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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뉘의 시간을 너에게 ㅣ 웅진 당신의 그림책 6
마르틴 스마타나 지음, 정회성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평점 :
그림을 꼭 잘 그려야 그림책을 만들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 같아서 일부러 구입해서 보았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긴장과 우울 속에 자유를 저당 잡히며 몇 년을 버텨내는 동안 누군가는 그 속에서도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모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생각을 한다. 지어낸 희망이 아니라 지구상의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모으고, 그 내용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꾸몄다. 그런데 붓이나 펜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다.
털실, 헌 옷 조각, 단추, 골판지, 솜, 지푸라기, 펠트지 같은 폐품을 이용하여 오리고 붙여서, 그림을 '만들었다'.
사진 상으로는 잘 안 나타나는지 모르지만 책의 큰 그림으로 보면 재료의 질감이 바로 느껴져 마치 손으로 만지면 어떤 부분은 폭신폭신할것 같고 어떤 부분은 거칠거칠 할 것만 같다.
이렇게 책을 만든 저자의 이름은 마르틴 스마타나. 슬로바키아 사람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감독이면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의 원제는 A Year of Good News. 평범한 제목이다. 오히려 우리말 제목이 더 눈에 띈다. 제목의 '볕뉘'란, 작은 틈을 통하여 잠깐 비치는 햇볕이란 뜻.
책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QR코드를 이용하면 이 책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볼 수 있다고 작가 설명이 있기에 들어가봤더니 웃고 있는 작가의 얼굴, 그리고 이 책의52가지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인터뷰, 혹은 영상들이 일련번호를 붙여 수록되어 있었다.
좋은 소식은 나쁜 소식에 가려 잘 들리지 않기 마련이지만, 사실 세상에는 마음을 따듯하게 덥히는 이야기가 아주 많아요.
작가의 말대로 좋은 소식들이 드문 것이 아니라 나쁜 소식에 가려서 잘 들리지 않는 것뿐이라면 좋겠다.
그림에 자신이 없더라도 이렇게 꼴라쥬 기법을 이용하여 더 독특한 그림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게 하는 또 하나의 Good news가 되어주지 않는가? 작가는 이래 저래 기쁜 소식을 전달하는 사람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