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 되다보니 내가 읽고 싶은 책 못지 않게 아이가 읽으면 좋을만한 책에 자주 눈이 가게 된다.
부모의 입장에서, 좋은 메시지가 담긴 책, 백번 잔소리 하느니 이 책을 읽으면 배우는 것이 있겠다 싶은 책, 바른 생각을 갖게 하고, 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데에 도움이 많이 되겠다 싶은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너무나 많은 가운데 어렵게 몇 권을 골라 보관함에 담아 놓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보여주고 물어본다.
"이 책, 재미있겠지? 엄마가 주문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아이의 얼굴은 좋다, 싫다 뭐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애매한 표정이 되곤 한다. 사준다면 읽기야 하겠지만 꼭 읽고 싶은 책 까지는 아니라는, 그런 뜻 아닐까? 나는 그렇게 해석하고 구입을 보류하곤 하는데, 지금까지는 내가 골라주기보다는 본인이 고르는 책 위주로 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동안에는 자기 의사보다는 부모의 판별 기준 아래 아이들 책이 구입이 되고 읽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은데 궁금한 것은 아이들이 이렇게 선택되어 주어지는 책들을 정말 좋아하고 즐겨 읽나 하는 것이다. 혹시 그 책이 어느 권장 목록에 있기 때문에, 아니면 엄마나 선생님이 읽으라고 하니까 읽는 경우가 대부분인지. 즉 읽도록 권장되고 있는 책들이, 아이들이 좋아서 읽는 책들과 얼마나 일치하는지가 궁금한 것이다.
내 아이 경우엔 그렇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본다. 예를 들어 이 어령 선생님의 '생각학교'시리즈, 그 유명한 '아름다운 가치사전' , 전자의 책은 아이 할머니께서, 후자의 책은 내가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 아이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사준 것인데 아이는 모두 흥미없어 했다. 아마 내가 억지로라도 읽기를 권유하면 읽기야 하겠지만 과연 아이들 책으로 베스트 셀러라고 오르는 것들이 아이들의 흥미도나 성향을 얼마나 반영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의 엄마들 사이의 베스트 셀러는 아닐까.
물론, 아이들이 스스로 고르는 책이 더 좋은 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구분은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엄마들의 독후 의견이 꼭 아이들의 의견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