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 제목이 '생명의 양식'이라는 것 외에 이 노래 가사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음에도 일단 뭉클해지기부터 한다. 그냥 눈물이 핑 돌것 같다. 한번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고해성사를 하기 직전의 심정 같아지기도 한다. 이 노래를 듣게 될 때 내게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이제 지긋지긋한 수험 생활로부터 해방이라고, 드디어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고 기뻐했던가?  전혀 그렇질 않았다. 지긋지긋한 수험 생활을 통과해낸 보람을 느낄만큼 시험을 잘 보질 못하고 입학했기 때문에 안그래도 별로 높지 않던 자신감이 거의 바닥 수준인 상태에서 시작한 대학 생활이었다. 시간표대로 그냥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1년을 거의 그렇게 보내던 내게 그나마 혼자만의 낙이라면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는 일이었다. 처음 학교 도서관에 가보고서 그 놀라움이란. 어느 대학이나 다 그랬겠지만 학교 내에 그렇게 많은 책과 열람실을 가진 도서관이 있다는 것,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고, 그 안의 책들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신기하고 좋을 수 없었다. 나중에 다른 나라 대학의 도서관들을 가보니 그 당시 우리 학교의 도서관은 비교 상대도 안되었지만 난 그때 우리 학교의 도서관이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시간 날 때마다 도서관엘 갔다. 갈 때마다 꼭 앉는 자리를 정해놓고 앉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이 열람실의 구석 자리, 다음 날은 저 열람실의 창가 자리, 또 어떤 날은 일부러 입구 가까운 자리, 바꿔 가며 앉아 보았다. 대학생이 된 나에게 이제 허락되지 않는 책은 없었다. 마음껏 내가 보고 싶은 책들을 보았는데 주로 한국 문학과 전공 관련 책들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저 노래를 들었다. 도서관 자료실에서 뭔가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들릴 듯 말 듯, 아주 작은 소리로 저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무슨 노래인지 몰라도 정말 좋다 생각하며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가 소리의 츨처를 찾아 여기 저기 둘러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아마 도서관 바로 옆 건물인 음대에서 나오는 소리인가 짐작했을 뿐.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자료실에 앉아 있는 날 꼭 오후 5시만 되면 어디선가 저 노래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노래 제목도 궁금하고, 노래가 어디서, 왜 꼭 그 시간만 되면 나오는지도 궁금해하다가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것은 도서관 자료실 문 닫을 시간을 알리기 위해 매일 5시 5분 전이면 도서관에서 스피커를 통해 내보내는 음악이라는 것을. 
출발점에서 계속 한방향으로 걸어가다보면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구조가 재미있었던 곳, 크리스마스가 가까와오면 2층 로비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 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학생들의 소원을 적은 하얀 종이 쪽지가 트리의 가지에 달려지기 시작하고 그 하얀 종이 리본들이 또다른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이 되었던 곳. 

오늘도 이 음악을 듣는다. 비록 종교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만약 신이 있어서, 높은 곳에서 인간들 사는 모습을 내려다본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을... 꼭 그렇게 말씀 하실 것 같다. 어디서 그런 음성이 들리는 것도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 것 같기도 하고, 착잡해지는 것도 같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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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12-0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쓰고 있는 사이 방문자 수가 50000을 넘어버렸다. 요즘 분위기도 그렇고해서 작은 이벤트도 마련을 못했지만, 별로 도움도 안되고 기운만 쑥 빼놓는 글이나 끄적거려 놓는 이 곳을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꿈꾸는섬 2009-12-06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대단하세요.^^ 방문객이 많을수밖에 없는 서재에요.^^

hnine 2009-12-07 05:45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 감사합니다. 꿈꾸는 섬님은 제 서재를 따뜻하게 해주시는 분들 중의 한분이시지요 ^^

비로그인 2009-12-0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세자르 프랑크 의 곡, 잊고 있었는데 여기서 만나네요~
저 또한 이 곡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홀을 타고 오르는 따스함을 느꼈던 곡이지요...

hnine 2009-12-07 12:23   좋아요 0 | URL
언젠가 들려주시면 좋겠네요 ^^

같은하늘 2009-12-08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지 정말 엄숙해져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hnine 2009-12-08 18:41   좋아요 0 | URL
이 음악 정말 좋아요. 남자 테너 가수가 부른 것을 주로 들었었는데 저렇게 맑은 소년의 음성으로 들으니 더욱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