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s with Charley in Search of America: (Penguin Classics Deluxe Edition) (Paperback, 50, Anniversary)
Steinbeck, John / Penguin Group USA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존 스타인벡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을 내리 읽고 나서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던 차에 scott님께서 이 책을 추천해주셨다. 소설 아닌 에세이 형식이니 저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을 담뿍 채워주겠지 하는 기대를 안고서 읽기 시작했다.

50개나 되는 주와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거대국가 미국. 그곳 태생이라 할지라도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주를 다 가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얻고서 한참 지나, 변화를 찾아 좀이 쑤시던 어느 날 저자는 떠냐야할 이유를 한보따리 만들어 미국 대륙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다.

내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이 나를 데려가는 것이라는 신조를 가지고, 트럭을 개조하여 요즘 말하는 오토캠핑 기능을 갖춘 차로 주문제작하고 로시난테라는 이름까지 붙여준다. 작가 아니랄까봐 떠나는 짐 속에는 읽을 거리, 쓸 거리를 잔뜩 챙기고 사람은 동반하지 않고 애견인 프렌치 푸들 찰리만 동반하여 직접 운전, 집이 있는 뉴욕을 출발하여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난다.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탐구와 재확인을 해본다는 취지이다. 

이때가 1960년 6월. 떠나려던 차에 태풍 Donna를 만나 잠시 지체하였다가, 롱 아일랜드 주에서 시작하여 메인 주로, 일단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서부로 향하는 경로를 택한다. 여행 일정중에 의외로 호감을 가지고 빠져들게 된 곳이 '몬태나' 주라면 가장 불호감인 주는 '텍사스'. 넓은 땅, 넓은 농장을 소유한 부자들이 특히 많은 주이지만 그 당시까지도 흑백 차별이 심하고 사람들 머리 속에 뿌리 박혀 있는 보수적 사고 방식에 치를 떤다. 며칠 머문 곳, 잠시 머물고 지난 곳, 모두 합쳐서 거의 40개 주를 통과했다고 하는데 지나간 곳을 모두 이 책에 포함시킨 것은 아니었다.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여행기가 그렇듯이 이 한권을 읽은 소득은 미국의 어느 주가 어떻구나 하는 것보다 존 스타인벡이라는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을 좀 더 알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기독교 신앙을 기본으로 하는 가정에서 나고 자랐고, 커서도 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의 방식을 지켜가면서도 (방문하는 주 마다 일요일엔 그 지역 예배에 참여한다), 보수적이고 편협한 사고 방식에 매이지 않으려는 자유인 기질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기피하기 시작하는 것들에 대해 그는 양을 위해 (오래 살기 위해) 질을 포기하지 않겠노라고 호탕하게 말하기도 한다 (In my own life I am not willing to trade quality for quantity. -p.14). 60이 다 된 나이에 장거리 여행을 떠난 것도 그런 명분이다. 

여행자로서 그 지역 주민들이 하는 말을 엿듣기 가장 좋은 장소는 술집과 교회 (23쪽)라고 한 재치, 자기 얼굴에 대한 묘사를 해놓은 부분 - My face has not ignored the passage of time, but recorded it with scars, lines, furrows, and erosions. (28쪽) - 은 마치 여행중 만난 어느 지층 지대를 묘사하는 듯, 여행자다운 표현이었다.

메인 (Maine)주에 위치한 Deer Isle을 여행하면서는 친구들이 꼭 가보라고 추천하는 곳은 기대하지 않는 척 하면서 방문해보면 역시 후회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동부의 다른 주들과 마찬가지로 메인 주 사람들의 과묵한 성격을 식당에서 종업원과 손님 사이의 딱 한마디씩 오고가는 대화를 인용하여 묘사해놓은 곳도 재미있었다. 

사냥에 대한 생각, 정치에 대한 생각, 도시화에 대한 생각 등, 저자의 생각과 주의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그는 완전 보수파도, 완전 개혁파도 아닌, 적절한 선을 지키고 있는 쪽으로 보인다. 여행하는 타입면에서도 그는 꼼꼼히 지도에 체크하고 줄 그으며 다니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즉흥적이고 기분파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작가라는 성격상 비판적, 회의적이기도 하지만 (기자들의 기사내용을 현실의 거울로 신뢰하지 않는다.- 56쪽)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여행하면서 계속 이게 맞는 길인가, 이게 맞는 일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야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이렇게 쓰고있다.

