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이 시작됐다 창비청소년문학 28
최인석 지음 / 창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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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석. 그가 1953년생이고 2010년에 이 책이 나왔으니 저자 나이 50대 후반에 쓴 청소년장편소설이다.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중년 후반의 남자 작가가 청소년소설을 냈다니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읽어보니 청소년대상이라지만 내용의 수위가 만만치 않다. 열일곱 여고생과 서른 다섯 담임선생님의 교제, 술집 여주인인 친구 엄마의 벗은 몸을 보고 연정을 품는 고등학생 성준, 가출과 무단결석 끝에 고등학교 졸업도 포기하고 석수장이가 되기로 결심하는 용태, 학생과 원조교제를 했다는 누명을 쓰고 파면당하는 교사. 청소년이라고 해서 우리 사회의 이런 저런 모습이 비껴가진 않는다. 오히려 방어벽이 튼튼하지 않은 탓에 더 고스란히 노출되고 더 직접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보통 청소년소설에서 한두 가지 정도 다룸직한 사건들을 다 벌여보자 작가가 작심하고 쓴 듯한 서사 덕분에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마음에 남는게 별로 없다. 이 책에서만 보여주는 특별한 주제, 혹은 작가의 의도가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은 어떻게 어떻게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결말. 그래도 그나마 결말이 부자연스러울만큼 갑작스럽지 않게 느껴진 건 연륜있는 작가의 노련한 문장력 때문이지 노련한 구성, 개연성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3인칭 시점으로 쓰여있지만 읽다 보면 술집을 하는 친구 엄마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성준에게 작가가 가장 깊이 자신의 과거를 이입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상습적으로 약탈이 일어나고 있는 시내 한복판 상가 장면으로 다시 돌아와 이야기를 끝맺은 것은, 이런 약탈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 우리가 맞닥뜨리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의 제목도 그렇게 연결이 되긴 하지만 많이 아쉽다. 너무나 많은 책들이, 아니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뉴스에서 신문에서 보고 들어 새로울게 없는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있는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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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3-20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작가의 상상과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작품을 집필해도 결국은 무엇을 얘기하는지 주제 전달이 문제로군요.

hnine 2015-03-20 06:40   좋아요 1 | URL
앗, 순오기님. 아침 일찍 들러주셨네요. 창비문고는 순오기님께서도 애정하시는 책들이지요? ^^
우리 나라 청소년소설들을 보면 어딘가 좀, 2% 아쉬움이랄까, 그런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요. 왜일까요. 청소년소설을 애정하는 또한사람으로서 느낌이랍니다.
주말이네요. 오늘 하루 잘 지내시고 주말엔 푸욱~ 쉬셔요.

숲노래 2015-03-20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문이나 방송에서 흔히 떠도는 이야기까지
어린이문학이나 청소년문학에서
왜 다루어야 하는가를
저도 늘 생각해 봅니다.

굳이 그 사건과 사고를 다루어야 한다면
슬기롭게 바라보는 눈길로
사랑으로 녹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렇게 삭이지 못한 채
그저 무턱대고 아이들한테 숙제처럼 떠넘기는 글이
너무 많이 나돈다고 느껴요...

hnine 2015-03-20 12:49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저보다 더 정확하게 적어주셨네요.
저자 나름대로 생각을 삭여 얻은 어떤 목소리가 들리길 바랐어요.

하늘바람 2015-03-2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속에 남는 그 무언가.
좀 찔려요
그게 참 엄청 숙제거든요

hnine 2015-03-20 12:49   좋아요 1 | URL
어렵고 또 필요한 숙제이겠지요.
그냥 서사만 있는 이야기에서 사람들 마음에 남는 이야기 사이에는 그만한 작가의 땀과 시간이 들어가있는 것 같아요.

stella.K 2015-03-20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이 선생님한테서 잠깐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어찌나 무섭던지..ㅋㅋ
그만큼 자기 세계가 확고 한 분 같긴 했어요.^^

hnine 2015-03-20 12:51   좋아요 0 | URL
와, stella님 이분 강의도 들으셨군요. 무섭다는 말씀이 의외로 들리지는 않아요 어쩐지 그럴것도 같다는 짐작이 들거든요 ^^ 작가에게 자기 세계가 확고하다는 것은 좋은 면도 있고 한계점이 되기도 하고 그럴 것 같네요.
그건 그렇고 stella님이 소설을 쓰신다면 어떤 색깔의 소설이 될까요? 이런 청소년소설보다 저는 웬지 역사소설같은 좀 진지하고 무게 있는 소설이 떠오르네요.

2015-03-20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0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