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졸업후 처음 들어간 직장은 여자보다 남자 머릿수가 훨씬 많은 곳이었다. 동료의 대부분도 남자, 선배도 남자, 상사도 남자.
남자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것이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는데 매우 필요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그러지를 못했다.
갓 결혼식 올리고 휴가 후 인사다니는 한 행정 여직원에게 남자 직원들이 한마디씩 던지는 말이
"야...이제 xx 씨도 영낙없는 아줌마네, 아줌마야." 그리고는 아예 이름을 두고 "아줌마!" 하고 큰소리로 불러보며 낄낄거렸다. 그 여직원 얼굴이 빨개져서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사실 무슨 대꾸를 하랴.
아줌마라고 불린 본인도 가만히 있는데 이 까칠한 신입여직원이 발끈하여 한다는 소리가,
"이봐요, 여기 계신 남자분들, 아줌마에게서 태어나지 않으신 분 있어요? 그런 식으로 놀릴 대상이 아닌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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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끼리는 잘 안하는 장난을 우리 부서에 단 한명 여자 직원에게는 종종 했다. 어느 날 모두 함께 나가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데, 사람들이 자꾸 이 여직원을 쳐다보는 것이다. 나를 쳐다보는지, 옆에 가는 다른 사람 쳐다보는 것을 착각하는 것인지, 찜찜한 기분으로 돌아와서는 마침내 알았다.  부서 남자 직원 하나가 그 여직원 등에 중국집 배달 선전 스티커를 붙여 놓은 것. "어디든지 신속 배달" 이라고 쓰여져 있는. 
그 사람도 그 사람이지만, 모두 알고 있으면서 밖으로 점심 먹으러 나갔다 올때까지 아무도 말 안해준 나머지 남자 직원들이 괘씸했다. 가만히 있으면 다음에 또 비슷한 장난을 칠 것이라는 생각에, 스티커를 붙인 그 사람에게 가서 말했다.
"xx씨, 스물 일곱살씩 되신 분이, 장난은 일곱살짜리 장난을 치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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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우리 나라 회사든 연구소든, 필요 이상으로 회의를 자주 하고, 오래 한다.
그 날도 각자 하던 실험, 일단 중지 하고 회의를 한다고 모두 모였는데, 1시간이 넘도록 진척 상황은 없고, 쓸데 없는 주제로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거기다가  회의 시작 부터 선임이 계속 피워대는 담배로, 실내 공기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안 되겠다! 까칠 여직원 벌떡 일어나서는 회의실의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열어젖히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함께 있던 다른 직원들이 더 당황. 선임의 눈치를 살핀다. 그 여직원만 빼놓고.

쓰면서 생각하니, 별로 잘 한 짓 같지는 않다. 그 여직원이 조금만 더 지혜로왔다면 더 바람직한 응수를 했을텐데.

(그 여직원? 물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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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11-15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여직원은 까칠하기보다 지혜로운 응수를 해야 하죠? 전 그것도 불만이라구요. 까칠까칠, too~

hnine 2007-11-15 11:42   좋아요 0 | URL
하하, 조선인님. 누구의 마음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의사전달을 할수 있다면 그 편이 더 나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저처럼 많이 모자란 사람은 아직도 자신 없습니다 ^^

홍수맘 2007-11-1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히려 '왜 저리 대응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어요.
회사의 막내 여직원이었는지라 '좀 아니다' 하고 생각되는 부분도 그냥 웃음으로 --- 속은 쓰리면서 --- 그냥 넘겨버렸던 것 같아요.

hnine 2007-11-16 07:30   좋아요 0 | URL
홍수맘님, 저도 처음 며칠은 그랬지요 ^

마노아 2007-11-1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칠 여직원 멋져요! 그래봤음 좋겠어요ㅠ.ㅠ

hnine 2007-11-17 13:11   좋아요 0 | URL
ㅋㅋ 마노아님, 저의 직장내 사교관계가 원만치 못한 이유가 되었는 걸요 ^^

미즈행복 2007-11-2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멋지십니다. 배워야겠어요!!! 아울러 딸에게도 전수하고요!!!

hnine 2007-11-21 15:20   좋아요 0 | URL
요즘은 직장내 여성의 비율도 더 높아지고, 아마 저 정도는 아니리라 생각되어요. 더 많이 개선되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