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4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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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 2, 3 권중 1권 읽기를 마쳤다.

대강이라도 어떤 내용인지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이 작품이 다른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 들어서 알고 있을 뿐.

과연 도스트예프스키는 일생의 마지막 작품인 이 소설 속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그가 작품을 통해 들려주는 삶에 대한 그 비밀의 메시지를 내가 찾아낼 수 있을까? 오랜 문학 작품을 읽기로 할때는 늘 이런 기대로 설레게 한다.

<죄와 벌>, 아주 오래 전에 읽었고, <가난한 사람들>, 고등학생때 읽었는데 처음엔 그저 두 연인의 편지 주고 받기 내용으로 보여 시시하다 생각했다가 다 읽을 즈음엔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고, 최근에 읽은 건 <지하로부터의 수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재미가 있고 없음을 떠나 그 독특한 내용과 전개 방식에 도스트예프스키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게 된 것 같다.

의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고 나중엔 사형 선고까지 받았지만 극적으로 구제되어 유형을 떠났던 사람. 간질과 가난에 시달리면서 작품을 써야했던 사람.

1권을 읽고난 후 소감을 남기기로 했다. 이 느낌이 3권 읽고 난 후에도 변하지 않고 계속 될지, 아니면 앞으로 남은 분량이 적지 않은 만큼 크게 달라질지 그것을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이다. 우선, 거의 600쪽에 달하는 분량을 읽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잘 모르겠다. 이 작품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아직 뭐라고 얘기할 단계가 아닌 듯하다. 다만 분명한 느낌은, 사회적인 문제, 철학적 문제, 심리적 문제 등 그 어떤 문제보다 작가는 신과 종교의 문제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수도사가 되고 싶어하는 막내 아들 알렉세이 카라마조프의 대사를 통해서는 물론이고, 둘째 아들인 이반을 통해서도, 심지어는 탐욕과 이기적인 인물 아버지 표도르를 통해서도 작가는 끊임없이 신의 뜻에 따라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신은 누구의 편을 들어주고자 하는지, 작가 스스로 묻고 대답하고 또 묻고 대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알렉세이는 알렉세이를 가장한 도스트예프스키였고 그것에 대해 반론을 펼치는 이반 역시 이반을 가장한 도스트예프스키였다. 어릴 때 버림받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장남 드미트리에서도, 방탕한 삶을 살아오며 끊임없이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아버지의 삶에서도 도스트예프스키의, 그리고 우리 인간의 한 단면을 본다. 글 한줄 한줄에서 작가의 재능이 아니라 그의 고뇌가 읽힌다. 아버지 표도르의 사생아로 나오는 스메르쟈코프는 육체도 정신도 모자란 사람처럼 그려지고 있지만 과연 그는 끝까지 모자란 사람일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화자는 누구인지 모르겠다. 작가 자신인지, 아니면 아직 등장하지 않은 제3의 인물인지.

2권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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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01-1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제 기억에도 굉장한 작품으로 남아 있어요!♥

hnine 2016-01-17 15:14   좋아요 0 | URL
저는 과연 다 읽은 후 어떤 감상을 느낄지 모르겠어요. 굉장한 작품으로 남아있다고 하시니 더 궁금해집니다.
아직 2,3권을 남겨놓고 있는 저를 위해 말씀을 아끼신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고요.
2권 읽고 나서도 또 짤막한 감상을 남기려고 해요.

oren 2016-01-1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소설을 읽느라 숱한 밤을 지샜던 기억이 나네요. 고등학교 졸업을 얼마 앞두고 꽤나 순진무구한(?) 상태에서 읽었던 터라 `인간과 세상이 참으로 어둡고도 비극적인 측면이 많구나` 싶은 생각이 절실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누구 말대로 `지옥으로 내려가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더라구요...
* * *
도스토옙스키의 생애와 작품은 서로 조응한다. 고통, 폭력, 정서적 위기, 과도한 행동이 생애와 작품에서 똑 같이 등장한다. 그의 장편소설들에서 발견되는 저 강력한 성실성은 저자의 생애를 평생 어둡게 만들었던 불안감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독자는 이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도스토옙스키를 읽는다는 것은 곧 지옥으로 내려가는 일이다.

그 소설들은 니체와 프로이트의 사상을 예고했다. 토마스 만, 카뮈, 포크너 같은 러시아 이외 지역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레닌, 스탈린, 히틀러 등을 연상케 하는 테러 이론과 실천을 극화했다. 도스토옙스키는 20세기가 어떤 일을 당하게 될 것인지 미리 알고 있었던 듯하다. 바로 이런 비극적 인식이 그의 소설에서 매혹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 기이한 인물을 정확히 묘사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의 중심 주제는 신이었다. 신에 대한 탐구,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가 그의 스토리의 핵심 요소이다.
- 《평생독서계획》중에서

hnine 2016-01-17 15:19   좋아요 1 | URL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읽으셨으면 일찍 이 작품과 맞대면 하셨군요!
신에 대한 탐구, 신의 존재 증명이 그의 스토리의 핵심 요소였다는 인용해주신 글을 보니 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작품을 보고 있는 건 아니라 안심이 되기도 하네요.
지옥으로 내려가는 느낌...까지 제가 온전히 느낄 수 있을지. 저도 늦게나마 이 작품과 맞대면 해보려고요.

페크pek0501 2016-01-1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 읽기를 마치신 것 축하드립니다. 저는 이 책, 포기했어요.
<죄와 벌>과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흥미롭게 읽었고, 앞으로 그의 단편소설을 읽을 생각이랍니다.
방대한 분량엔 이젠 자신이 없군요.

hnine 2016-01-17 17:35   좋아요 0 | URL
읽을 책이 여기 저기 산재해있는데, 읽고 싶은 책부터 읽어도 되지요 뭐, 어디까지나 그냥 순서에서 밀린 것 뿐^^ 자신없으시다니, 저도 읽는걸요.
저도 계획하고 읽기 시작했다기보다 어쩌다가 손이 가서 읽기 시작했답니다. 단편 소설에서 주제와 의미를 찾을 때 전 사실 더 짜릿하더라고요.

nama 2016-01-17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련한 백수시절인 80년대 중반, 세로로 된 책을 읽었지요. 거의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어요. 가슴을 묵직하게 울렸던 기억만이 가물가물 합니다. 대작을 읽고나면 인생에 좀 도움이 될까, 하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hnine 2016-01-18 06:36   좋아요 0 | URL
세월이 참 빨리 가지요? 그럴 때가 있었는데 벌써 삼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까요.
신의 존재나 의미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도스트예프스키의 고뇌와 탐구에 완전히 푹 빠져들진 못하며 읽고 있어요. 소설 속 인물들이 각기 그들의 개성대로 말하고 행동한다기 보다 모두 작가의 분신으로 움직이고 말하는게 보이는 것 같아서요. 아무튼 계속 읽어가는데 2권은 1권보다는 좀 가볍네요. 480쪽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