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에 가니, 학교마다 봄 쯤에 교내 합창대회라는 것을 한다고 했다. 각 학년 별로 지정곡이 주어지고, 각 반은 지정곡 외에 자유곡을 한 곡 더 정해서 부르는 것이다. 반마다 지휘자와 반주자가 정해지고, 자유곡이 정해지면 한달 이상을 음악 시간은 물론이고, 방과 후에도 음악실을 예약해서 빌려가며 연습을 했었다. 학교에서 1등을 한 학급은 지구별로 소속 중학교 들끼리 모여서 하는 합창대회에 또 출전하는 자격이 주어졌다. 

나 중학교3학년때. 여자중학교에 처음 부임해오신 우리 담임선생님은 과학 선생님이셨는데, 자유곡을 무조건 이 노래로 하자고, 아니 해야한다고 악보를 들고 나오셨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전, 공식적인 교내 합창대회에서 주로 불려지던 곡들은, 지금 기억나는 것만 꼽아보자면 '새타령', '울산아가씨', '코시코스의 우편마차', '아리랑 (꽤 멋있게 편곡된 아리랑이다)', '별 (이수인 곡)', '푸니쿨리 푸니쿨라' 등등. 담임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이 곡은 지금이야 올드 송 중의 올드 송이라서 '팝송'이라고 말하기에도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아무튼 그때까지 교내 합창대회에서 이런 곡을 부르겠다고 나선 반이 없었으므로 음악선생님께서도 난색을 표하셨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막무가내. 음대 다닌다는 친척 누구에겐가 중학교 합창용으로 쉽게 손을 봐달라 부탁까지 하신다며 뜻을 굽히지 않으셨다.

2부 합창으로 수정해오신 악보는 여전히 중학생들에게 높은 음역이 많아서, 반주자는 악보 전체를 며칠에 걸쳐 몇 음계 내려서 조옮김까지 해야했다. 더군다나 영어로 가사를 다 외워 불러야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겐 부담이었으나, 아무튼 우리는 음악 선생님, 학교 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르고야 말았다. 

 

 

 

 

고음 부분에 가서는 여전히 어색하고 듣는 사람에게도 힘겹게 들렸지만, 합창대회는 그렇게 치뤄졌고, 합창대회의 물결이 한바탕 지나고 나면 어느 덧 목련도 다 지고, 날씨는 후끈 더워져 가고 있었다.
봄을 그렇게 보냈던 것 같다. 

아 참, 이곡의 반주도 그때 내 수준으로 만만치 않았다 (반주자가 나였다). 
 

함께 노래하던 그때 우리 반 아이들은 지금 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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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9-03-1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푸니쿨리 푸니쿨라'를 불렀어요. 담임쌤이 정해준 곡이었죠. 여차여차해서 3위를 했던가. 그때 지휘를 제가 했었더랬죠-_ㅠ (별 걸 다하고 살아; ) 제가 꽤나 음치였는데, 아마 부반장이어서 지휘를 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이; 지휘상도 탔더랬어요. 아주 지독하게 연습을 시켰던 걸... 선생님들도 아셨던 모양 ㅎ 그러게, 요즘도 합창대회하나요?
(그때 반주를 했던 친구... 는 최근에 연락이 되었는데, 그 친구도 애 둘이라고. 호호. 그때 우리 반 친구들, 몇몇은 여전히 연락이 되는데, 다들 잘 살아요. 아마, 님의 친구분들도 그렇게그렇게 잘들 지내실 겁니다!! ^^ )

그런데 멋진 곡을 부르셨군요!

hnine 2009-03-14 10:20   좋아요 0 | URL
'푸니쿨리 푸니쿨라' 빠르고 경쾌한 곡, 상 많이 타는 곡이라고 그랬었죠 ^^
지휘자는 지휘를 잘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있어야하는데, 와우~ kimji님, 다시 보여요^^

마노아 2009-03-1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트리츠 트라츠 폴카 불렀어요. 우리 반이 1등 상 받았는데 교내 대표로 나가려니까 음악샘이 욕심이 난 거죠. 그래서 우리반 애들뿐 아니라 다른 반 애들 중에서 노래 잘하는 애들(사실은 공부 잘하는 애들) 뽑아서 따로 연습 시켰는데 그게 반칙이잖아요. 들통나서 다시 우리 반 애들로 연습 시켜 나갔어요. 6학교가 출전했는데 남자 학교는 주최학교 하나 참가해서 단독 상 받았고, 우리 반은 참가상이었어요. 1등 빼고 5반은 모두 참가상 주더라구요.
이 노래 너무 좋아요. 반주까지 하시공, 아이 참 멋진 추억이에요!

hnine 2009-03-14 16:27   좋아요 0 | URL
그때를 자세히 기억하고 계시네요. 트리츠 트라츠 폴카, 제목은 들어본 것 같은데...학교대표로도 나가보시고~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추억이겠어요.

하이드 2009-03-1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합창부였는데 ㅎㅎㅎ
저는 '보리밭', '산넘어 남촌' 뭐 이런걸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

hnine 2009-03-14 16:29   좋아요 0 | URL
맞다, 보리밭. 그것도 인기 합창곡 중의 하나였지요. 좀 어려운 곡이었던 기억이 나요. '산넘어 남촌에는'도 기억나네요. 오랜만에 듣고 싶어 검색해보니 웬 '가수 박재란'의 산넘어 남촌만 잔뜩 나오네요 ㅋㅋ

무스탕 2009-03-1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등학교때 우리반이 학교 일등을 먹어서 지역대회에 나가적이 있어요.
그때 불렀던 노래가 축축 처지는 노래였는데 제목은 기억이 안나고 가사 내용이 심청이의 죽음을 서글퍼 하는 노래였어요 -_-
'어이하나 어이하나 이 일을 어이하나 불쌍한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네. 푸른물 인당수는 물결만 출렁이네 어이하나 어이하나 이 일을 어이하나..'
세상에.. @.@ 이런 노래로 대회엘 나가다니...

hnine 2009-03-15 04:41   좋아요 0 | URL
아, 무스탕님, 저도 그 노래 기억해요.저 중학교 1학년때 그 노래 부른 반이 1등했었어요. 제목이 '인당수'아니었나 하는데...그 노래가 어려운데 참 좋더군요. 무스탕님 덕분에 잊고 있던 좋은 노래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네요

하양물감 2009-03-15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중학교때는 몽금포타령....으로 합창대회나간것 같아요...

고등학교때도 있었는데, 기독교계학교라서 성가경연대회를 했네요. 별로 기억하고싶지는 않아요...

hnine 2009-03-15 15:06   좋아요 0 | URL
성가경연대회라...흠~ ^^ 성가 중에도 좋은 곡들이 많긴 한데, 처음부터 선택의 제한이 걸려버리면 흥미가 좀 떨어질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이 합창대회라는 것이 거의 전국적으로 다 있었나봐요?

2009-03-19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9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