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한창 오고난 몇주 전 일요일.
별다른 계획이 없는 주말의 오후는 늘 심심한 시간이다.
그래서 또 우리 동네 순찰을 나섰지.

갈색과 적색, 그리고 얼음색.
이 세가지 색깔이 어우러져 고급스런 자연색.


어딜 봐도 눈이었다.

밤 껍질만 있는 줄 알았는데 들여다보니 밤도 들어있었다.

한번도 안가본 길로 들어서기 시작. 용감하게!

인적이 끊긴다 싶더니 사람은 안보이고 이런 집들이 나온다.

사람이 더 이상 살지 않는 집.
한때는 가족이 모여 오손도손 살았을지 모르는 집.



이 집도 사람이 사는지 안사는지 잘 모르겠는데, 남편이 집터가 좋다고 나중에 이런 집에 살까? 그런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 또 찍어보았다. 지붕에 고드름 좀 봐.
어렸을땐 저 고드름 떼어 손에 들고 칼인양 휘두르며 놀기도 했었다. 손시려운 줄도 모르고.

계속 걷다보니 철조망이 둘러쳐 있고 건물은 나무에 가려져 잘 안보이는 이런 곳이 나온다.
뭐지? 공장인가? 여기도 역시 사람은 안보이고 간판도 달려있지 않다.
사진 촬영을 하지 말라고 써있어서 돌아나오려는데.

이걸 보고 알았다. 이 건물의 정체를.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겨우 걸어서 몇분 나왔을 뿐인데.

지기 전에 동결 건조가 되어 있는 장미. 바람이 말려주고 추위가 얼려주었구나.

꼿꼿이 얼어있는 장미를 한동안 멈춰서 보고 있었다.

이 집엔 사람이 살고 있을 것도 같은데 도대체 사람이 안보인다.

고드름과 시래기. 이게 뭔지 모르는 도시 사람들도 있을거야. 나도 도시에서 나서 자랐지만 다행히 안다.

이건 예전에 축사였을까? 역시 빈집.

며칠 전 내 방 책상에서 올려다본 새벽 하늘.
달이 아주 멀~다.
내가 사는 동네는 여길 가도 저길 가도 아파트만 있는줄 알았다. 차를 타고 조금 가다보면 논, 밭이 나오긴 하지만 차도 들어가지 않는 곳에 저렇게 쓸쓸한 빈집들이 남아있고 교도소가 자리잡고 있는지 짐작도 못했다. 이 동에 이사온지 벌써 3년이 되어 가는데 우물안 개구리였다.
한시간 여 돌아다니는 동안 빈들판, 빈집들을 보았을뿐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못보았다. 추워서 다 들어가있나?
몇km 나오면 대학이 있고 새로 지어 올린 빌딩이 있고 여러 이름의 아파트가 숲을 이루어 있는데, 그게 내가 사는 동네인줄 알았는데.
우물안 개구리였다.
오래전 읽은 이 책이 떠오른다.
적어도 이 책의 저자가 찍은 집들은 누군가 아직 살고 있던 집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