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물그릇으로 가서 물을 꿀꺽꿀꺽 먹는 강아지, 보고 있자니 뭉클하다.

'목이 말랐구나.'

당연한 사실인데.

살려고 하는 모든 몸짓들. 살려고 하는 몸짓이라고 생각하면 모든게 뭉클하다.

 

 

 

목마르면 물을 마셔야지.

목마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물을 찾아 마실 수 있다는 것.

그것만 해도 대단한 일 같아 울컥 한다.

 

 

 

목이 마른 걸 느낄 수 없다면

물을 마시면 목마름이 가신다는 걸 떠올리지 못한다면

물이 마시고 싶어도 물이 없어 마실 수 없다면

 

 

 

 

 

주로 이런 생각들로 하루를 멍하니 보내고 있다.

다 중요한 것 같다가

다 쓸데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세상에 중요한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가

이 세상에 중요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살아있음의 증거는

이런 시간들에 있나보다

결국

내 인생이란

이렇게 진행되어가나보다

 

 

 

짬짬이 두 권의 책을 돌려가며 읽고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을 때는 옆에 노트가 있어야 하고,

<로마의 일인자>를 읽으면서는 앞의 인물소개, 지도 나와 있는 페이지를 자주 들춰봐야 한다.

 

 

 

오늘도 어제와 똑같이 쓸쓸하다

내일도 오늘과 똑같이 쓸쓸할거다

불만 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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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8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08-19 04:28   좋아요 0 | URL
늘 따뜻한 말씀 감사드려요.
특별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기 보다 이제는 저의 일상이지요. 그렇게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하네요.
낮엔 더운데 새벽과 밤엔 선들해요. 지금 일어나있는 이 시간에도 선들했는데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나니 금방 몸에서 열이 나네요. 계속 이렇게 달라지는 상황 속에서 살고 있어요.
어제와 별로 다르지 않은 날이라 할지라도 오늘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모릅니다.
얼마 안 남은 더위지만 말씀처럼 잘 보내보아요.

qualia 2015-08-1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비슷한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hnine 님의 윗글을 제 나름대로 ‘번안’하면
목마름/갈증의 느낌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목마름/갈증의 느낌은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일까?
목마름/갈증의 느낌은 과연 환각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목마름/갈증의 느낌이 단지 환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그 환각 자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물음들 등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오늘 아픔/통증의 느낌에 대해 생각했었죠.
왜 우리는 아픔을 느끼고 통증에 고통받아야 하는 것이지?
왜 아픔과 통증의 느낌은 존재하는 것이고,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일까?
요즘 유행처럼 오감과 희노애락을 단지 뇌가 만들어낸 환각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감각적 느낌과 심리적 느낌이 오히려 물리적 실체보다 더 근본적인 실체/실재는 아닐까?
하하, 뭐 이런 건조한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물음을 던지고 그 다음엔 세세하게 파고들어가야 하는데
생각이 짧아 다른 일상으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곳 hnine 님 서재에 왔다가 아주 비슷한 생각과 다시 만나게 됐네요.
정말 괜히/은근히 반가웠습니다.
hnine 님은 물을 꿀꺽꿀꺽 찾아 마시는 강아지를 보고 뭉클하다고 하셨는데요.
저는 hnine 님의 윗글을 읽고 ‘방클’했답니다~^^
생각한 게 넘 비슷해서 반갑고도 놀라워서요~ㅎ

hnine 2015-08-19 04:40   좋아요 0 | URL
qualia님의 물음은 물성과 영성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물음이네요! 갈증의 원인과 기능에 대해서는 생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그 느낌의 실체와 본질에 대해서는 답을 좀 더 찾아 나서야할 것 같아요. 진짜 느낌과환각의 차이는 무엇일지. 환각도 크게 보면 우리가 느끼는 느낌의 한 종류로 봐야할까요? 가짜 느낌? 음...가짜란 단어가 웬지 마음에 안드네요. 다른 단어로 대치시킬 수는 없을까...`심리적 느낌`이라고 하셨군요.
`방클`이라는 단어도 재미있습니다. 기억해두었다가 저도 언제 써봐야겠어요.
몸은 물을 원하나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스스로 물을 찾아 먹을 수 없는 상태, 즉 병든 상태이지요. 목마름, 통증, 이런 걸 느끼는건 모두 뇌든 마음이든 우리 몸이 그만한 기능을 해내고 있다는 것. 그런 당연할지 모르는 사실이 요즘은 자주 새삼스럽게 느껴져서요. 기계로, 주사약으로, 모든 통증을 차단시켜서 아무 감각 없이 누워 계시던, 중환자실에서의 제 아버지를 오래 지켜본 후로 그런 것 같아요.

oren 2015-08-1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 님께서도 요즘 니체의 저 책을 읽고 계시는군요. 그런데 hnine 님의 `이 글` 속에 니체의 `저 책`이 함께 담겨있으니 반가우면서도 괜히 마음 한 편으로는 좀 짠해지는 느낌도 전해지네요. `갈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니체의 저 책을 붙잡고 있을 리는 없을 테니까 말이지요.
* * *
목마를 틈이 없는 자는 물 마시는 쾌감도 알지 못할 것이다.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중에서

hnine 2015-08-19 20:36   좋아요 0 | URL
몇 사람과 함께 읽기 모임을 시작했는데 제가 추천한 책이랍니다, 니체의 책이요. 마침 그때 제가 읽고 있던 중이어서 함께 읽어보자고 했지요. 이런 책은 읽고서 할 말이 많을 것이 분명하므로 혼자 읽는 것 보다 함께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읽기 시작할 때에는 50%나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반 조금 넘게 읽었는데 생각보다는 이해 정도가 그리 저조하진 않네요. 신을 부정하고 초인을 내세우기 까지 니체는 신에 매우 몰입했었구나, 거의 전부를 걸다시피 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단계를 거쳐 신을 부정하고 초인을 내세우기 까지의 과정을 조금이라도 공감하고자 하는 목마름이 있습니다.
몽테뉴의 수상록은 oren님 때문에라도 읽어야 할 책으로 예전부터 꼽아놓고 있답니다 ^^

yamoo 2015-08-1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보니, 엣지 나인님께 베르그손의 책을 강추드려야 할 듯합니다. 대체로 번역이 안 좋으니, 절대 사상 시리즈 한 권인 <물질과 기억>을 추천드리겠습니다!ㅎ 개인적으로 엣지나인 님의 글로부터 니체 보단 베르그손을 읽으시는 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요~^^

hnine 2015-08-19 20:30   좋아요 0 | URL
당장 검색해봤지요. 베르그손의 <물질과 기억>. 그런데 이거 함부로 덤빌 책이 아니라는 결론 ㅠㅠ
하지만 이렇게 추천받은 책은 안읽고 못배깁니다 궁금해서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함께 읽기 모임 하는 사람들끼리 정해서 읽는 것이니 안읽을 수 없고, 그리고 생각보다 감동받으며 읽고 있기도 하고요. 이 모임에서 그 다음 읽을 책으로 제가 <물질과 기억>을 추천해보려고요. 아마 읽은 사람 없지 않을까 싶네요.
저를 엣지 나인이라고 불러주시는 yamoo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