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No.1> by Lemony Snicket 

우리 나라에도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이라고 번역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그 시리즈의 첫번 째 권이다.
갑작스런 화재로 집과 부모를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된 세 남매. 부모는 이들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겼지만 아직 이들이 미성년인 관계로 누군가 이들과 이들의 유산을 대신 돌봐줘야 하는 상황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악역을 맡은 인물이 여기서 등장해주어야 하는데 이들 재산을 탐내는 먼 친척 올라프 백작이 바로 그 악역 인물이고 이사람의 음모에 대항하는 세 남매의 이야기라고 보면 되겠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런 구성은 많이 이용되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을텐데도 이 책이 나름대로 히트한 이유는, 아마도 작가의 독특한 구성력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이 작품은 흔치 않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상황 설명을 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는, 이 책은 아주 음울하고 불행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으니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면 읽지 않는 편이 낫다는 작가의 친절한 충고가, 책의 서문이 아닌, 본문 중에 나오고, 결말 부분에 가면 해피 엔딩으로 가는 것처럼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여기까지 보면 해피 엔딩일 것 같지? ' 라고 말하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미리 귀뜸하기까지 한다. 아마 작가가 무척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이렇게라도 비슷한 다른 스토리의 책들과 차별화를 하려는 의도이거나, 그런 것이 아닐까 혼자 짐작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레모니 스니켓'이라는 작가의 이름도 심상치 않아 찾아보았더니 역시, 본명이 아니구나.  

이 책을 읽으며 비교가 되며 생각난 책은 이것. 

 예전에 읽은 <The Mysterious Benedict Society> 이다. 위의 책에 비해 두께가 더 되고 구성도 더 복잡, 치밀하다. 아마 위의 레모니 스니켓 책을 좋아한 아이라면 몇 년 후 이 책도 분명히 재미있게, 아마 훨씬 더 몰입해서 읽지 않을까 생각된다.

 

 

 

 

 

 

  

 <쉬는 시간 언제 오냐> 초등학교 93명 아이들 지음

동시를 쓰는 사람은 성인 작가들이기도 하지만 어린이 본인들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이 쓴 시는 묘사와 표현력이 동시 작가들의 시에 비해 좀 떨어질지 몰라도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전국 초등국어교과모임 선생님들이 가려 뽑은 아이들 시 모음인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시들을 읽으면서도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혜수가 이사를 간다.
만난 지 별로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사를 간다.
혜수 좋아하는 남자는
얼른 고백해야 한다.

('별로 안 됐는데' 전문)

이런 시를 읽으면 누구를 좋아할 때의 마음은 아이나 어른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컴퓨터 특기 적성 첫 시간
자리를 정했다.
나는 맨 뒤
컴퓨터가 없다.
웃음만 나온다.

('헛웃음' 전문)

5학년 아이가 쓴 시인데 그 상황에서 짜증이 아니라 웃음만 나온다니, 오히려 성마른 어른보다 이런 아이의 마음이 훨씬 넓지 않을까 싶어 부끄러워진다. 

"공부 잘하는 친구 좀 본받아라."
엄마의 말씀
열심히 해도
못했다고 하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
아무나 때리고 싶다.

('어떻게 할까' 전문)

그래, 너희들도 그런 기분을 느끼는구나. 궁지에 몰리는 심정,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을 때, 어른들과 똑같구나. 

5학년 아이가 어떻게 이런 생각,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여 놀란 시는, 

가을이 지나간다.
나무에 있는 잎도 가을을 따라간다.
아무도 없는 나무를 비춰 주는 햇빛
햇빛이라도 친구가 되어 주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가을아침' 전문)


내가 엄마가 되어봐서 그런가.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이 드러난 시에 마음이 금방 뭉클해진다. 

3학년 때 엄마가 아프셨다.
저녁을 먹을 때
엄마한테 계란찜 해 줘, 했다.
엄마는 아픈 몸을 이끌고
계란찜을 해 줬다.
그때 엄마가
"에구, 힘들다." 하셨다.
나는 그때 일이 후회된다.

('계란찜' 전문)

이름 옆에 4학년이라고 되어 있으니 1년 전 일을 생각하며 썼나보다. 

'아이들' 이라는 공통된 이름으로 부르며 어떤 고정화된 이미지를 떠올렸다면 이 시집을 읽으며 이제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다운 순수함과 솔직함이 들어 있는가 하면 어른보다 더 심오함이 읽혀지기도 하니까. 나이에 따른 일률적인 변화는 생물학적인 변화나 그러할 뿐, 우리 인간의 정신 상태는 어른, 아이, 그렇게 뚜렷한 경계를 보이며 변화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 

 

 시와 함께 실린 그림까지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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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1-14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는 시간 언제 오나~ 공감해요.^^

hnine 2010-11-14 08:23   좋아요 0 | URL
이 시집 참 좋더군요. 순오기님이 가르치시는 아이들의 작품도 이렇게 모아본다면 좋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10-11-15 14:1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해서 열심히 모아 두긴 했는데... ^^

비로그인 2010-11-14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는 시간 언제 오냐>

그림두 맑고 밝은 느낌이어서 좋고, 시도 꽤 웃으며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hnine님 덕분에 좋은 책을.. 마음에 담아갑니다~

hnine 2010-11-15 13:56   좋아요 0 | URL
저 시집의 모든 시들이 그렇게 맑고 밝진 않아요. 아이들에게도 이런 스트레스가 있고 어두운 면이 있구나 느끼게 하는 시들도 있거든요.

stella.K 2010-11-14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위의 책 저도 알고 있는데 영화로도 나왔나 보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님의 소개라면 웬지 땡겨요.^^

hnine 2010-11-15 13:57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를 제일 먼저 알았거든요. 하도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길래요. 그런데 저도 아직 못봤어요. 이제 1권 읽었으니 다음 권들도 시간 날때마다 읽어보려고요.

카스피 2010-11-15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영화로만 봤느데 이거 원작 소설이 있었군요^^

hnine 2010-11-15 13:58   좋아요 0 | URL
앗, 여기 계시구나. 영화로 보신분! 영화에는 어떻게 그려져있을까 마구 궁굼해지는데요? ^^

상미 2010-11-17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경은이 초등학교 때, 레모니 스니켓의 위대한 대결 영화로 보고서
원서 사줬더니 재밌게 읽더라. 4권까지 사줬던거 같아.

hnine 2010-11-17 22:05   좋아요 0 | URL
와, 아이들용 책이긴 해도 우리나라 초등학생이 재미있게 읽을 정도면 경은이가 그때 영어 실력이 뛰어났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