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외식한다는 것이 가끔 있는 가족 이벤트였으나
나가서 먹는 일이 그야말로 '일'도 아닌 요즘,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나가서 먹는 것이 달갑지 않다.
그냥 맛 없더라도 내 집에서 내 머리로 메뉴를 정해서 내 손으로 밥을 지어
느긋한 마음으로 먹는 것이 내 마음도 내 소화기도 더 편하게 받아들인다.
지난 일요일,
전 날 부터 내일은 나가서 뭘 먹을까 하는 남편.
내가 나가서 먹어야 더 잘 먹는 것 같아서라나...
별로 신빙성 없는 이유를 뒤로 한채
늦잠 자는 남편, 깨우지 않고 이것 저것 점심 거리를 장만했다.
10시도 넘어 일어난 남편, 내가 맛있는 것 해줄테니 집에서 밥 먹자고 했더니
벌써 입이 나온다, 왜 이랬다 저랬다 하냐고 헷갈리게...
암말도 안하고 그냥 남편 하자는대로 나가서 먹고 들어왔다.
어제 월요일은 내가 아침부터 밤까지 일이 있어 집에서 밥 먹을 기회가 없었고
일요일 준비해놓았던, 한김 나간 반찬들을
주섬 주섬 식탁위에 펼쳐 놓고
혼자 점심을 먹었다.
혼자서도 원래 잘 먹는 나이지만
오늘은 웬지 기분이 침울하다.
먹을 것 앞에 놓고 이러면 예의가 아닌데 하며
안그런척 해보지만
그래도 여전히
침.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