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우리 집 메뉴였다.
파는 팬케잌 가루로 해봤는데 단 것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너무 달았다.
오늘은 직접 재료들을 섞어 만들었다. 박력분 밀가루가 없어서 그냥 중력분 밀가루로, 버터가 있었으면 풍미가 훨씬 좋았겠지만 그냥 식용유로, 위에 뿌리는 시럽은 꿀로 대치. 

두께도 각각, 구워진 표면의 색깔도 얼룩덜룩 ^^ 

사실 팬케잌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였다.
지금까지 내가 커피 마시는 컵으로 애용하고 있는, 뒤에 보이는 저 머그컵도 어느 팬케잌 식당에서 얻어온 것.   

다 굽고 나니 우유가 없네. 팬케잌이 식기 전에 우유 사러 쏜살같이 달려나가며 문득 생각한다. 꼭 이래야하나? 이런 수고 모르고 침묵 속에 그냥 입으로 들어가고 말 팬케잌을 내놓자고 말이다. 그러면서도 우유를 사러 가는 편의점으로의 발걸음은 늦춰지지 않았으니, 하거나 말거나 한 생각이지.

내가 여력이 있는 한, 되도록 가족에게 엄마가, 그리고 아내가 만든 음식을 자주 먹게 하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다. 나 어릴 때, 직장 일을 하셨기에 부엌엔 거의 안 들어가셨던 우리 엄마. 소풍 날이라든지, 어쩌다가 엄마께서 음식을 해주시는 날이면,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나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자식은 이기적이다. 부모에게 받은 것은 떠올리는 적이 거의 없으면서, 아쉬웠던 것만 기억해낸다. 우리 엄마인들 부엌에 들어가서 자식이 좋아하는 음식을 이것 저것 만들어주고 싶지 않으셨을까? 44년 직장 생활을 하신 엄마.  

우유를 사다가 식탁에 차려 낸다 (와중에 사진까지 찍고 ^^).

"엄마, 잘 먹었습니다~"
다 먹은 아이가 하는 말에 내가 고맙다.
그래, 나중에 결혼해서 네 아내에게도 꼭 그래야한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08-0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부모에겐 감사할 일보다 서운했던 걸 더 생각하는 듯...
제 자식에게 하는 것 십분의 일만 해도 효자 효녀 소리 듣는대잖아요.^^
아내에게도 감사해야지요~ 다린이 때는 가사를 같이 하는게 당근이겠죠?^^

우리도 팬케익 즐겨해먹어요. 적당한 간식 없으면 손쉽게 해줬거든요.
우리는 후라이팬 크기로 큼지막하고 도톰하게 해서 여덟 조각으로 잘라먹어요.
팬케익 가루로만 해봤는데...너무 달아서 우린 시럽을 안 뿌려요.

hnine 2009-08-09 20:53   좋아요 0 | URL
아, 좋은 아이디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에 크게 구워 피자처럼 잘라 먹는 것이요.
저는 프라이팬 두개 꺼내 놓고 조만한 것 하나씩 굽느라고 시간이 꽤 걸렸답니다.

마노아 2009-08-09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점엠서 만들어 내온 거라고 해도 믿을 인증샷이에요. 엄마의 음식에는 정성과 시간과 노력과 사랑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맛있어요. 그치만 저 팬케이크는 먹어보지 않아도 달콤함이 느껴져요. 훗날 아내에게도 잘해낼 다린이가 기대되어요.^^

hnine 2009-08-09 20:57   좋아요 0 | URL
아이쿠, 마노아님, 칭찬해주시니 감사하지만 근처에도 못가요.
의욕만 앞서서 이것 저것 만들어보기는 잘 하는데 말이지요 ^^

바람돌이 2009-08-09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파는 팬케익 가루 너무 달던데 직접 만들어볼까요?
아 우리 애들도 나중에 저럴것 같아요. 울 엄마는 직장생활한다고 제대로 우릴 먹여준적 없다고... 주말에라도 나름 뭔가를 해줄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게 참 힘들더라구요. ㅠ.ㅠ

hnine 2009-08-09 21:03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은 직장 생활 하시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시려고 노력하시는 것이 보이는걸요. 함께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요. 아이들과 대화도 많이 하시고요.

프레이야 2009-08-0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생활 하지 않는 저도 잘 해주지 못한데요 ㅎㅎ
우리집엔 큰딸이 가끔 저 혼자 구워먹고 남으면 저더로 조금 줘요.
팬케잌처럼 폭삭폭삭 달콤한 일요일 보내세요.^^

hnine 2009-08-09 21:05   좋아요 0 | URL
저희 엄마께서 저보고 그러시지요. 넌 참 별걸 다 한다고요 ^^
오늘 서울 인사동 갔다가 더워서 혼났답니다. 날을 아주 제대로 잡았지요 ㅋㅋ

하양물감 2009-08-10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사진이 정말 먹음직스러워보여요. 저는 어제 호떡 구워줬어요. 팬케익은 우유가 남아돌 때 만들어먹어요. 하하하....(받아먹는 우유가 가끔 밀릴 때)

hnine 2009-08-10 09:31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메뉴 결정에는 냉장고에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저 같은 경우에 달걀이 많이 남아있을 때 카스테라를 만드는 것처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