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외식한다는 것이 가끔 있는 가족 이벤트였으나

나가서 먹는 일이 그야말로 '일'도 아닌 요즘,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나가서 먹는 것이 달갑지 않다.

그냥 맛 없더라도 내 집에서 내 머리로 메뉴를 정해서 내 손으로 밥을 지어

느긋한 마음으로 먹는 것이 내 마음도 내 소화기도 더 편하게 받아들인다.

 

지난 일요일,

전 날 부터 내일은 나가서 뭘 먹을까 하는 남편.

내가 나가서 먹어야 더 잘 먹는 것 같아서라나...

별로 신빙성 없는 이유를 뒤로 한채

늦잠 자는 남편, 깨우지 않고 이것 저것 점심 거리를 장만했다.

10시도 넘어 일어난 남편, 내가 맛있는 것 해줄테니 집에서 밥 먹자고 했더니

벌써 입이 나온다, 왜 이랬다 저랬다 하냐고 헷갈리게...

암말도 안하고 그냥 남편 하자는대로 나가서 먹고 들어왔다.

 

어제 월요일은 내가 아침부터 밤까지 일이 있어 집에서 밥 먹을 기회가 없었고

일요일 준비해놓았던, 한김 나간 반찬들을

주섬 주섬 식탁위에 펼쳐 놓고

혼자 점심을 먹었다.

 

혼자서도 원래 잘 먹는 나이지만

오늘은 웬지 기분이 침울하다.

먹을 것 앞에 놓고 이러면 예의가 아닌데 하며

안그런척 해보지만

그래도 여전히

침.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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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2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6-12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예, 저 밥 든든히 먹고 지금 꽃가방 살랑 들고 밖에 나갈 차비 합니다. 들어올땐 기분이 달라져 있겠거니 하고요 ^ ^ 고맙습니다.

씩씩하니 2007-06-1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침울함 어떡하면 덜어드릴까요..
이상해요..저도 요즘 나이탓(!)인지 자꾸만 기분이 따운되구 그저 마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몸이 기운이 하나도 없지뭐에요...
그러니..몸도 안좋구...악순환 같아요..
혼자 있을 때 더 잘 챙겨먹으라 하지만 사실 뭐 사람이 그러기가 쉬운가요그쵸??
님..날씨도..기운 빠지는데..으랏차차 기운 내시라구.
청주의 싱그러운 유월 바람 보내드려요...기운 내세요.......아자아자 홧팅!!!

2007-06-12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7-06-12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지금 콧 바람 쐬괴 들어와 기운 냈습니다. 중요한건, 그래도 결코 거르지 않고 끼니를 찾아 먹는다는 것이지요, 혼자서 비록 침울한 기분이더라도요 ㅋㅋ

속삭이신님, 손 까딱 안하고 차린 밥, 함께 먹자는데도 부은 얼굴 하는 사람이 이상한거지요, 맞지요? ㅋㅋ 그런 일로 아직도 침울하기나 하고, 저도 아직 내공이 덜 쌓였나봅니다.

세실 2007-06-1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요트 하느라 저두 기운이 없는뎅 님 글 읽으니 침울해져요. ㅠㅠ
이럴땐 초콜렛이라도 먹어줘야 하는데...
좀 나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옆지기님의 님에 대한 애정 다 아시죠?

홍수맘 2007-06-1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괜찮아지신 거죠?

hnine 2007-06-12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여러분의 격려에 힘입어 다시 기분 업~시켰습니다. 저 이렇게 단순합니다 ^ ^
홍수맘님, 예...(모기만한 목소리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