 만드는 것 같아요.^^

hnine 2007-06-23 0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소소한 기쁨을 많이 만들고 느끼며 오늘 하루도 지내야겠어요.

fallin 2007-06-2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의 글은 참 멋스러워요^^ 인생은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드라마틱한 연애나 격정을 꿈꿔요. 무심해진 남자친구를 탓하며 말이죠^^;;;하루하루가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거..오늘 하루가 내 인생의 전부가 된다는 거..생각하면서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hnine 2007-06-24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allin님, 에이...제 글이 멋스럽긴요~ 요즘 저도 이런 구절이 많이 와 닿는 때라서 그렇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요? ^ ^ 비오는 일요일, 편안한 하루 되세요~
 
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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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일본 소설에 최근에야  발을 들여 놓은 나로서는 이 책이 내가 읽은 그녀의 첫 소설이 되겠다. 우선, 설정이 재미있다. 도둑이 직업이 남자와 부모에게 버림받은, 버림받은 것 맞다, 저자가 그리 비참하게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중학생 남자 쌍둥이 형제. 쌍둥이 형제의 반 협박에 의해 도둑이 직업인 이 남자는 그들의 아버지가 되어주기로 하는 것이다. 즉 스텝파더 (stepfather)가 된 것이다. 일곱 편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엔 생판 모르는 개구장이 남자 아이들의 아버지 행세를 해야한다는 것을 매우 귀찮아 하지만, 나중엔 정이 들어 그들의 진짜 부모가 나타나 헤어지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을 상상하고 못마시는 술을 퍼마시며 괴로와하는 남자. 친자식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리도 사람의 마음을 바꿔 놓는 것인가. 전직 변호사이면서 이 도둑과 동업자 역할을 하는 그의 아버지가 말한다. 부모가 없어도 아이들은 자라지만 오히려 부모는 자라지 않는다고 (127쪽).
여섯 편의 연작 모두 유쾌한 필치로 그려져있지만 아마도 저자는 상식적이고 틀에 박힌 사고방식보다는, 사람들이 지나치기 쉬운, 흔히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틀렸다 말해버리고 마는 그런 이 사회의 계층, 현상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쉽게 틀렸다, 옳지 않다 라고 말해버리지는 않는 사람인 것 같다. 도둑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그렇고, 이 도둑이 상대하는 대상들이란 모두 가진 것을 도둑질당해도 될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나름대로 다 달아놓으려고 한 것을 봐도 그렇다. 부모없는 상황을 어둡고 우울하게만 그려놓기 보다는, 아버지를 하나 데려다 앉혀놓음으로써 상황을 타결해나가려는 겨우 중학생인 아이들, 나름대로 밝고 착한 천성을 잃지 않고 그들이 의붓아버지와의 관계를 끌고 나가는 것은 소설 속이어서 그런 것인가.
글의 곳곳에 저자가 추리소설 작가임을 드러내주는 곳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녀의 다른 소설을 필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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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 2007-06-2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을 지를까 말까 고민 중에 있었는데.."이유"라는 책을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저 파란 글씨요..맞는 거 같아요. ^^ 리뷰보니 읽고 싶어지네요^^

hnine 2007-06-24 06:05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작가가 끝까지 이야기를 우울하게 끌지 않고 간 것도 맘에 들어요.
 

열 세살.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쯤 되는 나이.

커피.
커피를 처음 맛보았다. 커피를 매우 좋아하시던 아빠께서 직접 타셔서는 내가 공부하는 책상 위에 놓아주셨다. 참 좋았다. 맛도 좋고, 냄새도 좋고, 기분도 좋고. 이 세상엔 배부르기 위해서만이 아닌, 기분 좋아지라고 먹는 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영어 숙제.
중학교 입학 전 겨울방학부터 영어라는 것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요즘이야 유치원에서부터 영어교육이 시작된다지만, '그 시절'은 그렇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므로, 입학하기 전 겨울 방학때 알파벳 익히고, 간단한 문장 읽기, 쓰기 익히고 가는 것이 보통. 대문자, 소문자, 인쇄체, 필기체...  재미있었다. 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 테입을 틀고 따라 읽으며 동생들 앞에서 으쓱했었다. 펜에 잉크를 찍어 쓰는 펜글씨도 처음 써보았다. 만년필은 훨씬 후에나~

라디오.
중학교 입학하면 으례히 받게 되는 선물이 우리집에서는 라디오였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들을 수 있는 자그마한 라디오. 나는 이 때부터 라디오를 거의 끼고 살았다. 책상에 앉으면 벌써 라디오부터 켜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까지 계속 라디오의 음악을 들었다. 방송국에 엽서도 얼마나 많이 보냈는지. 모 방송국에서 하는 예쁜 엽서전에도 여러번 응모했었다. 뽑힌 적은 한번도 없지만 그래도 좋았다.

