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자고 일어난 아이를,
아침 식탁에서 도란도란 식사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피아노 연습 시키다가 결국엔 울리고,
("이것도 모르다니 말이 되니?" 소리 꽥~)
잠시 밖에 나와서 마음을 진정하려는데
등 뒤에서 아이가 엄마 부르며 우는 소리가 들려 오는 것도 무시.
(내가 이렇다.)
좀 지난 후에 집으로 전화를 하니
아이는 그때까지 울먹울먹.
반성하며 집에 들어가 아이 달래 주니
배고프단다.
호박, 양파, 버섯, 새우 볶아서 짜장밥 만들고,
어제 사온 아욱 씻어 끓이다가 콩나물 한줌 넣어 국 끓여 점심 먹였다.
그러면서 나는 이미 싱크대에 산을 이룬 그릇들 설겆이, 음식 쓰레기 모아다 버리고, 빨래 한탕, 그중에 흰빨래 골라내어 삶기,
빨래 삶은 물로 욕실 청소,
그 사이 점심 다 먹고 알라딘 싸이트에서 책 구경하던 아이는 엄마를 계속 불러댄다.
엄마, 켄 젠슨 (?) 아세요? 이거 37권까지 나와 있어요,
엄마, 지뢰가 뭐예요?
엄마, 엄마를 위해 제가 빨래 하는 기계 그린 것 좀 보세요, 빨래 집게로 꽂는 것도 자동으로 다 해줘요...
끝이 없다.
삶은 빨래 다시 헹굼 코스 돌리고 있는데
아이가 이젠 도서관엘 가잔다.
그러자고 대답하고 나니 아까 시키다만 피아노 연습을 시켜야 오늘 저녁 레슨을 받으러 가는데,
에궁...그러고보니 나는 아직 점심도 못먹었네.
나도 모르게 힘들어 툴툴거리고 방으로 문닫고 들어와 철퍼덕 앉았다.
1분쯤 그러고 있다가 퍼뜩 아이가 자기때문에 엄마가 저런다고 생각할까봐
벌떡 일어나 나가서 세탁기에서 다 끝났다는 신호음 나올때까지만 엄마 방에서 좀 쉴께
얘기해주고 들어와 다시 쉬는 중이다.
몸이 힘들면서 좋은 엄마 노릇 하기란 내 수준에선 참으로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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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8-30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안 좋은데 아침에 눈 뜰때부터 집에 와 있는 조카들과 놀아주기 힘들더라구요. 결국 제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래서 또 마음이 불편하네요. 저녁에 불러서 맛난 거라도 사줄까 막 이러고 있어요..;;;;;

hnine 2008-08-30 15:44   좋아요 0 | URL
엄마인 저도 가끔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는데요 뭐.
야단치고 난 다음에는 괜히 미안해서 반찬도 더 신경쓰게 되고, 그런답니다 ^^

미설 2008-08-30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엄마 체력이 있어야 좋은엄마가 되는거죠. 체력이 정말 기본인것 같아요. 내 몸이 힘들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얼굴하기 정말 어렵잖아요. 전 님께서도 버럭하실까 싶었는데 뭐 엄마 맘이 다들 그런가 봐요. 그래도 대단하신게 전 애들한테 한바탕 그러고 나면 정말 뭐 새로 만들어서 먹이기 참 힘들더라구요. 도저히 의욕이 안나고 그저 있는게 있으면 그거나 꺼내 먹일까...님의 먹거리에 대한 정성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다시 충전하셔서 좋은 시간 보내셨길요.

hnine 2008-08-30 15:46   좋아요 0 | URL
저 버럭~ 잘 해요 흑 흑...
예, 세탁기 삐삐 거리기 까지 겨우 10여분인데, 그동안 그래도 많이 충전이 되었네요. 아줌마의 저력인가봅니다 ^^

세실 2008-08-3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혼내키고는 후회하고 그러면서 키워가나 봅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럴꺼예요. 저를 포함해서. ㅎㅎ
함께 할 시간이 많이 줄어 들어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저 요즘 혼내키지 않고 웃으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히~~

hnine 2008-08-30 15:47   좋아요 0 | URL
어머 세실님, 혼내키지 않고 웃으며 잘 지내는 비결이 뭔지 한수 가르쳐 주세요.

세실 2008-08-31 23:26   좋아요 0 | URL
그저 한 템포 쉬어 말하기, 어린아이로 인정해주는 눈높이, 미소 가득한, 밝은 말씨...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뭐 오늘 하루종일 함께 있으면서 둘 다 한대씩 맞았습니다. 둘이 참 사소하게 많이 싸우네요.

hnine 2008-09-01 09:47   좋아요 0 | URL
저는 흥분하면 일단 그 자리를 피하는 방법을 쓰는데, 아이는 그것도 두려워 (?) 하더라구요. 그냥 제자리에서 마음을 가라앉히자니 잘 안되고...어렵습니다 흑 흑

하늘바람 2008-08-31 0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전 많이 자유를 꿈꿨답니다. 친구가 신랑이 아이들 데리고 시댁가서 낼 온다기에 어찌나 부럽던지.

hnine 2008-08-31 05:54   좋아요 0 | URL
일이 급할 땐 저도 그런 생각 하지요.
아마도 아이가 고만할 때, 남편에게 바라는 것, 아쉬운 것도 가장 컸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