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부하는건 재미없어요."

6학년 아들과 요즘 생활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덜컹!

나도 모르게 가슴이 덜컹 했다.

'네가 중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도 아니고, 벌써부터 공부가 싫으면 어떡하니.

집에서 부모가 공부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다니기를 하나, 경쟁이 심한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속말을 다 삼키느라 약 3초의 정적이 흐른 후, 그래도 내 의견을 말해야 하겠기에

"다린아, 공부하기 싫다고 안하면 나중에 어떤 결과가 오는지 알지?"

라고만 말했다.

"네..."

작아진 목소리.

 

방에 들어와 하던 일을 하고 있는데 켜놓은 라디오의 프로그램에서 마침 아래의 음악을 틀어주더니, 음악이 끝나고 나서 진행자 ("카이")가 하는 말,

"이 음악은 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나 했다.

"잘못 되었군요."

나도 좋아하는 곡이라 CD로도 가지고 있는데 이 음악이 잘못 되었다니?

"학교 가는 길이 이렇게 경쾌하고 즐거울리가 있나요?"

그러는 것이다.

"저도 돌이켜보면 숙제 하기 싫고 시험 보는 것 싫고, 그래서 학교 가는 길이 즐겁지만은 않았던 기억이 나는데요."

 

아이에게 실망했던 마음을 당장 고쳐먹었다. 아이는 솔직한 얘기를 한것이다. 이제 열 세살 아이 입에서 '엄마, 공부는 재미있어요.' 라는 말을 듣기 기대했는가? 나도 참...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기대라는게 다른 것이 아니다. 다른 아이가 그렇게 얘기했다면 그냥 듣고 넘어갈 일을 왜 내 자식에게서는 좀 다르기를 바라는지.

 

 

 

   음악이 궁금해요? --> 학교가는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ookJourney 2013-01-31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꼬마는 학교 가는 건 재미있는데 공부는 재미가 별로~라네요. 벌써부터 ㅜㅜ
김광민의 '학교 가는 길'만 들었는데 이루마의 연주도 있었군요. 저희 큰애랑 들어야겠어요. ^^

hnine 2013-02-01 04:41   좋아요 0 | URL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기로...^^
김광민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인가? 그런 제목의 곡을 들었는데 그게 오히려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어요. 아마 학교에 좋아하는 선생님이나 친구가 생기면 학교가는 길이 아주 즐겁겠지요? 저는 그랬는데...

꿈꾸는섬 2013-02-0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학년 아들은 학교 가는 걸 즐거워해요.^^
13살 소년이 되면 어찌 변할까 궁금해지네요.^^

hnine 2013-02-01 04:34   좋아요 0 | URL
1학년때 그 마음이 13살까지 가면 참 좋겠어요.
제 조카는 지금 5학년 올라가는데 해마다 다음 학년 올라가는 것이 싫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를 물으면 항상 똑같아요. 공부할 것이 많아져서하고요.
공부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는 사람은 어른이라 할지라도 누가 시켜서 하고 있지는 않을 거예요. 시켜서 하는 것이 좋은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잘잘라 2013-02-01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하면 더 하고 싶은 글쓰기도 '글쓰기 공부' 되면 재미 없고요.
그냥 하면 신명나는 음악도 '음악 공부' 되면 따분해 죽겠더랬지요.

'공부' 붙이지 말고 그냥 글쓰고 음악 하고 미술 하고 운동 하고.. 학교에서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hnine 2013-02-01 04:40   좋아요 0 | URL
맞아요. '공부'라는 것이 모르던 것을 배우는 과정이니 쉬울리가 없겠지요. 그런데 공부란 즐거워야 한다고까지 아이에게 주입시키기 보다는, 공부라는 과정을 통해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그렇게 알려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어제 남편이 얘기 듣고 그러더라고요. 재미없는 거 알지만 그 단계를 딛고 나아가야 뭔가를 이룰 수 있는거 아니냐고요.

다크아이즈 2013-02-01 0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덕분에 연주 듣고 있어요.
아무래도 <학교 파하고 오락실(떢복이집)가는 길> 이 어울리겠는데요.크~

공신들도 공부가 재밌지는 않을 거예요.
당연한 반응인데도 덜컹하는 게 엄마 맘이지요.^^*

hnine 2013-02-01 05:27   좋아요 0 | URL
와, 팜므님! 일찍 일어나시나봐요. (어쩐지 저와 친해질 것 같은 느낌^^)
학교 끝나고 오락실(떡볶이집)가는 길...ㅋㅋ 그 말씀 하시니 갑자기 그 기분은 저도 다시 느껴보고 싶네요. 가능할까요?
공부가 재미있다고 아이가 말했다면 그게 더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벌써부터 자기 감정에 솔직하기 보다는 엄마에게 잘 보이기 위한 대답을 하고 있다는 말이니까요.

안녕미미앤 2013-02-2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음악 좋은데요? ^_______________^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


hnine 2013-02-23 12:49   좋아요 0 | URL
미미앤님의 학교가는 길은 어떠실까요? 학생은 아니지만 지금도 학교에 나가신다고 본 것 같은데...(조사했음! ㅋㅋ)

안녕미미앤 2013-02-2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맞아요^^ 사실 학교가는 길이라는 제목 보자마자 신나는 음악일 거 같다는 생각 했어요 저는.. 이 음악과 어울리는 마음으로 가요. 아마 저 같은 사람이 평생 학교 다니나 봐요. 평생 다니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