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기傳 - 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
김미옥 지음 / 이유출판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알라딘에만 해도 책 읽기에 고수이신 분들이 많고 그분 들 앞에선 감히 내세우기도 망설여지지만 나도 1,200편의 리뷰 만큼의 시간을 책과 함께 보내온 입장이다보니, 올해 초 이 책을 쓴 저자분의 소개글이나 영상을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궁금증이 생기는건 당연했다. 나처럼 평범한 분일까, 아니면 범상치 않은 분이실까. 책 아니면 안되는 일생 일대 고비가 있으셨던 것일까, 과연 그렇다면 그 고비를 넘는데 책이 어떻게 어느 만큼 도움이 되었을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말이다.

원래 읽으려던 책은 출판사는 다르지만 이 책과 거의 동시에 나온 책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였다.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이라는 소개글이 따라붙은, 다소 어려운 제목의 책이었는데 도서관에서 알아보니 마침 대출중이기도 했고, 본격적인 책 얘기는 아니지만 개인사를 다룬 <미오기전>을 읽어도 그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겠다 싶어 <미오기전>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이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어 책으로까지 나오게 된 이력을 갖고 있는 만큼 글은 재미있다. 고상하고 어려운 단어 없다. 그냥 죽죽 읽어내려가면 된다. 미오기傳이라고 해서 시대 순으로 자세한 개인의 역사만 쓴 것도 아니고 일상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유머스럽게 엮었다고 보면 된다. SNS에 올리기에 딱 좋은 형식과 내용이랄까.

저자 본인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얘기까지, 어쩌면 글을 잘 쓰는 능력보다 얘기를 재미있게 잘 하는 능력이 더 돋보일 정도라고 할까.

나보다 약간 연배가 위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배고픔을 기억하는 어린 시절에 남존여비의 강력한 영향 속에 배우고 성장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놀라웠다. 드라마 아들과 딸을 연상시키는 가정환경에서 그나마 책 읽기를 좋아했음은 구원이었다. 그런 배경에서 커서 칙칙하고 어둡고 무거운 성격의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는 반전.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까지도 나의 기질은 명랑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저자, 글이 그런 기질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었다.

개인사를 글로 쓸때 자칫 잘못하면 한풀이, 넋두리가 되기 쉽다는데, 저자는 유머 코드를 최대한으로 살려 쓴 덕분인지, 그렇지는 않았다. 동시에, 진지하고 깊은 통찰이 들어가있는 그런 글도 아니었다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이 책을 처음 집을 때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명랑 에피소드가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책 읽는게 뭐 특별한 일입니까? 책 읽는다고 어디 들어앉아 있지 않았어요. 책은 그저 생활 속에 섞여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이 책과 거의 쌍둥이처럼 출판된 책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도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많이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알라딘 리뷰로 만나는 대단하신 독서가 몇몇분들이 떠오른다. 이분들이 책을 내신다면 못지 않을텐데.

책을 낼 시간에 차라리 책을 몇권 더 읽겠다고 하실까? 

혼자 생각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4-08-0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그렇게 되셨군요. 저는 아직 안됐을 것 같기도 합니다. 워낙 리뷰를 드문드문 올리는지라. 뭐든 꾸준히 루틴이 만들어낸 자산이 아닐까 합니다. 수고 많으셨구요, 앞으로도 새로운 1200 편을 응원합니다.
전 이책 중국의 마오하고 헷갈립니다. ㅋ

hnine 2024-08-04 18:21   좋아요 1 | URL
좋든 싫든 일단 읽은 책은 리뷰를 올리고 나야 다 읽은 것 같은 습관때문에 읽은 책 수 만큼의 리뷰가 되었네요. 앞으로 새로운 1200편...ㅋㅋ...
중국의 마오라 하면 마오 쩌뚱을 말씀하시나요? 제가 이렇게 무지하다니까요.

카스피 2024-08-04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00편의 리뷰라니 대단ㅎ시네요^^

hnine 2024-08-04 18:23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1200편이면 대단한 축에도 못끼지요.
1200편이라는 숫자보다는, 그만한 세월을 여기서 보냈다는게 저는 더 감회가 깊어요. 정이 들었어요.

nama 2024-08-05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를 읽었는데요, 이 책 <미오기전>도 읽을까 하다고 그만두기로 했어요. 왠지 비슷한 내용일 것 같기도 하고, <감으로...> 이 책도 용두사미격으로 읽었거든요. 뒤로 갈수록 집중이 안되더라구요.

hnine 2024-08-06 12:15   좋아요 0 | URL
어릴때 고생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낙천적이고 유머로 풀어내는 성격이 아니면 버텨내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은 재미있게 쓰셨지만 실제 성격은 글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강인하고 단단하신 분이 아닐까 하는. 책 얘기든, 자기가 살아온 얘기든, 제가 처음 기대했던대로 진지 모드로 적어내려갔다면 SNS 상에서 유명해지지도 사람들 사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