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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 박사의 교육특강 1 - 바다 어린이교육 3
히라이 노부요시 지음, 최은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반항하는 시기는 사춘기때에나 온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첫 반항기는 두살에서 세살 사이에 오고, 말대꾸가 많아지는 중간 반항기가 일곱 살에서 아홉 살 까지, 그리고 사춘기때 오는 반항기는 시기적으로 제일 마지막인 제2반항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요즘들어 부쩍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듣기 싫어하는 아홉 살 아들 때문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이 책이 눈에 띄어 오래 된 책이지만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히라이 박사. 45년간 교육계에 몸담아온 일본의 대표적인 교육학자라는 이유보다도, 자신의 세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리고 여러 손주들을 돌보면서도 한번도 체벌을 해본 적이 없다는 말 때문에 다시 보게 되었다. 아이를 야단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것만 봐도 몸이 오싹했다는 그는 체벌은 부모의 짜증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부모들은 자신의 정서를 조절 통제할 수 없어서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이것을 읽으며 시인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시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또한 사랑의 매는 절대 사랑이 아니라고 했다. 마음이 상처만 깊게 만들 뿐.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그럼 이 버릇을 가르치기 위해서 부모들은 무엇을 해야하나?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는 것이 정답일까? 버릇이 있다, 없다라는 말을 할 때엔 어른이 다루기 편하게 말 잘 듣는 아이로 훈련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나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가정 교육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는 아이는 개성을 잃기가 쉽고 자발성을 획득하기 어려우며,우리가 '착한 아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사실 착한 아이가 아니라 자기 뜻을 못 펴고 어른들의 뜻에 굴복하여 사는 아이일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이의 버릇을 들이려고, 고분고분하게 만들려고 하는 대신 가정 교육이라는 것을 너무 서두르지 말고 아이들의 응석을 충분히 받아 주어 아이의 정서적인 안정이 탄탄하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이것이 바탕이 된 후에 아이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라고.
반항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부모 말을 안듣고 힘들게 하는 행위라고만 단정짓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자아에 대한 자각이 형성되고 있는 중이라는 의미있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아에 대한 기반을 확립하는 데에 반항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반항기는 자발성이 순조롭게 발달하고 있는 아이에게서만 나타나고, 이런 아이는 부모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성급하게 아이의 이런 행동을 '버릇을 고쳐놓는다'는 명분 아래 바로 잡아 놓으려고만 하지 말고, 기다려주라고 권한다. 저자의 중심적인 교육관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기다리는' 교육이다. 진정한 교육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법, 서두르지 않는 것, 빨리 하라고 재촉하지 않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책에서 같은 말을 하던가.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주라고.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마음에 응어리가 있다는 표시이며 (이것은 어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런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거부당한 일이 많아 정서가 불안정해 있고, 마음에 상처가 있는 상태라고 하니, 자라는 동안 부모의 사랑을 듬뿍 주는 것만큼 아이에게 필수적인 것은 없나보다. 그 사랑이 부모의 생각 위주로 잘못 표현되지만 않는다면.
아이들은 부모된 사람을 진정 사람되게 가르치기 위해 이 세상에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는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 아이는 그에 따라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렇게 종종 일깨우지 않으면 너무나 쉽게 잊고 지내는 사실을 덕분에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2권이 절판되어 읽어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