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년에 읽었던 책을 7년만에 다시 읽었다. (이전 리뷰 https://blog.aladin.co.kr/hnine/7870254)

저자 강상중은 1950년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 도쿄대학 대학원 교수로 재직 당시에 이 책을 썼으며 이미 전작 <고민하는 힘>으로 일본은 물론 우리 나라에까지 이름을 알린 후였다. 

"왜 태어난 것인가?" 라고 물으며 번민과 고민을 거듭하던 저자의 아들이 세상을 떠나는 참변을 당하고, 바로 이어 일본의 3.11 대지진을 겪으며 그 자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묻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다. 진지하고 진실되게 살고 싶어한 사람이다. 그는 과연 어디에서 답을 찾는가.

7년만에 다시 읽는 책은 처음 읽을 때와 사뭇 달랐다. 이 다름이 신선하다. 처음 읽을 때보다 훨신 공감도가 높아진 듯, 이해가 잘 되었다.

사고와 행동의 제약은 지금보다 더 컸을지라도 신의 섭리 속에서 살던 때 인간은 더 행복하고 안전했다. 덜 고민했고 덜 불안했다. 근대에 이르러 신의 자리에 과학이 들어오고 개인의 자유 추구 의지가 생겨남에 따라 인간의 고뇌는 깊어졌고 의문이 많아졌으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되었다. 새로운 특권이 역으로 구속의 도구가 되어 시도 때도 없이 인간의 삶을 짓누르게 되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들어갈 수도, 돌아설 수도 없는 문 아래 서다" (60쪽)


저자는 이러한 인간 유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호모 파티엔스)" 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렀다. 고통이나 괴로움을 어물어물 격려나 위로로 잊게 해주는 발명된 행복방정식이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근대 이래 가장 본질적인 인간의 존재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기 실현이라는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인간, 지금의 자기가 아닌 진짜 자기를 찾는데 몰두하는 인간은 2012년 당시 100만명의 우울증 환자와 연간 3만명의 자살자라는 통계 수치를 남겼다. 이런 말기적 현상을 낳을 정도로 자아 실현에 과몰입되는데 일조한 요인으로 저자는 두가지를 들었다.

첫째,글로벌 자본주의 안에서 인간은 모두 대체 가능하고 교체 가능한 균질한 '상품'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과,

둘째, '진짜 자기를 찾아라' 라는 담론이 마치 구호처럼 흘러 넘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자기를 찾아라 라고 외치며 우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로 인용하고 있는 세 사람이 있는데 일본의 소설가 나스메 소세키, 독일의사회학자 막스 베버, 미국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이다. 이들은 고민의 선구자격이었던 사람들이다. 


옛날에는 주술이나 종교가 고민거리를 해소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어쩌면 철학에 그것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그에 필적하는 역할이 기대되고 있는 것은 과학입니다. (110쪽)


그러다가 일본의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등의 큰 사건을 겪으며 과학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고 과학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19세기말 많은 사람들에게 이전에 종교가 차지하던 위치를 점하고 있던 과학에 대한 신뢰를 잃고나자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고 무엇을 목표로 살아야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종교, 과학 그 무엇을 믿든, 그 믿음을 잃어버린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믿음의 대상이 나타나기 전, 즉 새로운 대상을 그 자리에 대체품으로 세우기 전엔 방황하고 고민하며 살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믿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이토록 크고 무거운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물음, 의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을 하며 현재를 견디어야 할까?

답을 구하기 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태도'를 강조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 한다. 태도란 단순히 수동적인 것으로 간주하면 안되고 세계를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초의미'의 존재로 인식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대해 하나하나 책임을 갖고 결단해 나가는 것, 이것이 태도라는 것이고, 그저 시키는 대로 받아들이는 '운명'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이렇게 거듭나는 인생을 오래 오래 즐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왜 살아야 하는가 이유를 찾는 생각의 힘은 그 답만 구하는데서 헤어나오지 못하는데 머물지 않고, 그 문제 자체를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받아들이는 태도이고, 거듭나기로 들어가는 문턱 같은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22-10-21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 오랜만의 리뷰 반갑습니다
두번째 독서군요. 오래전 이 책 낭독하며 제게 무척 힘이 되었던 책입니다. 사는 일에 혼란과 갈등이 올 때 그 의미를 짚어 주었던 아스름한 기억이 납니다. 저자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던가 그랬지요. 글 좋아서 사랑할 것,도 샀더랬죠. 철학의 자리를 과학으로. 고민하는 사람 그 너머로 거듭나야 하는데 말이죠.

hnine 2022-10-21 15:50   좋아요 2 | URL
잠깐 참고하려고 들췄다가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고 말았어요. 이런거 보면 앞으로 새책을 읽는 시간을 줄이고 한번 읽었던 책들 중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들을 읽는데 시간을 할애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제 우리 나이에 하는 질문들은 답이 있는 질문보다는 ˝왜 살아야 하는가˝ 같은, 답을 구하는 방식을 달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저 책을 첫번 읽을때는 못했던 것 같아요.

stella.K 2022-10-21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말로 오랜만이네요. 왜 일케 오랜만이십니까?
뭔일이 있으셨던 건 아니구요?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안 나네요. 어렵고 지루하다는 기억밖엔.
저도 다시 한 번 읽어 볼 걸 그랬나요? 그런데 없는 것 같아요.
있으면 한 번 더 읽어 볼텐데.ㅋ
누구는 그러더군요. 책은 세번은 읽어 줘야한다고.
뭐 그러면 좋겠지만 적어도 한 번은 더 읽어줘야하는 것 같습니다.

서재 이미지 바꾸셨네요?
그러고 보니 h님 직접 그린 그림인가 봅니다.
좋은데요?
h님네 강아지 잘 있죠?^^

hnine 2022-10-21 20:33   좋아요 1 | URL
아까 급하게 올리고 다시 검토를 안했더니 지금 보니까 오자 남발이군요 ㅋㅋ
저 오랜만이죠? 책을 별로 안읽었어요 ^^ 잘 안읽히더라고요. 이 책 저도 처음 읽을땐 만만치 않았어요. 이번에 다시 읽는데 덜 어려운걸 보니 나이는 헛먹은게 아닌가봐요. 저자가 무엇을 얘기하려고 하는지 더 잘 공감이 되고요.
서재 이미지는 헝가리 화가의 두남매라는 그림을 제가 따라그려본거랍니다.
반가와해주셔서 고마워요 stella님.
(우리 강아지 이제 노견이 되어가요. 같이 늙어간다고 해야할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