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 김숨 장편소설
김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다 읽은 후 리뷰를 쓰기에 앞서, 읽기 시작 전의 느낌을 다시 되돌려본다. '물'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이던가. 포용, 수용, 경계 없음, 특징 없음, 드러나지 않음, 순환, 기본이며 중심이 되는 것, 생명의 원동력.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은 그 정도였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과연 물의 어떤 속성을 인간과 관련지어 그려놓았을까, 사뭇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젊은 우리 작가 중의 한 사람인 김숨. 이름은 귀에 많이 익었지만 실제로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 것은 이 소설이 처음이다. 물, 불, 소금, 금, 공기 등으로 대표되는 등장 인물들이 상징으로 얽히고 설켜, 읽기에 만만치 않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그리 어렵지 않게 읽혔다. 이것은 좋은 현상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이야기 중의 다섯 식구 구성원이기도 한 물, 불, 소금, 공기, 금 등은 고대 철학자들이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기본이 되는 다섯 가지 물질이라고 믿었던 성분들이다. 작가는 왜 이런 것들을 등장 인물의 성격으로 끌어내었을까. 발상부터 독특하고 글의 수사법 또한 독특했다.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바슐라르의 사유가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작가는 말하는데 실제 외국 소설에도 이 소설과  비슷한 방법으로 쓰여진 예가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즉, 이 소설의 어느 정도까지가 순전히 작가의 독창성에서 비롯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궁금했다는 뜻도 되겠다.
뭔가 큰 기대를 가지고 읽던 나는 생각보다 술술 읽히긴 했으나 마음에 착착 감기는 특별한 재미나 맛은 없다는 생각으로 마쳐야했다. 건조체의 문장들이라는 점이 그런 생각이 들게하는데 한 몫 하기도 했고, 발상이 좋아 읽는 사람의 관심을 끝까지 붙들고 가는 효과가 있었고, 끝까지 산만하지 않게 무리 없이 이야기를 끌고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소설이 주는 재미와 감동은 없었다고 생각되며 시작에서 눈길을 끌었던 만큼 그것을 점차 발전시켜 나가고 이야기 속으로 녹여내는 면이 부족했다고 말하고 싶다. 스토리로서의 성격이 약하다면 좀 더 완벽한 상징이라도 담겨 있었기를 바랬는데, 그것도 그리 뛰어난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아래의 이 정도는 읽는 사람도 예상할 수 있을 정도의 이미 다 알고 있는 소금, 금, 물, 불, 공기의 이미지가 아니던가.

소금인 나는 질량과 맛과 성분으로, 은 빛과 질량과 순도로, 인 어머니는 부피와 움직임과 상태로, 인 아버지는 온도와 빛과 열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 보인다. 무색무취할뿐 아니라 아무런 맛도 지니지 못한 공기는, 움직임으로 스스로를 증명해 보인다. (61쪽)

여기서 뭔가 더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 보통 사람들은 발견 못하고 지나칠 것들을 작가만의 예리하고 개성있는 비유와 상징으로 묘사된다면 하고 바랬던 기대는 결국 아쉬움으로 끝나고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어디까지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의문이 남을 뿐이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물이다.' 라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그래도 이야기의 중심을 확실히 하고 마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그저 미미하게 부각되었을 뿐.
읽으며 혹시 내가 놓친 점들이 있었는지 다른 분들의 리뷰를 한번 구경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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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10-05-1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읽다가 처음엔 물,불,소금이 인물의 이름인줄 알았어요.^^
바슐라르의 사유를 소설로 옮긴다는 것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발상은 소설보다는 시에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데...^^;;ㅎㅎ

hnine 2010-05-14 22:3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바슐라르의 작품이 궁금했었는데 lazydevil님은 읽으셨군요.
미리 가진 기대때문에 실제 읽고나서의 느낌은 그에 좀 미쳤는지 몰라도 김숨 작가, 분명히 그녀만의 개성이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하늘바람 2010-05-19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이름이 참 매력적이네요

hnine 2010-05-19 18:15   좋아요 0 | URL
본명은 아니고요, 필명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