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소식이 너무나 자주 들려오는 요즘이다.
어제 신문에서 본 자살 소식은, 나와 같은 직업에, 나이도 나와 같은 사람이었다.
단순히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서 그런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아마 몇 겹의 부조리 속에 둘러싸인 이 사회, 누릴 자는 누리고, 그늘 속에 사는 자는 계속 그늘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이 사회에 온 몸으로 항의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을 택하면 죽은 당사자만 너무 불쌍하지 않나.
어차피 누구나, 언젠가 다 죽게 마련인데 뭐 그리 빨리 갈 것 있겠냐고 듣는 이 없는 허공에 대고 말을 해본다.  

  

 

 

 

 

 

 

 

 

 

 

 
동네 뒷산 등산로에 떨어져 있던 장미꽃을, 내려오다 다시 돌아가 쪼그리고 앉아 사진기에 담아왔다.
왜 꺾여서 여기 이러고 있느냐. 

 



 

 

 

 

 

 

 

 

 

 

 

 

 

 

다 그러고 산다고, 너만 혼자 그런 사회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고, 말들은 쉽게 하지만, 아니다. 누구나 다 똑같이 그렇게 살지는 않더라. 

안그래도 복잡한 심사가 쉽게 정리되고 있지 않은 요즘인데, 자꾸만 말이 줄어 가고, 웃음이 줄어가는 것 같다. 계속 이러다가 나이 들수록 말도 없고 웃지도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위의 선인장은 작년에 아이가 사달라고 해서 아파트 장터에서 구입한 것인데. 처음엔 전체적으로 동그란 공 모양이더니 자라면서 저렇게 만화 심슨 가족의 마지 심슨의 머리처럼 위로 솟아오르면서 키가 자란다. 그리고는 옆으로 또 한 가지가 뻗어나오더니 그 부분에서도 당당히 꽃을 피우고 있다. 전체 키가 10cm정도 밖에 안되는, 아담하고 귀여운 선인장이다.

   



 

 

 

 

 

 

 

 

 

 

애기똥풀은 이제 꽃이 거의 져가는 상태라서 꽃잎은 잔뜩 벌어져 있고 가운데 길쭉하게, 일종의 열매가 생겨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저 이런 저런 일로 마음이 복잡할 때는 사람이 써놓은 책의 글자 몇줄 보다 이렇게 말 없는 것들의 모습을 보며 머리 속 생각을 잠시 몰아내는 것도 좋다. 그래봤자 그때 뿐이지만 말이다. 

그냥 이렇게 오늘 하루도 꾸역꾸역 살아냈다는 이 기분,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회의적이고 패배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사실은 그 정도도 스스로 장하다고 해주고 싶은 이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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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7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8 0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5-2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의 자살소식으로 우울하게 글을 시작하셔서일까요. 가운데 장미꽃 사진이 유독 눈에 띄네요. 글의 분위기를 잘 살려준달까요. 그런데 말이죠, 저는 그런 우울하고 슬픈 '떨어진 장미'의 모습을 보는데 왜 참 예쁘다는 생각이 또 어김없이 드는걸까요.
길에 꽃송이가 떨어져 있는 지금 저 사진의 색깔은 그 자체로 참 아름다워요. 슬프다고 하면서 아름답다고 하면, 어딘가 부조리하지요?

hnine 2010-05-28 07:44   좋아요 0 | URL
사실은 어제 길따라 쭉 고개 내밀고 피어있는 장미를 찍으려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갔는데, 정작 찍어온 것은 저것이었네요. 산에서 내려오는 길, 처음엔 밟지만 말고 지나쳐 내려오다가 다시 돌아가서 카메라에 담아 왔어요.
슬프면서 아름답다고 하신 다락방님 말씀의 의미가 저도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는 그대로 마음에 바로 전달되어오는걸요?^^

비로그인 2010-05-27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하신 말씀하고 다른 내용일지도 모르지만요..)
지금 너무 힘들거나, 너무 힘든 일을 당한 사람 자신은 정작 그 것에 대해 얘기를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요.

자꾸만 그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르거나, 그것에 대해 얘기할 만한 분위기가 아닌 경우도 참 많은 듯 하고요.

늦은 저녁. 뭔가 마음에 담던 것 하나 꺼내놓게 되네요.. 편안안 밤 되시길 빕니다.

hnine 2010-05-28 07:53   좋아요 0 | URL
힘들었던 기억을 혼자만 너무 오래 간직하고 있기란 그래서 외로운 일이지요. 혼자 묻어놓았던 기억들이 스멀스멀 다시 마음 속에서 연기처럼 스며 나올 때에는 가끔씩 그 한자락을 풀어놓는 것도 정신 건강상 좋을 것 같아요.
전 결국 어제 별로 편안한 밤을 보내진 못했지만 그건 어제 일이니 오늘 또 제 몫을 다하며 살려고 아침을 열었습니다.
바람결님도 오늘 하루 화이팅입니다 ^^

L.SHIN 2010-05-2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떨어져 나간 장미라니...아름답지만 슬픈 사진입니다.

hnine 2010-05-28 18:31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것과 슬픈 것이 통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

2010-05-29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30 0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5-3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 장미를 보면서 슬프다는 느낌밖에 안 들었는데... 아름답다와도 연관이 될 수 있는거군요. 아무래도 제가 좀 긍정적이지 못한게 아닌지... 씁쓸...^^
앙증맞은 선인장의 꽃이 너무 이뻐요.

hnine 2010-06-01 04:59   좋아요 0 | URL
요즘 어디나 장미가 만발했지요. 저렇게 떨어져 있는 장미 꽃송이, 어쩌면 흔하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혼자 산길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니 색다르더라고요.
선인장꽃은 진짜 귀여워요. 나선형으로 줄따라 차례로 꽃이 피어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