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풍경, 또는 그림이 언제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텐데, 예전의 그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면, 오늘 달리 드는 느낌으로부터 지금 내 마음 상태가 어떻다는 것을 거꾸로 짐작해보기도 한다.

Marc Chargall 의 <바이올리니스트> 라는 그림인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남자의 모습이 행복해보이기도 하고, 또는 외로와 보일 때도 있었다.
오늘 내 눈에는, 외롭지만 행복해보인다. 외로우면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른 쪽 옆에는 그의 연주를 올려다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에 비해 아주 작게 그려져 있고, 하늘에는 역시 천사가, 뾰족 지붕이지만 권위스러워 보이지 않는 집들이, 그리고 역시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교회의 십자가가 이 그림에는 두 군데나 보인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 반짝거리는듯한 왼쪽의 푸른, 아니 '파란' 나무. 파란 나무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다. 나무를 이렇게 새파랗게 그릴 수 있는 화가.
그림 속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제 멋에 겨워 열심히 연주한다. 화면 윗 부분을 천상의 세계, 아래 부분을 우리 인간들의 속세라고 보면, 화면 전체에 꽉 차게 그려진 바이올리니스트는 천상과 속세를 자유로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그 무엇도 아닌 바이올린을 통해.

Marc Chargall의 <파란 집>

그리고, <회색 집> 이다.
두 그림의 집이 같은 집 같기도 한데, 매우 다른 색조로 그려 놓았다. 위의 파란 집에는 사람이 집 안의 창가에, 아래 회색 집에는 밖에 나와 있구나. 그 사람의 코트 자락에서 찾았다, 화가의 서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