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과학 문지푸른책 밝은눈 1
전용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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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전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하게 되는 실험실이나 연구실로부터 걸어 나와 이렇게 과학을 일반인들에게 설명하고, 다른 학문과의 연관성을 파헤치고, 과학의 의미를 전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많지는 않다. 그래서 더 주목해서 그들의 일을 보게 된다.
저자 전성훈 역시 천문학을 전공하고,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더 공부했으며 과학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과학 문화'에 대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해온 분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과학은 짐작을 넘어서는 학문이고 그러기 위한 노력이다. 자연과 그 자연의 현상들을 대상으로 하며 여기에는 그 자연속에 살아가는 생물들도 포함되니 우리 인간도 물론 과학의 대상이라고 할수 있다, 몇가지 한계점을 제외한다면.
이 책은 과학 월간지에 2년 동안 연재되었던 내용에 그 밖의 다른 곳에 발표했던 글 몇가지를 묶어서 나온 것인데 저자는 머릿말에서 여러 대학 교수님들의 자문을 받았으며, '한국 문화 상징 사전',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 사전' 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우리 나라에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말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보인 글이 많다. 엄마손이 약손인 것은 사랑을 확인하는 행위라는 것 외에도 배를 따뜻하게 하고 장운동을 자극해서 배탈을 낫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송편을 찔때 솔잎을 넣고 찌는 이유는 솔잎의 향에는 세균을 죽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며, 아이를 가졌을 때 입덧을 하면 뱃속의 아기가 잘못될 확률이 적다는 말의 근거로서 입덧은 뱃속의 아이에게 아무 것이나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한 보호 차원의 전략이라는 것, 가루눈이 오면 춥고 함박눈이 오면 포근하다는 우리 옛말은 싸락눈과 함박눈이 만들어지는 방법 상의 차이를 볼때, 차가운 공기에서 만들어져 결정이 커지지 못한 경우에 싸락눈이 만들어지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에서 형성된 눈은 결정들이 단단하지 않아서 함박눈이 만들어져서 눈이 잘 뭉쳐져 눈싸움이나 눈사람 만들기에 적격이다. 시험 전날 먹는 찹쌀떡의 효과는 심리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과학적으로 밝혀진 효과는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 불안감에 대한 주술 효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인용한 프레이저의 저서 '황금가지'의 내용은 적절하였다. 만약 아들, 딸 가려낳게 허용이 된다면 아들보다는 딸이 많아질 이유, 이것은 나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라 흥미로왔다. 아들, 딸을 구별하여 낳으려면 생식세포중 X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Y염색체를 가진 정자를 분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원심 분리를 하면 무게가 덜 나가는 Y염색체 포함 정자세포가 모이는 윗층에는 각종 세균이나 기형 정자까지 혼합되어 있어 쓸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 이것은 지금까지 시행된 경우의 데이터를 봐도 증명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예로부터 행해오던 '대추나무 시집보내기'의 원리도 재미있다. 식물은 잎과 가지에 탄수화물의 비율이 높아지면 꽃눈을 많이 만들어낸다. 따라서 잎과 가지에 형성된 탄수화물이 뿌리 쪽으로 이동해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두면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라고 불리는 것) 돌이 관다발을 파고 들어가 양분의 이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잎과 가지에 탄수화물을 많이 보존할 수 있고 그러면 과실을 늘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란다. 관상은 어디까지가 과학인가 라는 글에서는 통계적인 연관성과 과학적 인과성 사이의 차이를 분명히 구분해주어 혼동하기 쉬운 둘의 차이를 확실하게 해주었다. 동면중인 동물을 일부러 깨워 훼방을 놓게 되면 다시 동면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다시 깨어나지 못하고 죽어버리게 되는 이유는, 동면에 들어가고 깨어나고 하는 과정에 광장한 에너지 소모가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리아가 예수를 낳은 것 처럼 남자 없이 임신하는 무염수태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모두 여자 아이여야 한다는 것도 충분한 근거로 설명되어 재미있었다.
지금이야 바닷물의 조석 현상이 중력과 달의 위상때문에 일어나는 것임이 증명되어 알려져 있지만 19세기 다산 정약용은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오로지 관찰만으로 조석 현상의 본질을 알아냈다고 한다. 심오한 과학 이론 없이도 본질을 정확히 꿰뚫을 수 있는 것이 관찰의 힘이고, 자연은 관찰과 경험의 눈으로 볼때 그 위대한 힘을 인간에게 더해준다는 저자의 그 말에 공감하여 꼭 기억해놓고 싶다. 과학에 대한 책을 읽다가 이처럼 저자의 어떤 통찰이 담긴 구절을 만날때의 감동은 특별하다.
읽는 사람에게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 다소 과장과 요란스런 설명이 곁들여진 과학 서적이 많이 나오고 있고, 또 굳이 그것에 반대하는 입장도 아니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 읽게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지나치지만 않으면 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편류를 타지 않은 듯, 과장됨 없이, 무난하고 평이하게 쓰여져 있다. 딱딱하지 않은 말로, 쉽게 쓰여져 있어 이해가 쉬어 술술 읽혔으면 그 본분은 다하지 않았나 싶은, 대견하고 기특한 책이다. 

 (좋은 책 읽게 해주신 책세상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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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0-01-2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주문해야지~~
나도 다린 엄마한테 ㄱㅅ 땡큐 ~~

hnine 2010-01-21 20:53   좋아요 0 | URL
나온지는 꽤 된 책이야. 경은이랑 함께 읽어도 좋겠다~

비로그인 2010-01-2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오한 과학 이론 없이도 본질을 정확히 꿰뚫을 수 있는 것이 관찰의 힘이고, 자연은 관찰과 경험의 눈으로 볼때 그 위대한 힘을 인간에게 더해준다. 그 내용이 제 머릿속에서도 잠시 머뭅니다.

뭔가를 밝혀내거나 찾으려 하는 사람들에게는 관찰하는 눈과 끈기가 있어야 하나봅니다..

hnine 2010-01-21 20:54   좋아요 0 | URL
그러려면 한곳에의 집중력도 필요하겠고요. 산만한 이 정신으로 뭘 할수 있으랴, 한숨이 푹... ^^

꿈꾸는섬 2010-01-2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쉽게 설명해주는 과학책은 재미도 있지만 세상을 보는 눈도 트이게 해주는 것 같아요. 참 좋으네요.^^

hnine 2010-01-23 12:37   좋아요 0 | URL
세상을 보는 눈을 트이게 해준다는 말씀 맞아요. 과학에 대한 설명만 있으면 그건 교과서와 다를 바 없겠지요. 교과서가 별로 재미없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니겠어요? ^^

bookJourney 2010-01-23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의 리뷰는 언제 읽어도 명쾌해서 좋아요~~~ ^^

hnine 2010-01-24 05:33   좋아요 0 | URL
책세상님, 이 책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같은하늘 2010-01-26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했던 것들을 쉽게 밝혀주는 책인데요~~

hnine 2010-01-26 04:50   좋아요 0 | URL
평소 저는 궁금하게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이 더 많았어요. 그냥 그러려니 하던 것들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것, 거기가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