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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아줌마 사이
야마다 구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큰나무 / 2004년 7월
평점 :
네개의 중편이 실려 있는데 제목은 그 중의 한 편의 제목에서 온 것이 아니다. 네 편의 공통적인 주제라고나 할까. 아가씨 같고 싶어하는 아줌마, 또는 아가씨이면서도 어딘지 아줌마 같은 여자 들이 등장 인물이다. 여기 나오는 아가씨들은 하나같이 애인도 없고, 자기를 꾸미는 일에 별 관심이 없으며, 활동 반경이 넓지 않다. 새로운 것에 대한 저지름 경향도 낮다. 반면 '요시노야의 구두'와 '바디 블레이드'에 나오는 기혼 여성들 (아줌마)은 매우 활동적이며, 당당하고, 능력이면 능력, 외모면 외모로 인정받고자 한다. '제곱의 법칙'에 나오는 18년차 전업 주부는 다소 그렇지 않았지만.
이야기 속의 아가씨들이 조용 조용, 나서지 않고 약간은 주눅 들어있는 듯 보이는 것은, 아직 배우자를 못 찾았다는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결혼을 한 여성의 경우엔 결혼하지 않은 것 처럼, 즉 아가씨처럼 보이고 싶어서 애를 쓰니...아이러니이면서, 또 현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옮긴이 (김 난주)의 글 중 한 토막,
'아가씨면서 아줌마로 살아가는 여자의 게으름과 아줌마면서 아가씨를 가장하려는 여자의 바지런함에 동시에 일침을 가한다. 결혼을 아가씨와 아줌마의 경계선으로 아는 여자들의 상식에 가차없는 채찍질을 하기 때문이다... 아가씨와 아줌마의 경계는 이미 결혼 따위가 아니라, 다소 역할 변화가 있을 뿐, 여자는 어디까지나 여자라고, 그리고 그 여자는 어엿한 인간이라고 외친다'
바로 그것! 아가씨와 아줌마를 경계 짓는 것은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발상인가. 여자는 어디까지나 여자이고, 인간인 것을.
제목에서 통속적인 내용만을 연상했다면, 생각보다 더 유쾌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심각하고 깊이있는 내용이라기보다, 아주 괜찮은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일어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