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물그릇으로 가서 물을 꿀꺽꿀꺽 먹는 강아지, 보고 있자니 뭉클하다.
'목이 말랐구나.'
당연한 사실인데.
살려고 하는 모든 몸짓들. 살려고 하는 몸짓이라고 생각하면 모든게 뭉클하다.
목마르면 물을 마셔야지.
목마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물을 찾아 마실 수 있다는 것.
그것만 해도 대단한 일 같아 울컥 한다.
목이 마른 걸 느낄 수 없다면
물을 마시면 목마름이 가신다는 걸 떠올리지 못한다면
물이 마시고 싶어도 물이 없어 마실 수 없다면
주로 이런 생각들로 하루를 멍하니 보내고 있다.
다 중요한 것 같다가
다 쓸데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세상에 중요한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가
이 세상에 중요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살아있음의 증거는
이런 시간들에 있나보다
결국
내 인생이란
이렇게 진행되어가나보다
짬짬이 두 권의 책을 돌려가며 읽고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을 때는 옆에 노트가 있어야 하고,
<로마의 일인자>를 읽으면서는 앞의 인물소개, 지도 나와 있는 페이지를 자주 들춰봐야 한다.
오늘도 어제와 똑같이 쓸쓸하다
내일도 오늘과 똑같이 쓸쓸할거다
불만 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