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요. 지금 내가 시 쓰는 게 순간의 장난 같아요. 살면서 내가 덜 지루해지기 위한 어떤 장난 같은 거. 자주 하는 말이 사후 보들레르가 무슨 소용이냐, 그거예요. 보들레르가 살아 있을 때는 내용이 불온하다고 해서 책도 못 내고 인정도 못 받고 그랬잖아요. 죽고 나서 현대시의 아버지다 뭐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보들레르 자신하고는 상관이 없는 거죠. 어떻게 보면 순간이 전부인 방식이 가장 건강한 거죠. 이후를 고려치 않으니까. 외마디 매순간이 늘 뜨거우니까. 종석씨의 '잡념 없이 정진하는 것 그것이 열정이다" 라는 표현이 너무 좋던데요, 진짜 제대로 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지요. 이걸로 뭐가 될까 안 될까 그런 생각조차 안 나죠. 근데 그 사이에 뭐가 낀다는 건 열정이 부족하다, 온도가 낮아졌다는 얘기잖아요. (47쪽)
지난 겨울에 I 님으로부터 받은 책을 어쩌다가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시인과 화가가 만나 제대로 시너지가 되고 있구나. 이런 책을 기획하신 분의 뇌 구조는 반은 문학, 다른 반은 그림일까? ^^
"I님, 이 책 정말 좋으네요. 제 맘에 쏙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