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도 나갈 시간이 다되어 오는군.
자,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 차례더라, 달력을 볼까?
아하. 반팔 옷을 입어야겠군.
어디, 나가 보자."
두둥실~
달이 힘차게 떠올랐습니다.
높이 높이.
되도록 먼 곳까지 볼 수 있으려면 높이 높이 떠올라야합니다.
"여기가 좋겠군. 어디 보자~"
달은 눈을 크게 뜨고 여기 저기 둘러 봅니다.
저쪽에는 도로에 차가 잔뜩 밀려 있는 것이 보입니다. 상점마다 화려한 조명등이 켜지기 시작합니다.
두둥~ 몸을 반대쪽으로 돌려보니, 그곳은 아파트가 빽빽히 들어선 동네입니다.
저기 놀이터가 보이네요. 놀던 아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한 아이가 집에 갈 생각도 안 한채 쪼그리고 앉아 계속 모래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모양의 플라스틱 그릇에 모래를 꽉 차게 담은 후 재빨리 바닥에 뒤집었다가 그릇을 들어올립니다. 그 자리에 그릇모양의 모래탑이 생깁니다. 여러 가지 모양의 모래탑을 연달아 만들던 아이는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옆의 의자로 가서 가방을 끌어앉고 우두커니 앉아있습니다.
"왜 집에 안가고 있는거지?"
달은 궁금해서 계속 그 아이를 비추며 지켜봅니다.
이미 주위는 깜깜해지고 달빛만이 놀이터를 비춰주고 있습니다.
달은 그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기로 합니다.
꼼짝 않고 그 아이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이는 알까요? 지금 달이 친구가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런지 아이가 앉아 있는 의자 주위가 유난히 환해보입니다.
구름이 달을 가릴려고 하면 달은 사정합니다.
"구름 양반, 지나가려면 얼른 지나가주쇼. 당신이 나를 막아서 내 빛이 가려지면 저기 저 꼬마가 겁먹을지 몰라요."
친절한 구름은 얼른 달을 지나서 갑니다.
아이는 배도 고프겠지요.
누구를 기다리는지 계속 아파트 입구쪽을 쳐다 봅니다.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달도 안타깝습니다.
그때, 아이를 부르며 달려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이는 달려갑니다.
아마 아이의 엄마인가 봅니다. 허겁지겁 뛰어 왔는지 숨을 몰아쉬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듭습니다.
곧 아이와 엄마는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합니다.
"휴~ 이제 안심이야."
한 곳만 계속 비추느라 힘들었던 달은 다시 주위를 잘 둘러봅니다.
내가 필요한 곳이 없나, 나를 친구로 필요로 하는 곳이 없나 하고요.
매일 밤 달이 하는 일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