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요. 지금 내가 시 쓰는 게 순간의 장난 같아요. 살면서 내가 덜 지루해지기 위한 어떤 장난 같은 거. 자주 하는 말이 사후 보들레르가 무슨 소용이냐, 그거예요. 보들레르가 살아 있을 때는 내용이 불온하다고 해서 책도 못 내고 인정도 못 받고 그랬잖아요. 죽고 나서 현대시의 아버지다 뭐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보들레르 자신하고는 상관이 없는 거죠. 어떻게 보면 순간이 전부인 방식이 가장 건강한 거죠. 이후를 고려치 않으니까. 외마디 매순간이 늘 뜨거우니까. 종석씨의 '잡념 없이 정진하는 것 그것이 열정이다" 라는 표현이 너무 좋던데요, 진짜 제대로 할 때는 아무 생각이 없지요. 이걸로 뭐가 될까 안 될까 그런 생각조차 안 나죠. 근데 그 사이에 뭐가 낀다는 건 열정이 부족하다, 온도가 낮아졌다는 얘기잖아요. (47쪽)

 

 

 

 

 

 

 

 

 

 

 

지난 겨울에  I 님으로부터 받은 책을 어쩌다가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시인과 화가가 만나 제대로 시너지가 되고 있구나. 이런 책을 기획하신 분의 뇌 구조는 반은 문학, 다른 반은 그림일까? ^^ 

 

"I님, 이 책 정말 좋으네요. 제 맘에 쏙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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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7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0-17 14:24   좋아요 0 | URL
현재 내 눈 앞에 있는 일에 정진하자! 저의 단순한 생각입니다만 ^^
저기, 이 책 혹시 읽으셨어요?

2010-10-17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10-17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그렇군요!

hnine 2010-10-17 21:15   좋아요 0 | URL
책 제목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림에도 불구하고"예요.
시인과 화가는 정말 타고나는 것인가, 감탄을 하며 읽고 있어요. 철학자 같기도 하고 명상가 같기도 하고, 괴짜 같기도 하고요.

전호인 2010-10-1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정은 잡념없이 정진하는 것이다가 되기도 하네요.
결국 열정은 매순간 하나의 목표를 위해 불태워지기 때문이겠군요.
그래서 단순한걸까요?ㅎㅎ

hnine 2010-10-18 00:18   좋아요 0 | URL
예, 저도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진짜 제대로 할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말에 뜨끔하기도 했답니다.

sslmo 2010-10-18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잡념 없이 정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엔 열정을 갖기엔 너무 냉랭해져 버린 걸까요?

이 책,문학동네 책이라서 관심 가졌었는데 말이죠~
님의 저 발췌 부분을 보니 보고싶은 걸요.

hnine 2010-10-18 07:39   좋아요 0 | URL
잡념없이 정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겪어본 사람에게 특히 눈에 번쩍 뜨이는 구절이 아닐까 싶어요.
옆에서 보기에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한 일상을 반복하며 사는 것 같은 사람들을 어느 날 문득 부러운 눈으로 보게 된 날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요.

마녀고양이 2010-10-1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댓글 날짜를 보니 벌써 10월 18일이예요.
올해가 두달 남짓이네요. 서른살을 넘긴 이후로 시간이 총알처럼 흐르고 있어요.

얼마 안 남은 시간,
잡념없이 정진하는 것 그것이 열정이다 를 새기겠어요.
20대 30대 내내, 끝없는 생각으로 흘려보냈다면, 이제는 무엇인가 하고 싶어요.

hnine 2010-10-18 13:12   좋아요 0 | URL
'앞으로' 뭘 하면 더 행복하고 완벽할까, 그 생각 하느라고 우리는 '현재'의 너무나 많은 시간을 그냥 보내버리고 말지요. 저도 그랬답니다. 지금도 종종 그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