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화이트 데이라고, 어제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투덜거린다. 같은 반 어떤 남자 아이 엄마가 초코렛을 가져오셔서 여자 아이들에게만 나눠주셨단다. 먹고 싶어 구경만 하고 있었을 남자 아이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평소에 일부러 사주는 일은 절대 없는 초코렛이지만 오늘은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여자친구가 챙겨줄 때까지 당분간 엄마가 챙겨주마 하면서. 이제 아홉살이면서 여자친구라는 말만 나오면 자기는 여자친구 안만들거라고 딱 잘라말하는 모습에, 보는 나는 얼마나 재미있는지.
우리집에서 내가 챙겨야할 또 한 남자, 남편에게는 화이트데이 선물이라긴 뭐하지만, 돋보기를 사줄 예정이다. 멀리 봐야 글자가 더 잘 보인다는 말을 하기 시작한지 꽤 되었는데 돋보기를 하라면 그래야겠다는 말만 하고 아직 안하고 있다. 안경을 하러 가는 것과는 아무래도 다른 느낌이겠지 돋보기를 맞추러 가는 것 말이다.
몇년 전 우리 식구 사진을 보시던 우리 친정 어머니는 나보다 남편이 그동안 더 많이 나이가 들은 것 같다며 안됬어 하신다.
아무튼 오늘은 화이트 데이.
결혼 전엔 내게 한번도 특별한 날이 아니었던 화이트 데이이다.
그나저나 오늘 새벽 3시에 들어온 남편. 오늘 오전은 잠으로 보내시겠구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