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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인생 -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大로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88만원 세대'라는 말을 유행시킨 사람 우석훈. 그의 에세이집이다. 이번에도 역시 눈에 띄는 제목, 1인분 인생이라. 누군가에 기대어 살지 않고, 누군가의 기대대로 살지 않고 내 의지대로, 내 힘으로, 내 있는 그대로 사는 인생을 의미한다.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사실 이 책 내용만큼이나 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책 읽기를 시작했다. 어차피 에세이을 읽는다는 것은 그것을 쓴 사람을 읽어나가는 것이라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보기 때문이다.

읽어나가다보면 몇개의 키워드가 쉽게 잡히는데 마흔, 우파, 좌파, 빨갱이, 그리고 명박이가 그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좌파, 그것도 모자라서 빨갱이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나서도 나는 그에 대해 읽기 전 보다 더 알게 된 것 같지 않다. 그는 이루고 싶은 것이 머리 속에 꽉 차 있는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좌파라고 이 책에서 아주 여러번 강조하지만 어딘지 꼭 그렇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로 풀어놓기 좋아하는 것 같은데 본인은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무척 싫어하고 방에 틀어박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썼다. 낙천적인듯 하지만 매우 회의적이고 심지어는 염세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길 위에 서있는 것 같기도 하다가, 저기 한편에서 뒷짐지고 관조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박사가 될 때 내가 학위를 그렇게 목숨 걸고 받았나? 혹은 그걸 꿈이라고 생각했나? 떠올려보면 난 그렇지는 않았다. 그냥 공부를 하다 보면 학위는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도 있고. 학위를 받는다고 해서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사실, 꿈 같은 건 꾸지않아도 삶을 행복하게 꾸려나가는 데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꿈이 있고, 그 꿈에 동반하는 엄청난 열정이 있어야 성공한 사람이 되고, 그래야 돈과 명예가 따르고,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는 '조선일보'식 가르침......그건 사람을 로봇으로 보는 것이다. (334쪽)

꿈을 가져야 한다고, 현실은 척박할지라도 그 꿈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꿈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해 의의를 제기하는 그에게 나는 동의하는 쪽이다. 하지만 난 동의할뿐 주장하기엔 조심스럽다.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나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젊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인지에 대하여 확신이 서지 않는다. 저자 역시 10대와 만나는 자리가 많은 사람으로서 그런 고충을 이야기했다. '내려놓을수록 더 많이 찬다'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는 말을 나는 그냥 혼자 새기고 있을 뿐인데.

누가 봐도 안정된 자리라고 하는 조직화된 관료 체계 속에서 몇 년 일하는 동안 그 당시는 원인을 알 수없는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하는 저자는 결국 그 자리에서 스스로 걸어나오면서 그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는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술먹고 성산대교를 걸어서 건너면서, 난지도에 살고 있는 쓰레기 치우는 사람들이 먼지 뽀얗게 앉은 라면을 먹는 것을 보고 문득, 그냥 죽을 바엔, 저 난지도의 어린이들을 위해서 야학 선생이라도 할 수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삶에서 평생을 바쳐서 해야할 일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목숨을 걸어서 만들어야 할 작품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이든 목표든 불안한 균형일 뿐. (355쪽)

내가 마흔 넘게 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은 겨우, 고작, 뜻밖에 그것이라고, 일기장 같은 곳에 그렇게 써대고 있는, 하지만 그게 무척 유감스러워 혼잣말로만 하고 마는 말을 그도 이 책에서 하고 있었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거치는 생각의 경로일까? 그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참 진지한 마음으로 대하고 있었다.

아닐 불, 혹시 혹

혹시 나는 잘될지도 몰라.

그럴 일이 마흔이 되면 없어지는 것.

그게 내가 마흔이 되면서 이해한 불혹이다.

(...)
혹시는 없다. (70쪽)

저자에게, 그리고 나에게 다짐받고 싶다.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제발, 그런 생각을, 이 시기를 허무로 끝내지 말고, 더 넓고 더 깊게 볼수 있는 징검다리로 딛고 나아가자고.

 

의외의 느낌으로 읽었고, 의외의 공감을 할 수 있어 좋았음에도 별 세개로 평점을 준 이유는, 그가 좀 더 감정을 절제하고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옥의 티 수준을 넘어서 꽤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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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4-15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별에
좌파도 우파도 없다고 느껴요.

얼마 앞서 백기완 할아버지는 당신을 찾아온 젊은(사십대 기자) 사람한테
'좌파 우파'는 처음부터 없었고,
오직 하나,
'옳고 그름'만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나는 이 말이 참 맞다고 생각해요.
온누리에는 옳은 길과 그른 길이 있을 뿐,
좌이니 우이니가 있을 턱이 없어요.

그래서, 스스로 좌파라 밝히든 우파라 밝히든
이렇게 말할 때에는 모두 '거짓말'이 아닌가 하고 느껴요.

hnine 2012-04-16 09:35   좋아요 0 | URL
옳은 길과 그른 길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더 자세하게 분류하고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는 것이 그것에 대해 더 잘 알고 많이 아는 것으로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기준과 범위를 스스로 허물으려 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나이 들면서 더 혼돈에 빠지는 것 같기도 해요.
좌, 우...돌아서면 그 좌, 우가 뒤바뀌지 않나요? 후후...

LAYLA 2012-04-1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88만원 세대 절판한다고 하였을 때, 이 사람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참 여리고 약한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hnine 2012-04-16 09:34   좋아요 0 | URL
저도 절판 소식은 들었는데 이유는 잘 모르고 있어요.
LAYLA님 말씀이 맞는지도 몰라요. 본인이 잘 하는 것이라고는 책 읽는 것과 눈물 흘리는 것이라고 책에도 썼더라고요. 감정이 흠씬 묻어나게 쓴 것을 봐도 그렇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