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에 두 군데 미끼를 던졌더랬다. 내 나이에, 해당되는 곳이 한 군데 라도 될까 말까 인데 두 군데 공고를 우연히 한꺼번에 발견하고서는 마치 된 것 마냥 흥분이 되면서도 이런 짓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지난 번 일이 생각나서 망설이기도 했었다.  

그리고서 기다리는 며칠 동안 좋았고, 그리고 그 뿐이었다. 헛낚시질 하기를 벌써 몇번 째인지. 뭐 큰 기대를 한 것도 아니고, 꼭 가고 싶었던 곳도 아니니까 뭐, 뭐, 뭐...하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한 군데서는 전화가 오기를 이미 이력서에 다 적힌 것들을 다시 물어보면서, 결국 나이가 많다는 이유를 대었다. 그렇지요, 알아요, 안다니까요. 

그리고는 매일 매일 울적한 기분 속에서 지냈다. 가을이 오는지, 낙엽이 지는지, 단풍이 드는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이대로 사는거겠구나, 앞으로 무슨 변화도 기대할 일이 없겠구나, 그냥 이대로, 그냥 이대로 쭈욱. 이런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조금씩 기분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는데, 그건 내가 그렇게 마음 먹어서도 아니고 그냥 시간이 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는 내게 부족한 그 2%가 무엇일까, 매번 내가 빈 낚싯대 들고 되돌아오게 만드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객관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았다. 곰곰히.
자기 자신에게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객관적인 분석이었는지는 자신도 모른다. 나중에 세월이 더 지나고나면 알 수 있을지 몰라도. 

길은 하나가 아닐테니까, 가려고 했던 길이 막혔다고, 혹은 가리워져 안 보인다고 해서 걸음을 멈출 수는 없는 것, 사는 건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래, 괜찮다, 다 괜찮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과 돈과...아깝지만 다 괜찮기로 하자. 또 다른 길을 찾아봐야지.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마음이 탁 걸리고 마는 순간은, 지금도 새벽마다 나를 위해 기도하시는 엄마가 떠오를 때이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과 돈이라는 것은 순전히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 순간, 가까스로  일으켜 세워지던 내 마음은 다시 무너지고 만다. 

 

11월이구나. 10월과는 느낌부터 다르다. 어디서는 벌써 눈이 내렸다는데, 보통 첫눈은 11월 중순 경에 온다.

겨울과 어울리는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겠다. 

 

 

 

          

 

 (이런 기분인 가운데 알라딘에서 이번 주 마이리뷰에 뽑혀서 적립금이 지급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나 워낙 비경쟁적인 인간이라서 이런 것에 연연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도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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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1-0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스스로 잘 추스리고 토닥이고 잘 일어서는 hnine님. 그래도 가끔은 위로가 절실할 때가 있지요. 알라딘의 이주의 마이 리뷰는 적절한 때에 고마운 신호가 되어주었어요. 축하합니다. 날은 추워졌지만, 따뜻한 위로는 곳곳에서 마음을 어루만져줄 거예요...

hnine 2009-11-02 16:2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마노아님...

무스탕 2009-11-02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닥터 지바고 못봤어요.. 보고싶은 맘은 언제나 있는데 왜 못본건지 모르겠어요.

두 군데 모두 hnine님이랑 인연이 아닌거에요. 좀 더 확실한 인연을 만나기 위한 진행 단계라고 봐요, 전.
오늘 많이 추운데 김 모락모락 나는 맛있는 빵 만드셔서 다린이랑 맛있게 드세요. 배 부르면 다 좋잖아요 ^^
리뷰 당첨도 축하드리고요~

hnine 2009-11-02 19:41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다른 길을 찾아야지요. 저를 위한 길은 다른 곳에 있나봐요.

닥터 지바고는 남편이 좋아하는 영화라서 아예 구입해서 가지고 있더군요. 눈 내린 풍경이 자주 등장해서 겨울과 함께 연상이 되는 것 같아요. 좀 길지만 감동도 길어요. 영화 좋아하시는 무스탕님도 좋아하실거라 생각되네요 ^^

2009-11-02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11-0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나이를 먹어도 길은 어딨는지를 모르겠는걸까요? 인생은 그걸 찾아 헤메는 과정일 뿐인건지.. 그래도 우리 힘내서 열심히 찾자구요, hnine님. 화이팅이어요!!

hnine 2009-11-03 12:40   좋아요 0 | URL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고요.
어제 잠 잘때 엄마가 생각할게 있어서 좀 더 있다가 자야하기 때문에 같이 옆에서 못 재워준다니까 아이가 "엄마, 무슨 문제인데 그러세요? 마음이 어서 풀리길 바래요" 이러던데요? ㅋㅋ
알라딘의 여러 친구분들의 말씀이 힘이 참 많이 되네요.
고마와요 manci님.
곧 서울에는 눈이 온다는데, 출근하실 때 가방에 카메라 당분간 넣어다니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

상미 2009-11-0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냥 이대로 사는거겠구나, 앞으로 무슨 변화도 기대할 일이 없겠구나,
그냥 이대로, 그냥 이대로 쭈욱

나도 요즘 그런 생각하는데... 슬프게도.

축 쳐진 날엔 어떤 형식으로든 cheer up 될만한 일이 생기면, 정말 눈물겹게 고맙지...

hnine 2009-11-03 12:42   좋아요 0 | URL
너도 그래? 앞으로 변화가 많을 시기엔 불안했고, 변화를 기대할 일이 없는 나이가 되니 허무하고, 그렇네...

순오기 2009-11-0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도 요즘 심란한 일이 있어 마음이 가라앉았는데 님의 스마일을 보면서 웃었어요.
처진 어깨를 곧추세우는 것도 웃음일거라 생각돼요. 우리 같이 웃어요~~ ^0^

hnine 2009-11-04 12:4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감히 어떤 심란한 일이 있으신지 여쭙지는 못하겠고, 저 혼자 유난떤 것 같아 쑥스러워지네요. 비슷한 상황에도 꿋꿋하게 혼자서 잘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지요.
네, 힘을 내서, 웃으면서, 남은 하루 잘 만들어갈께요. 감사합니다.

같은하늘 2009-11-04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어갈수록 후지게 사는것 같은 생각에 슬퍼져요.
계절 탓인지... 우리 함께 기분 업시켜 보아요~~~ 아자~~

hnine 2009-11-04 12:43   좋아요 0 | URL
같은 하늘님, 계절 탓일까요?
지금은 엄마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 아이들이지만 언젠가는 엄마 품을 떠날 것이고, 또 그래야 하고요, 그때 맞닥뜨릴 허무함을 지금 미리 연습하고 준비하려던 심리였나봐요. 그런데 금방 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네요. 시간을 두고 곰곰히 생각해봐야겠어요. 오늘은 또 순오기님과 같은 하늘님 덕분에 기분 내어 나가보렵니다 (지금 막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감사드려요.

2009-11-04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4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