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나태주 <행복>-

 

 

 

엄마, 제가 가까이 두고 가끔 새겨보는 시랍니다.

나 태주라는 이 시인께서도 초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가르치시는 일을 하셨고요,

어려운 말 안쓰고도, 길지 않으면서도, 절제된 언어로 마음에 울림을 주는 따뜻한 시을 여러 편 쓰셨어요.

 

 

시인이 위에서 말한 세가지를 저는 다 가지고 있네요!

엄마는요??

 

 

 

 

 

 

아빠의 빈자리를 몸으로, 마음으로, 매순간 견뎌내시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엄마.

그옛날 어린 나의 투정이나 어리광을 받아주시기보다는 따끔하게 일침을 놓으시며 꿋꿋하게 자립적으로 일을 해나가라고 말씀하시던 엄마였다.

지금은 입장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이다. 몸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아무 것도 못하겠고, 아무 것도 하기 싫으시단다.

전화드리면 한시간이 훌쩍 간다. 엄마의 하소연을 다 들어드리다보면.

내가 엄마를 위해 하는 일이란 고작 그게 전부이다. 잘 들어드리는 일.

모자란 나는 사실 그것도 쉽지 않다. 내 의견 앞세우지 않고, 빈 마음으로 열심히 들어드리는 일.

 

 

 

 

 

 

 

 

 

 

 

 

 

 

 

 

 

 

 

 

 

 

 

 

 

 

 

방금

손수레가

지나간 자리

 

 

바퀴에 밟힌 들풀이

파득파득

구겨진 잎을 편다

 

 

- 권영상 <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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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08-30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시가 어찌나 어려운지 비문해독가가 있어야할 정도인데..쉽지만 감성 돋는 시..그래서 더 반가운건 아닌가 싶어요.

hnine 2015-08-30 17:38   좋아요 0 | URL
어렵게 쓰는 것보다 쉬운 말로 여러 사람의 감성을 돋굴 수 있는 시를 쓰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기도 해요. 나태주 시인의 시는 어떤 때는 눈에 띄지 않다가 어떤 때는 마음에 쑤욱 하고 들어올 때가 있더라고요.

숲노래 2015-08-3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한테서
한 시간을 달콤하게 하소연을 들으면서
삶을 누리는 이야기를
오래오래 고이 이으실 수 있기를 빌어요.

hnine 2015-08-30 17:40   좋아요 0 | URL
말씀하시는 엄마도, 듣는 저도 솔직히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답니다. 저는 별로 착한 딸이 아니어서, 엄마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듣고 있지도 않아요. 좋았던 일도 좀 말씀하시라고, 다그칠 때도 있는걸요.

stella.K 2015-08-30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플 때 누군가 잘 들어 주는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잖아요.
그러고 보면 저의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 저는 엄마 얘기를 얼마나 잘 들어 드렸는지
까마득하네요. ㅠ
시가 참 좋네요. 그러고 보면 저도 그리 불행하지마는 않는 것 같습니다.ㅋ

hnine 2015-08-30 18:55   좋아요 0 | URL
그럼요. 잘 들어주고, 가끔 공감해주는 상대만 있어도 이 세상 버틸 힘은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듣기만 하는데도 늘 쉽지는 않더라고요. 하소연의 범위가 자꾸 커져가는 것 같기도 하고, 엄마가 스스로 일어서야할 시기를 점점 더 늦추게 하고 엄마 마음을 더 약하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음식을 만들어다 드린게 가보면 그대로 있어요. 과일은 상한게 태반이고요.
시, 좋지요? 아래 권영상 시인의 시는 엄마께 보내드리지 않았어요. 혹시나 읽으시고 밟힌 들풀이 당신의 상황이라고 생각하실까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