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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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화된 자본주의 발전의 앞날에 등장할 인간 유형으로 베버가 제시한 것

- 문화발전의 마지막 단계에 나타나는 '최후의 인간 (마지막 단계의 인간)'이라 부르고, 이 최후의 인간에 대해 정신 없는 전문인, 가슴 없는 향락인,무(無)인 존재는 일찍이 인간성이 도달해 본 적이 없는 단계에까지 이미 올랐다고 우쭐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33,34쪽)

 

2. 즐거운 일을 상상하면 된다는 식의 일종의 상상력이라는 아편을 투여하는 식의 행복론을 이젠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게 되었다. 오히려 고뇌나 수고에 눈을 돌리고 그 의미에 대해 더욱 깊이 파고들어야 비로소 새로운 행복의 형태가 보일거라고 생각한다. (43쪽)

이 책의 의의,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의의를 여기 이 구절에서 찾는다.

 

3. 자기 의식의 결과는 신경쇠약을 낳는다. 신경쇠약은 20세기가 공유하는 병인지, 학문 등 모든 방면의 사물이 진보하면 동시에 이 진보를 이루지 못한 인간은 한 걸음 한 걸음 퇴락하고 쇠약해진다. (49쪽)

소세키의 메모. 그는1900년 영국에 유학했을 때, 인지, 학문 등 모든 방면의 사물이 진보하면, 즉 인간의 지성이 진보하면 할수록 인간은 쇠약해져 멸망에 이르는 길을 걷게 된다는 아이러니를 깨닫고 고뇌한다. 그럼에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심정을 토로한 글이다.

 

4. 자유의 쓸쓸함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자연이나 산이라는 실체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질서를 관습적으로 따르기만 하면 좋든 나쁘든 인생을 끝까지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근대 이후의 사람들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하는 자아와 관련된 것들을 일일이 스스로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자의식이 한없이 비대해져 간 것이다. 근대라는 시대의 각인이 찍힌 인간은 고민하는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모 파티엔스 (고민하는 인간). (51, 55쪽)

 

5. 다섯가지 고민거리-돈, 사랑, 가족, 자아의 돌출, 세계에 대한 절망

소세키-사회의 최소 단위 공동체인 가정'사회 최소 단위 아수라장'으로 파악. 상당히 선구적.

 

6. 익명의 군중

대중-공동체의 성원이 아니라 이름도 없고 얼굴도 없는,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익명의 개인들 무리. 이 무리가 힘을 갖는 특이한 현상이 사회현상으로 나타났다. (81쪽)

공동체 vs. 대중

 

7. 진짜 자기를 찾는 일의 양면성

진짜 - authenticity

자신의 진가 (자기다움)를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뭔가를 발견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자신의 세계'에서 자기답게 사는 것이 훨씬 멋지다는 것. 말하자면 '베스트 원'보다 '온리 원'의 생활 태도인 것이다.

그런데, '진짜 자기를 찾아라' 이것이 때로는 강박관념이 되어 사람을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진정한 내가 아니다', '좀 더 빛나는 진짜 내가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고통스럽게 뒹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진짜 찾기의 공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온리 원'이 될 수 없는 나는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경우까지 있는 것을 보면 진짜 찾기는 신경을 몹시 피곤하게 하는 일, 절대로 손이 닿지 않는 목표를 저편에 세워 놓고 영원히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불행한 의식'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소비사회에서, 진짜 찾기 바람이 소비자 단계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대중화한 것이 '패션'이다. (92, 93쪽)

 

8. 진짜 찾기의 대장 소세키

진짜 찾기의 대장 소세키는 막상 '진짜 자기를 찾아라'라고 하지 않고 반대로 '자신을 잊어라'라고 말한다.

진짜 자기 찾기에 관심있는 사람들, 즉 소세키, 알랭 보통, 버트런드 러셀은 자기를 찾으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자기에게만 흥미를 갖지는 말라고 했다. '자기를 찾아라'라고 외치며 우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이다. (105-107쪽)

 

9. 개인적 공명 (personal resonance)

가족이나 생태 환경, 나아가 폴리스라는 공적 전통이 무너지거나 일소되어 버릴 때 결정적으로 중요한 인간적 선(善). 이것을 우리가 다시 활력이 넘치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적 공명이라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해진다.

흩어진 개인이 새로운 차원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통 언어.

 

10.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1973년 출판)

최소한의 자원과 중소 규모의 기술로 파탄없이 지속 가능한 생산 활동을 해나가자고 주장. 당시에는 전 세계가 앞다투어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크게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도 그는 일찌감치 그 반대로 가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11. 과거를 소중히 하는 삶

우리는 보통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고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소극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앞쪽으로만 시선을 향하고 마는 것인데, 인간에게 정말 귀중한 것은 사실 미래가 아니라 과거가 아닐까. 과거의 축적만이 그 사람의 인생이고 이에 비해 미래라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제로 상태이다. 미래는 어디까지나 아직 없는 것이고 無일수 밖에 없지만 과거는 신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확실한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인생'이란 '내 과거'이니, '나는 과거로소이다' 라고 해도 좋다.

미래로, 미래로, 우리가 앞쪽으로만 시선을 향하고 싶어지는 것 또한 시장경제의 특성과 무척 잘 어울린다. 시장경제에서는 소비의 신진대사를 가속하기 위해 철저하게 미래만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169쪽)

 

12. 직접 접근형 사회

얼굴도 없고 이름도 없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이 마치 원자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군중의 한 사람으로 살고, 아무런 매개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직접 목표와 이어진 세계 (171쪽)

 

13. 인간의 세 가지 가치 (프랑클)

창조, 경험, 태도

이 중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은, 태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예시.

인생이란, "인생 쪽에서 던져오는 다양한 물음에 대해 내가 하나하나 답해 가는 것".

인생이 물어오는 것에 대해 계속 대답해 간 사람만이 가혹한 시련을 극복하고 살아남았으며 반대로 도중에 대답하는 것을 그만둔 많은 사람들은 삶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대답한다는 것은 응답하는 것이고 결단하는 것이며 책임을 지는 것이기도 한다. 책임으로 번역되는 responsibility는 응답을 의미하는 response에서 파생한 말이다.

인생의 물음 하나하나에 정확히 '예'라고 대답해가는 것은 결코 낙천적인 선택이 아니라 대단히 무거운 결단이다.

 

14. 과거 낙관론이나 행복론의 한계 

낙관론은 힘으로 통하고 비관론은 허약으로 통한다. 이제 그런 낙관론이나 생복론의 한계가 분명해졌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낙관적 인생론이나 행복론을 체로 쳐서 비관론을 받아들이고 죽음이나 불행, 슬픔이나 고통, 비참한 사건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인생을 마음껏 살아가는 길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는 바로 "인간이 덧없이 죽을 운명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어디까지나 겸허히 인간적인 것을 긍정한다"는 것이다. 비극적 휴머니즘 (194쪽)

 

 

미래, 희망, 행복론, 낙관주의의 배경과 양면성을 알게 되다. 비관론이 그 틈을 벌리는 것이 아니라 틈을 메꿔주고 완결시켜 줄 가능성이 있음을 발견하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 그 물음을 피하거나 덮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해가는 과정, 무겁고 진지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많은 경우 신경쇠약에 빠지기도 하는 그 과정이 곧 살아가는 일이라고, 그렇게 결론을 내려도 될까? 이 또한 되풀이되는 물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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