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나 제사 음식 준비할 때 내가 제일 자신 없는 음식은 육원전 (동그랑땡이라고 흔히 부르는)과 식혜이다. 오늘은 어쩐 일로 육원전이 예쁘게 잘 되었다 했더니 식혜는 여전히 나를 애먹이고 있는 중. 밥알이 왜 안뜨냔 말이다 흑 흑...
엿기름 가라 앉길 기다리는 동안은 실험실에 있는 '원심분리기'가 얼마나 간절하던지. 성격 급한 나에게는 정말 감질나는 음식이다.

낮에 먹은 점심이 너무 배불러 저녁을 빵으로 먹었다. 아침에 직접 구운 식빵이긴 하지만, 끼니를, 그것도 아침도 아닌 저녁을 밥이 아닌 빵으로 먹는 것은, 우리 집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어떤 분께서 선물해주신 세가지 종류 과일잼을 보고 이거 식빵에 발라 먹어보자고 한 아이의 말을 듣고 새벽부터 차례 준비보다 먼저 식빵 반죽을 하고 있는 내가 오늘은 좀 대책 없어 보이기도 했다.



 

 

 

 

 

 

 

 

 

 

 



 

 

 

 

 

 

 

 

 

 

 

 

며칠 전에 만든 찐빵은 다섯개 만들어 그날로 품절. 내가 아이 가졌을 때 그렇게 먹고 싶었으나 결국 못먹었던 바로 그 찐빵! 이 안에 통단팥이 들어있다.



 

 

 

 

 

 

 

 

 

 

 

 

 

아까 저녁 먹기 전 집 앞의 공원에 나가 달 구경 미리 하면서 아이에게 소원을 빌자고 했더니, 주저 없이 소리 내어 하는 기도말은 " 내년 제 생일에는 꼭 닌텐도 게임기를 갖게 해주세요~" 그 소리를 듣고 흥분한 나. 바로 이어서 달님에게 기도하기를, " 이 세상에서 닌텐도 게임기가 사라지게 해주세요~" ㅋㅋ



 

 

 

 

 

 

 

밥알 떳나 다시 나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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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08-09-14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 님, 이 글 보면서 엄청 웃었습니다. 그리고 참 부럽네요. hnine 님 아드님은 참 좋겠어요. 저렇게 맛있고 풍성한 빵들을 마치 요술을 부리듯 척척 만들어 내시는 어머니를 두셨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풍성한 한가위 추석 보름달, 감사합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hnine 2008-09-14 04:45   좋아요 0 | URL
오븐에서 꺼내는 장면만 보고 남편은 "거, 빵이 금방 되네~" 그러더라구요. 반죽에, 두 차례 발효에, 세시간 넘게 걸린지는 모르고 ^^
어제 보기엔 달이 아직 약간 보름달에 못 미친 모양이었는데 오늘 밤에는 완전 보름달을 볼수 있겠지요.
읽고 웃어주셔서 감사하고요 ^^, 오늘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너무 책만 읽고 일만 하지 마시고~ ^^

웽스북스 2008-09-14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통단팥 들어있는 찐빵, 울 옴마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말이죵 ㅎㅎ
사진에 좔좔 흐르는 윤기만으로도 그 맛이 느껴져요, 식혜 밥알은 잘 떴나요? ^_^

hnine 2008-09-14 22:25   좋아요 0 | URL
팥배기만 준비된다면 찐빵 만드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아요.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군요.
식혜 밥알은...자의로는 뜨고 싶지 않다길래 제가 나중에 억지로 띄웠습니다 ㅋㅋ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지요? ^^)

미설 2008-09-16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소원이~ㅋㅋ 알도도 노래를 부르는데 도저히 사줄수가 없는 아이템이라 뭐 대꾸도 안합니다. 대학생이 하고 있는거봐도 싫던데요, 뭐^^ 그런데 애들은 그게 그렇게 갖고 싶나봐요. 식빵도 찐빵도 너무너무 맛나보입니다. 세가지 과일잼도 생각만해도 침이~~

hnine 2008-09-16 13:56   좋아요 0 | URL
저도 게임기는 아직 절대 불허를 고수하고 있답니다.
식빵, 찐빵 만들어서 제일 맛있게 먹는 사람은 저랍니다 ㅋㅋ

미설 2008-09-16 17:38   좋아요 0 | URL
갑자기 이웃으로 이사가고 싶어져용,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겠지 싶어서요 ㅎㅎ 저도 요리하면 보통 전 맛있는데 애들이랑 신랑은 영 신통해하지 않더라구요, 흥, 우리 애들은 만들때 원재료 달래서 잘 먹고 요리 결과물은 거의 안먹는다는...

hnine 2008-09-17 07:00   좋아요 0 | URL
엄마가 만들 때에는 맛도 맛이지만 영양을 생각하느라 일부러 넣는 재료도 있고 빼는 재료도 있고 하다보니, 파는 것과는 좀 다른 맛이 나서 그런가봐요.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만 있으면 저는 밤 새고라도 만들어줄수 있는데, 으흑...
맛있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2008-09-17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09-17 23:57   좋아요 0 | URL
밥알은 충분히 삭은 것 같은데 아무리 기다려도 뜨지를 않는거예요. 그래서 그냥 설탕 넣고 끓여버렸어요. 보기에도, 맛도, 제대로 식혜 맛이 나서 다행이었어요. 그런데 왜 밥알이 뜨지 않았을까, 미스테리 랍니다 ^^
저녁 드실 시간이 없으셨나보네요. 에구, 허기지셨겠어요. 바뀐 이름이랑 닉네임,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