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드러누워 버렸다.
오늘 일정 다 취소시키고. 
내일 일정까지 연기시키고
드러누워버렸다. 

요즘 신경쓸 일이 좀 많긴 했지만
그 정도 신경 안 쓰고 사는 사람도 있냐고
스스로 야단도 쳐봤지만

몸이 아플 때에는 마음이라도 단단히 먹어야 하는데
마음이 먼저 주저 앉아 버렸다.
남동생네 새로 태어난 아기를 돌봐주시러
오늘 자그마치 일곱달 예정으로 먼길을 떠나신 부모님
일흔이 넘은 두 노인네가
그 많은 짐가방을 들고
혈압약, 관절약 등등 늘 드시는 약을 한보따리 챙겨서
공항으로, 또 탑승하시기까지
긴장하시며 여기 저기 찾아다니실 뒷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안 좋고
아직도 무슨 일이 있으면
남편보다 부모님께 더 의지하고 싶은
이 철없음때문에 괜히 눈물난다. 

내 나이 마흔 넷
부모님께 힘이 되어드리고도 남을 나이
그런데 어제 밤 전화에
엄마는 오히려
나를, 내 가족을 걱정하고 계셨다.

이런 저런 생각들에
어제 밤, 몸도 몸이지만
자꾸 눈물이 나왔다.
이불 다 차버리고 잘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는
울다가도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그러게 아프면 병원에 가보라니까 그러고 있냐는
남편의 말 한마디에는 또 찔끔 눈물이

엄마, 아빠
가셔서 아들 내외와 손주와
잘 지내시다 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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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9-0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모라는 게 뭔지.
님 아프셔서 어떻게 해요?
머 어쩌지도 못하고 속상하네요.
얼른 병원에 가보시고 일어나셔야죠

hnine 2009-09-03 19:25   좋아요 0 | URL
아무리 해도 자식은 부모 마음을 못따라 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받은 사랑을 우리는 또 자식에게 쏟아 붓고요.
하늘바람님, 몸 아프지 않은게 뭐니뭐니해도 첫째여요. 그렇지요?

마노아 2009-09-0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로서, 딸로서, 그리고 나인님 자신으로서 모두 다 소중해요. 병원 꼭 다녀오시고 아픈 거 어여 나으셔요. 호오오~~~

hnine 2009-09-03 19:2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호오오~~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필요한건 다른게 아니라 바로 그 호오오~~ 인지도 모르겠어요.

상미 2009-09-0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모가 되었구나...축하축하~~
혁이가 아빠가 되었구나. 상미누나가 축하한다고 전해줘.
오래 기다리던 아이라서 엄마 아빠가 더 좋아하시겠다.
나도 가끔 엄마 아빠 여행 가시면, 허전하더라구. 7개월이면 길겠다.
언제나 SOS 치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인데.

그나저나 많이 아픈가보다.
밥 많이 먹고 얼른 나아~~~

애들 아빠도 자기 딴엔 제일 관심있게 해주는 말이<내일 병원가봐...>
그 말 한마디가 아플 때는 더 섭섭하다고 누누히 말하지만 ,
무뚝뚝과 남자들은 그 정도도 많은 관심을 표현한다고 생각하나봐.
뭐 어쩌겠니,
곰살맞고 말 많은 사람보다 과묵한 남자한테 점수 후하게 준 우리 선택인것을

hnine 2009-09-03 21:21   좋아요 0 | URL
마지막 줄의 그말이 심금을 울리는구나 흑흑...
혁이에게 꼭 전해줄께. 상미누나의 축하메시지를.
고맙다 ^^

프레이야 2009-09-0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님께 살짝 서운하신 마음이 비쳐요. 우리집이랑 비슷^^
그나저나 나인님 몸이 무리된 것 아닌가싶어요.
몸 돌보시기 바래요. 힘내고 얼른 나으시길요.~

hnine 2009-09-03 23:44   좋아요 0 | URL
예, 프레이야님. 걱정해주신 덕분에 오늘 아침보다 지금 훨씬 낫네요.
프레이야님댁도 저희집과 비슷? ^^
저희 부모님 잘 도착하셨다는 전화 받고 자려고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중이어요.

순오기 2009-09-07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허전해서 더 아프셨는지도... 부모님은 곁에 계신 것만으로도 힘이 되지요.
이젠 많이 좋아졌겠죠~ 밥심(힘)이나 잘 드시고 기운내시길...

hnine 2009-09-07 05:4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운낼께요 ^^

하양물감 2009-09-07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한번씩은 이런 느낌을 받나봅니다. 몸이 아프고 힘든 것보다 뭔가 의지하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때 옆에 있는 이가 섭섭하게 느껴질때가 많지요.
이젠 괜찮으시겠지요^^

hnine 2009-09-07 13:01   좋아요 0 | URL
그럼요, 이제 괜찮답니다. 주말 내내 먹고 쉬기만 했어요. 남편도 막 시키고요.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