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드러누워 버렸다.
오늘 일정 다 취소시키고.
내일 일정까지 연기시키고
드러누워버렸다.
요즘 신경쓸 일이 좀 많긴 했지만
그 정도 신경 안 쓰고 사는 사람도 있냐고
스스로 야단도 쳐봤지만
몸이 아플 때에는 마음이라도 단단히 먹어야 하는데
마음이 먼저 주저 앉아 버렸다.
남동생네 새로 태어난 아기를 돌봐주시러
오늘 자그마치 일곱달 예정으로 먼길을 떠나신 부모님
일흔이 넘은 두 노인네가
그 많은 짐가방을 들고
혈압약, 관절약 등등 늘 드시는 약을 한보따리 챙겨서
공항으로, 또 탑승하시기까지
긴장하시며 여기 저기 찾아다니실 뒷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안 좋고
아직도 무슨 일이 있으면
남편보다 부모님께 더 의지하고 싶은
이 철없음때문에 괜히 눈물난다.
내 나이 마흔 넷
부모님께 힘이 되어드리고도 남을 나이
그런데 어제 밤 전화에
엄마는 오히려
나를, 내 가족을 걱정하고 계셨다.
이런 저런 생각들에
어제 밤, 몸도 몸이지만
자꾸 눈물이 나왔다.
이불 다 차버리고 잘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는
울다가도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그러게 아프면 병원에 가보라니까 그러고 있냐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는 또 찔끔 눈물이
엄마, 아빠
가셔서 아들 내외와 손주와
잘 지내시다 오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