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소년 (Le gamin au velo, The kid with a bike)

 

2011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형제 감독

 

 

아들을 버린 아빠와 그걸 믿을 수 없는 아들의 이야기라고 할까?

자전거가 전부인 한 소년의 이야기라고 할까?

 

이 아이에게 자전거가 유일한 희망이 되는 것은, 자기를 지금 있는 자리에 정체시키지 않고 어디든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유일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을 뚫고 나갈 수 있게 해줄 구원의 상징이다.

 

그런 자전거마저 팔아버리는 아빠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열한 살 유일한 혈육을 보육원에 맡기는 것 까지는 이해를 하겠으나, 그 아이의 유일한 희망을, 아니 그 희망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는 아빠란 사람은.

 

아빠가 자기를 버렸고, 자전거를 팔아버린 사람도 아빠라는 걸 알고도 아빠가 있는 곳을 수소문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거길 찾아가는 아이. 이런 아빠와 다시 살게 되는 것이 희망인 아이.

 

감독은 그래서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혈육을 버리는 아빠가 있는가 하면, 혈육은 커녕 아무 연고 없는 아이의 처지를 공감해주고  보살펴 주는, 위탁모 미용실 주인 여자 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 그러니 이 세상을 한가지 색깔로 보고 이렇네 저렇네 성급한 단정을 내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을까?

 

거친 듯 섬세한 이 영화의 중간 중간 짧게, 아주 잠깐씩 삽입되는 음악은 다름아닌 Beethoven의 Piano conert No.5 ('황제') 2악장이다.

 

 

 

 

 

 

 

 

 

 

 

이 영화의 초입부터 연상된 영화는 우리 나라 아역배우 김새론이 나왔던 <여행자>라는 영화였다.

설경구가 아버지로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 역시 아버지가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고 떠난다. 아이에게는 잠깐만 있다 데리러 온다고 거짓말을 하고서. 그것도 모르고 아이는 아빠가 오늘올까 내일올까 매일 기다린다. 함께 봐도 좋을 영화이다.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12-08-2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여행자도 이 영화도 봤어요. 정말 버림 받은 설정이 비슷하네요.
둘 다 무지하게 가슴 아픈 영화였어요. 이 영화에서 소년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후..
희망 쪽으로 상상하는 게 그래도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싶어요.^^
한낮의 태양이 한껏 기승이에요.

hnine 2012-08-31 14:59   좋아요 0 | URL
저 감독 형제의 다른 작품 '더 차일드'도 보고 싶어서 검색해보았더니 그건 아직 다운로드가 안되네요.
<여행자>도 참 좋았지요. 한밤중에 보육원 부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누룽지 바닥을 긁어먹던 장면은 잊혀지지가 않아요. 입양되어 가는 친구를 환송할때마다 보육원 아이들이 합창하던 '고향의 봄' 노래가 그렇게 구슬프게 들렸던 적도 없고요.
자전거 탄 소년의 저 아이도 저 작품이 첫작품이라는데, 정말 잘 하지요? 감정을 너무 드러내지도 않고, 작품 속 주인공과 하나가 된 듯 하더군요.
좋은 영화였어요.

댈러웨이 2012-08-2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댓글이 날라갔어요. 음악 다시 리플레이 하다가...)

나인님, 이 빨간 추리닝 입은 아이의 포스터를 어느 블로그에서 보고, 그 분 리뷰가 좋아 눈도장 찍었었는데. 베토벤의 지금 이 선율이 이 밤에 듣기에도 참 조용하니 잘 어울리지만요, 영화가 어떨지도 조금은 상상이 된달까 그래요. The kid with a bike, 찾아봐야 겠어요.

<여행자>는 저도 봤어요. 설경구가 정말 잠시만 나오죠. 김새론은 기대가 되는 아역배우에요. 그 작고 어린 얼굴에서 어떻게 그런 표정이 나올 수 있는지.

영화 언제 올라오느냐고 조르고서는, 댓글은, 이제 달아요. 나인님, 이전엔 조조영화도 많이 보고 그러셨어요? ^^

hnine 2012-08-22 12:48   좋아요 0 | URL
이 영화에 대해 더 훌륭한 리뷰가 분명히 있을거예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으니까요.
<여행자>보셨군요. 그 영화는 극장에 가서 봤는데, 많이 울었네요. 이 영화 보면서는 울진 않았어요 ^^
이 영화도 구해서 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늘바람 2012-08-2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을 것 같은데 슬플것도 같아요

hnine 2012-08-22 12:51   좋아요 0 | URL
이 세상엔 정말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저 소년의 아버지처럼 혈육을 버리는 사람도 있고, 위탁모처럼 아무 관계 아닌 아이를 보살피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고요. 어느 한 경우만 보고 우울해할 것도, 희망적으로 결단내릴 것도 없다는 것. 저는 그렇게 이 영화의 의미를 정리했어요.

비로그인 2012-08-2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영화 잘 골라보시네요 hnine님은~ ( '')ㅎㅎ

다르덴 형제 영화는 볼 때마다 마음 아픈데... 이번이 그래도 제일 희망적인 이야기였지 않았나 싶어요. [로제타]나 [아들]은 마지막까지 보면서 어쩜 좋아, 이랬거든요. 특히 [로제타]는 제일 깊은 파문을 일으켰네요 제 가슴에... 최선의 답은 무엇일까요? [밀양]만큼이나 좋은 영화이자 다시 보기 힘든 영화들인 것 같아요. (아, 노래 좋네요!)

hnine 2012-08-23 05:10   좋아요 0 | URL
어! 이미지 사진 다시 바꾸셨네요? ^^
다르덴 형제 영화를 여러편 보셨군요. 말없는수다쟁이님 댓글 보고 로제타랑 아들, 당장 검색했는데 다운로드가 안되는군요 ㅠㅠ 엉뚱하게 우리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보게 되었답니다. 극장에서 한창 상영될 때만 해도 별로 보고 싶다는 생각 안들었던 영화인데 어제 남편이 그 감독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어떤 영화인지 봐두어야 할 것 같아서요.
위의 댈러웨이님 댓글에 대한 답이기도 한데, 지금은 이렇게 다운받아 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긴 하지만, 예전에 관심있는 영화가 생기면 상영 첫날, 1회 공연을 가서 봐야 직성이 풀리던 때가 그리워질 때도 있어요. 우리 말이 통하지 않는 외지에서, 김기덕 감독의 '섬'이 상영되는 것을 혼자 보고 오던 울적한 밤도 생각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