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천천히 흘러가는 일상을 상징하는 것인가? 헨델의 라르고 (Largo)가 배경 음악으로 천천히, 낮게 깔리면서 시작되는 영화 <요시노 이발관>
마치 성직자의 가운을 연상시키는 이발 가운을 걸친 아이들이 합창하는 '할렐루야' 역시, 그냥 선곡된 음악은 아닌 듯 하다.
내가 어릴 때, 그러니까 1970년대 우리 나라 풍경이 비슷하게 펼쳐지는 마을.
이 마을 모든 아이들의 똑같은 머리 스타일은 전통이라는 이름의 획일성, 통일성을 상징하는데, 영화나 책에서 일본 사람들의 이런 전통, 습성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좀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개성과 일탈을 허락하지 않고, 규격화된 집단의 일원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개인의 존재.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이런 사고 방식은, 우리가 일제 치하에서 강요되었던 많은 것들중의 하나가 아닐까. 잔재라고 하기엔 아직도 너무나 영향력이 큰.
영화 곳곳에서 마치 우리 얘기 같은 느낌이 들때마다 섬찟섬찟 해야했던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인지.

1972년생,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첫번째 장편 데뷔작으로서 우리 나라에 먼저 알려진 <카모메 식당>보다 2년 일찍 만들어진 영화이다.
상영 시간 1시간 35분.
아홉살 아이도 지루해하지 않으며 보는게 의외였다. 나중엔 손부채질까지 하며 보아야 했던 낡은 영화관이었음에도 말이다. 덧붙여, 영화 중에 초등 5학년 남자 아이들이 여자의 벗은 몸 사진이 실린 잡지들을 몰래 돌려 보며 신나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이 엄마는 옆에서 조마조마 했음에도 말이다.
바가지 머리로 상징되는 전통과 관습, 이에 대응 구조로 등장하는 전학온 아이의 반항, 그리고 핑크색 가운에 검은 우산을 들고 혼자 알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돌아다니는 마을의 그 이상한 남자가 가끔 미친 척 던지는 말들.
더하고 뺄것도 없이, 영화의 의도가 아주 딱 떨어지게 전달되는, 그래서 깔끔함과 동시에 싱겁다는 느낌도 함께 받았던 영화였다.
--- 빗소리가 음악을 대신하는 새벽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