On the long journey doubts were often my companions. (55쪽)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저자는 결론처럼 말한다. 미국은 오랜 역사에 고픈 나라이기 때문에 과거에 있었던 기념할만한 사건이나 인물들을 의식적으로 부각시키려고 하는 경향을 방문하는 지역마다 느겼다고. 그럼으로써 역사에 대한 의심을 현실의 기록으로써 보상하려고 한다는 지적에서는 작가의 예리함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It does makes for suspicion of history as a record of reality. -p.59)

저자가 이 여행기를 쓸때가 1960년대인데 그 당시 벌써 RV차량을 가지고 다니면서 미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었다는 점, 더우기 그가 여행하며 관찰한 바에 의하면 아예 mobile dweller로서의 삶을 주거 방식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은 놀라울 뿐이다.

서부로 넘어오니 그당시 벌써 Do-it-yourself 라는 새로운 경향이 생겨나고 있더라는 것도 마치 요즘 얘기 같았다. 한국의 소나무숲과는 다른 느낌의 California, Redwood숲속. 그곳에서는 성당과 같은 고요함과 정적이 있다고 했다. 

여행하는 동안의 기록도 재미있지만 여행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친숙한 길로 접어들때의 느낌을 묘사한 마지막 부분도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는 말을 생각나게해준다.

여행후 느낌을 그는 한마디로 a barrel of worm 이라고 표현했다 (153쪽). 여러 종류의 벌레를 채집하여 모아놓은 통. 복잡하고 다양한 느낌과 생각이 한데 모여 있어 정리와 분류가 요구되는 상태라는 의미이겠다.

미국은 출신이 다른 여러 민족이 모여 이룬 나라인 것은 맞지만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상 빠르게 '미국화 (americanize)' 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하였고 그것은 어디 출신이라는 것보다 더 두드러지고 의미있어보인다고 마무리하며 마쳤다. 

내가 읽은 그의 소설들은 두툼한 분량이었는데 반해 이 책은 가뿐하게 읽을 수 있어 그것도 미덕이었다. 작가답게 재치있고 재미있게 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해가며 읽는 재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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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7-08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cott님의 방대한 관심사와 해박한 지식, 그 인연으로 제가 에이치나인님의 리뷰를 읽고^^ 참 신기하네요.

가뿐하게 읽으셨다하니, 저처럼 영어가 부담되는 독자로서는 내지에 지도나 일러스트레이션이 많은지 궁금하네요^^

hnine 2021-07-08 13:30   좋아요 3 | URL
저도 scott님 아니었으면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을거예요.
저는 얄라알라북사랑님 서재에서 공연이나 전시 정보 많이 얻어오곤 했었어요. 그런 쪽에 관심이 많으시구나 끄덕끄덕하면서요.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가뿐하게 읽었다고 한 것은 이전에 읽은 존 스타인벡의 소설들이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서 그에 비교된다는 뜻이랍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저도 부담되지요. 내지에 지도나 일러스트레이션 전혀 없어요. 위에 올린 겉 표지 그림이 전부랍니다.

얄라알라 2021-07-08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1학년 때 말 그대로 다 읽고 나니 새벽을 맞게 했던 책이 바로 [분노의 포도]였어요. 정작, 저자에 대해서는 이름 이상 알지 못했고 더 알려해보지도 않았는데 이런 미국 여행기를 통해 저자를 알아가면 다음번 [분노의 포도]읽을 때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얄라알라 2021-07-08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공연장 전시회 다니는 게 제 일상의 일부였는데 코로나 이후 뚝 끊겼네요....^^:; 공연예술계 계시는 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나가고들 있을지...

scott 2021-07-08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펭귄 특별판 데클 엣지로 갖고 있는데 에이치 나인님 책이 더 예쁘네요
지도!

스타인벡의 따스한 시선과 유머가 인상 깊은 여행기죠
찰리!와 함께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미국인들은 구경하기 위해 여행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 이야기 하기 위해 여행 한다고 ^ㅅ^

hnine 2021-07-09 03:47   좋아요 2 | URL
자기가 속한 사회나 국가, 민족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기가 참 어려운 법인데, 작가는 처음부터 그것을 인정하고 염두에 두면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작가가 쓰는 여행기면 자칫 너무 진지하거나 개인적인 감상문 같거나, 그렇게 흐르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유쾌하고 재미있었어요.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려요.

페크pek0501 2021-07-14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고 보니 나인 님은 대단한 능력자!이십니다. 외국어로 읽는 독서는 어떤 느낌일지...
예전 우리 애가 영어 공부를 하던 시절에 생각도 영어로 해라,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네요.

hnine 2021-07-17 05:32   좋아요 0 | URL
여행기나 자서전 같은 책은 그나마 읽을 수 있는 정도이지 저에게도 외국어는 장벽인걸요. 높디 높은 장벽.
그래도 읽어보고 싶은 욕심에 능력을 잠시 잊고 도전해보는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