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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행복해지기
고대영 지음 / 길벗어린이 / 2018년 11월
평점 :
그림책과 시집의 공통점은?
상상력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영상매체가 제공하는 상상력의 범위가 가장 제한되어 있다고 본다면 그에 비해 시집과 그림책을 읽을때 읽는 사람 머리 속에서 작동하는 상상력의 세계는 매우 넓고 깊다. 내용이 설명적이라기 보다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 식대로 해석하고 내 식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을 준다. 그래서 개별적이고 개인적이기도 하다.
일생에 그림책을 읽는 시기가 세번 올 수 있는데 첫 시기는 내가 어릴때, 주로 부모님이 골라주는 그림책을 더듬더듬 읽는 시기이고, 두번째 그림책을 접하게 되는 시기는 자기 아이가 어릴때 아이에게 읽어주느라 보게 되는 때라면, 세번째 시기는 나도 이미 어른이고 읽어줄 아이도 없지만 내가 나를 위해 다시 보게 되는 때이다. 그만큼 인생의 연륜도 쌓여 모르는 사실을 새로 깨우치기 보다 알고 있는 사실을 일깨워주거나 잊고 살던 것을 다시 기억나게 해주는 역할을 그림책을 통해 얻을 수 있고 그로써 새삼 치우와 위안과 용기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고대영은 '글 고대영 그림 김영진' 이라고 함께 떠오를 만큼 지원이와 병관이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 시리즈를 아홉 권이나 낸 작가이다. 그림책의 글 작가이면서 베스트셀러 그림책인 <강아지똥>을 출판한 그림책 편집자이기도 하다. 지금은 편집자로 십오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하고 그림책 작가이자 강연자로서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있다.
백여권의 그림책을 예시로 들며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림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들, 그림책의 역할, 유명한 그림책이 왜 유명해졌는가, 그림책 편집자로서 살아온 얘기 등에 대해 쓰고 있다. 그림책 편집자로 오래동안 일해온 경력을 반영하듯이, 딱딱하지 않게 마치 친한 아저씨가 자기 얘기를 들려주는 양 쉽게 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책 작가라고 하면 언뜻 그림을 잘 그리겠구나 하고 연상하기 쉬운데,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림책 작가라고 모두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글과 그림을 한 사람 손으로 다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는 하다지만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지만 그림에 자신이 없어 시도를 못해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대개 그림책의 글 작가가 내용을 글로 완성하고 나면 출판사의 편집자를 통해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줄 그림책 작가를 구하게 되고, 내용과 잘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줄 그림 작가가 그림을 완성하여 그림책 한권이 완성되는 것이다. 여러번의 수정과정을 거쳐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어떤 그림책은 십년도 넘게 걸려 완성이 된 것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림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부담없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수록된 백여권의 그림책 대부분 눈에 익은 것들이기 때문에 그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작가에 대한 숨은 얘기 등을 적절히 삽입하여 지루한 줄 모르고 한권 뚝딱 읽게 된다. 그리고 그림책에 대한 애정은 좀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