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리를 다 미뤄두고 오늘 하루 아이와 함께 하기로 했다.
1. 영화 `틴틴과 유니콘호의 비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애니메이션.
오래된 만화 틴틴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는데 의외로 재미있다. 엊그제 `앨빈과 수퍼밴드 3` 보면서 내내 잤던 것에 비하면 오늘은 아이와 영화 얘기를 제대로 나눌 수 있었으니 성공.
2. 서점
이렇게 한번에 여러권 구입하는 일은 내게는 참 드문 일이다.
영화 보고 두 정거장 거리를 걸어서 서점 순례.
아이는 CD를 샀고, 나는 책을 네권이나 샀다.
<내몸안의 작은 우주 분자 생물학>은 나와있는 시리즈 중 한권을 읽어본후 마음에 들어서 다른 책들도 다 사들여 읽었다. 그런데 오늘 서점에 가서 보니 새로운 시리즈가 나와있다. 들춰보니 역시 안 사고 못배기는 내용이다.
유안진 시인이 오랜만에 시집을 내었다. <둥근 세모꼴>이라니 시인의 성향이 또 제목에서 드러나는구나 싶다. 지금까지 나온 유안진 시인의 시집은 아마 다 가지고 있을 텐데, 이 시인의 시는 뭐랄까, 다른 시인들의 시와 확실히 다르다. 문학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시인 특유의 통찰력과 재치와 깨달음이라고 할까.
<조각보 같은 우리집>은 거의 1년 가까이 내 보관함에 담겨 있던 책인데 이사 후라서 그런지 구매의욕이 훌쩍 높아졌나보다. 새로 사서 꾸미기보다는 있는 것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이용하고 사는 모습이 나와 코드가 맞았기도 하고.






3. 홀리스 흔들의자
아줌마 궁상을 제대로 떨면서 사는 나는 좀처럼 커피전문점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냥 자동판매기 커피로 만족할 뿐.
언젠가 홀리스 커피전문점 앞을 지나가는데 유리창 너머로 흔들의자가 있는 것을 보더니 아이가 저기 한번 들어가보고 싶다고 하는것을 나중에, 나중에 하고 미뤘었다.
오늘 영화 보고, 서점 다녀오는 길에, 울적한 기분도 풀어줄 겸 들어가보았다. 둘이 그 흔들의자에 앉아 바깥 구경을 했다. 와플과 따뜻한 우유를 시켜주니 좋아한다.
집에 오는 버스에서 아이는 잠이 들고.
4. 그리고
집에 오니 빨리 처리해야하는 메일이 와있어서 그것부터 해놓고 저녁을 준비했다.
요즘 새로 시작한 일은 일을 처리하는 속도와 양에 따라 인센티브가 적용되는 일.
그 이유때문이 아니라도 아직 완전히 손에 익지 않아서 그런지 신경이 많이 쓰인다.
내일은 서울로 이집트 특별전을 보러가기로 했다.
어쩌다보니 지난 주부터 거의 매일 서울에 가고 있구나.
이런 저런 일들. 웃을 일도 있고 마음 아픈 일도 있고.
평범한 일상이다. 누구의 일상인들 그렇지 않으랴.
부러우면 지는거라는데, 그런 점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네? 다른 사람을 보고 부러워하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내공이 쌓여서는 더욱 아니다.
오히려 나는 소소한 부러움, 소망, 이런 것을 가지고 살고 싶은데, 그런게 없다. 의욕이 없다는 말일 것이다. 아마 내가 지금 어디 건강이 특별히 좋지 않다면 건강을 부러워하긴 할 것 같다. 그런데 현재로선 그런 상황도 아니니, 그건 감사할 일이고.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것 중에 과연 영원한 것이 있을까, 라는 나의 이 고질적인 허무주의. 이것이 바로 내가 남을 부러워하지 않게 된 이유일 것이다.
차라리 부러워하며 지는 것이 낫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