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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평점 :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스페인어 배우기시작한지 몇달 되었다. 나랑 상관없는 언어란 생각에 그냥 지나치던 단어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수중에 가지고 있는 책 들중 스페인어 제목의 책들에도 관심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익숙한 제목이나 아직 못읽은 책 중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꺼내들었다. 원제가 como agua para chocolate. 여기서 como는 ~처럼, agua는 물, para는 위한, chocolate 초콜릿. 직역하면 '초콜릿을 위한 물 처럼', 다시 말하면 '초콜릿을 녹이기 위한 물처럼 팔팔 끓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정확한 의미를 위해 해설을 찾아보니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처럼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심리 상태나 상황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소설 속 두 남녀 주인공 티타와 페드로의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은 1950년 멕시코 태생. 애초 영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썼는데, 주위의 만류로 영화 아닌 소설로 발표 되었고 그녀에겐 첫 장편소설이 되었다. 소설이 대중의 인기를 얻는데 성공적이었고 소설로 나온지 3년 뒤 결국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영화 역시 큰 성공을 거둔다.
책의 구성은 일년 열두달 이름으로 장이 나뉘어져 있고 각 장은 그달의 요리 레시피로 시작한다. 1월의 요리는 양파와 초리소, 정어리 통조림, 고추가 들어가는 크리스마스 파이. "양파는 아주 곱게 다진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티타가 요리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요리를 하고 있는 티타는 딸 셋 집안의 막내딸로서 막내딸은 독신으로 남아 엄마가 살아있는 동안 엄마를 돌봐야한다는 전통을 따르느라 사랑하는 페드로와 사귀는 것 조차 엄마로부터 허락을 못받고 집안의 요리사 역할이나 잘 하도록 강요받는 꽃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티타의 상대 페드로는 티타와 결혼 못할 바에 가까이서 평생 티타를 보며 살고 싶다는 마음에 차선책으로 티타의 둘째 언니 로사우라와 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한 상태에서 티타와의 몰래 사랑을 아슬아슬하게 이어나간다.
자기의 꿈과 욕망을 오로지 부엌이라는 공간에만 제한받은 티타에게 부엌과 요리는 그녀에게 허락된 이 세상 전부이다.
티타는 삶의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혼동했다. 부엌을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바깥세상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14)
정성들여 요리를 하고 그 요리를 먹어주는 부엌 밖 가족들의 인정에 의해서만이 그 가치가 평가될 뿐이다. 그녀가 만든 음식이, 또한 그녀의 인생이.
티타의 고뇌와 고민, 진심, 사랑 등 그녀가 그 음식을 만드는 동안의 기분 상태는 그녀가 완성한 음식의 제2의 맛으로 반영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음식과 요리는 그녀가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출구였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 부엌은 문학으로, 성은 음식으로 연결된다. 여성에게 허용된 제한된 공간 부엌은 여성의 온갖 욕구가 표현되는 공간이며, 여성의 욕망과 사랑이 구체적인 음식으로 탄생한다. 이 음식은 만든 본인을 위해서라기 보다 나 아닌 타인에게 제공되는 것. 당시로서는 참신한 주제로 새로운 페미니즘 문학을 구축했다는 평가와 동시에 지나치게 여성적이라는 평도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티타와 페드로의 사랑은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 이 소설의 화자는 티타와 어떤 관계인지는 소설의 마지막에 밝혀진다.
페미니즘문학인지 까지는 모르겠고 읽는 재미는 충분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