진로에 대해 생각하다.
처음으로 나는 나중에 대학갈 때 무슨 과에 갈까 생각해보다았더랬다. 고심 고심 끝에 세개의 후보 과를 선정했었다; 교육학과, 사회학과, 영문학과. 엄마께 얘기했더니, 별로 탐탁해하지 않으시는 눈치. 착한아이 컴플렉스의 전형이었던 나는, 다시 생각해봐야 하나 보다 생각했다. 결국 나는 이 세 과중 어느 과에도 가지 않았다.

....

느닷없이 나의 그 시절을 떠올려보는 이유는, 지금 막 '열 세살, 수아' 라는 영화를 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열 세살 수아 역에 이 세영, 수아 엄마 역에 추 상미, 김 희정 감독의 영화인데, 다소 밋밋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봤다. 열 세살, 현실이 모조리 마음에 안 드는 나이. 발은 땅을 딛고 있음에도 마음엔 다른 세상을 품고 사는 나이. 그것이 현실과 부대끼며 겪는 이른바 성장통. 그것을 지켜 보고, 보듬어 안아야 하는 부모의 마음.

노란 버스를 타고 들판을 달리는 마지막 장면이 한동안 어른거릴 것 같다. 한줄기 눈물을 흘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 수아의 눈에 들어오는, 식당으로 개조한 낡은 버스 유리창을 열심히 닦고 있는 엄마. 거기서 영화는 끝나고 바로 출연 배우 이름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책을 읽을 때나, 영화를 볼 때나, 나는 지금도 그 사람을 이해하는 열쇠는 열 몇 살 하는 시기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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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7-06-21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열 세살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악마한테 광이라도 팔텐데 말이죠...

hnine 2007-06-21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삽질님 ^ ^ 휴...저는 별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안든답니다.

전호인 2007-06-21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세살이 우울했던 시기이기에 별로 내키진 않네요. 지금도 좋답니다. ㅎㅎ

hnine 2007-06-21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 지금 좋으시면, 그게 최고지요~

LAYLA 2007-06-2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그때 열심히 헬로우 티쳐 이런 거 연습했던 기억이 나요. 얼마전 서점 갔다가 중학교 1학년 영어책 보고 이거 정말 중1꺼 맞아? 하고 확인했다니까요. 난이도가 옛날과는 비교가 안되더라구요 ^^

hnine 2007-06-22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 반갑습니다. 저 영화 보셨어요?

홍수맘 2007-06-22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3살에 옆집으로 이사온 언니로 인해 만화의 재미를 알게되었다지요.

hnine 2007-06-23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언니 없던 저도 이웃에 언니 또래 사람만 보이면 일단 관심부터 가지곤 했었지요.

fallin 2007-06-2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남자친구와 중학교때 이야기를 하며 웃었는데..이 글을 보니 반갑네요.가만 생각해보니 지금과는 다르게 정말 명랑하고 솔직당당하고 그랬던 시간들이였거든요. 다시 돌아가고픈 시기^^

hnine 2007-06-25 18:18   좋아요 0 | URL
fallin님, 돌아가고픈 열세살 추억을 가지고 계시군요. 지금도 열 서너 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 조 머리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행복을 느낄까, 아니면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할까...궁금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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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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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6월 2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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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에는 어딘지 우리 문화에서보다 혼령에 관한 것이 많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스텝파더 스텝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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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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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6-2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권 겹치네요. ^^ 일본 소설이 술술 잘 넘어가긴해요.

hnine 2007-06-21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많이 심각하지 않으면서 술술 잘 넘어가는 재미에, 요즘 집중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스텝파더 스텝도 재미있네요. 오늘 밤에 리뷰 올릴려고요 ^ ^

딸기 2007-06-22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해전 일본소설들에 폭 빠져있었는데, 요샌 일본 인기작가군이 또 바뀌었군요.
지금은 거의 나오키상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는 모양이네요. :)

hnine 2007-06-2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그런 시기가 있나보죠? 저도 이게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네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로 지금도 눈 돌리고 있는 중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