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주로 새벽에 혼자 깨어있는 시간을 이용해 영화를 보았었는데, 시간 여유가 많은 요즘은 딱히 새벽이 아니라도 수시로 영화를 본다. 그래서 많이 보기는 하는데 그런 것에 비해 몰입도 높은 영화가 적은 것은 영화의 문제인지 나의 마음 상태가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영화보기는 아직은 즐거움이다. 독인지, 덕인지, 그런것 따지기 시작하면 오히려 독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일단 본다.

 

다음 네 편의 영화는 본지 한달이 안된 영화들.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리스팅해본다.




1. Detachment



  • 미국, 2011
  • 감독: 토니 케이
  • 주연: 애드리언 브로디
  • 수상: 감독, 2011 상파울로 국제 영화제 베스트 무비 인터내셔널 픽션 (Award of the public)



어릴 때 엄마의 자살 장면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헨리. 한군데 정규직보다 기간제 임시 교사직을 택한 그는 문제아들이 모여있는 한 고등학교에 배정받아 간다. 첫 시간부터 학생들로부터 욕설과 비방이 쏟아지는 교실에서 그는 더 이상 낙담할 것도 희망할 것도 없이 자기가 해야할 최소한의 임무를 수행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발견한 소녀 에리카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어른처럼 화장을 하고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돈을 벌기 위해 거리에서 모르는 남자들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또 한 소녀 메리디스는 그가 가르치는 교실의 뚱뚱하고 수줍음 많은 소녀로서 첫시간부터 선생님인 헨리에게 반해 그에 대한 마음을 남몰래 키워간다. 

에리카와 메레디스의 공통점은 둘 다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 이들의 상태가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아채었지만, 그래서 외면하지도 못하지만 그 이상의 개입은 자제하고 거리를 두려는 헨리의 심리 상태를 나타낸 것이 제목 detachment 일까. 아니면 영화 결말에서 헨리로부터 분리되는 두 소녀의 상태를 나타낸다고 보는게 더 적절한 말일까. 요양소에서 보호 치료를 받으며 점차 나아가는 에리카의 모습은 독립에 가까와지는 분리로 보이는 반면 메레디스가 헨리로부터 스스로 떨어져나가는 장면은 과히 충격이다.

영화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진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가 제작까지 맡은 영화이다. 감독 토니 케이는 1952년 영국 태생.














2. 패들턴 (Paddleton)



 

 

 

  • 미국, 2019
  • 감독: 알레스 레만
  • 주연: 마크 듀플래스, 레이 로마노


Detachment 보고 무거운 마음에서 못벗어나 연속해서 고른게 이 영화라니.
아래 위층 사는 이웃 앤디와 마이클은 둘다 혼자 사는 중년의 남자라는 공통점때문에 가까이 지내는 사이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클이 말기암 진단을 받고 앞으로 살 날이 6개월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절망한 그는 그냥 죽을 날을 기다리기 보다는 아직 생각하고 움직일 기력이 있을때 스스로 그 날을 선택하여 자기 손으로 세상을 마감하겠다고 결심하고 친구 앤디에게 자기의 마지막을 지켜봐달라고 부탁한다. 마이클을 만류하다 포기한 앤디는 이제 그의 죽음을 지켜봐주는 역할을 해주기 위해 그가 불법으로 약을 구입하고 죽음의 여행을 떠나는데 동행해준다. 그렇게 결연하게 죽음의 의지를 보이던 마이클은 막상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되자 자기가 선택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이며 앤디를 당황케 한다.
 
제목의 패들턴 (paddleton)은 마이클과 앤디가 평소에 함께 라켓과 공을 가지고 하던 스쿼시 비슷한운동 이름이다. 단조로운 일상에 유일한 여흥이었던 그들만의 게임을 마이클이 떠나고 그가 없지만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 일상에서 앤디는 혼자서 벽에 공을 던지고 라켓을 휘두른다.
존엄사에 대한 생각은 물론이고, 존엄사가 아니더라도 가족없이 혼자 살아가는 중년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이다.



  







3. The Family Stone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


 

 

  • 미국, 2005
  • 감독: 토마스 베주커
  • 주연: 다이앤 키튼, 레이첼 맥아담스, 클레어 데인즈, 사라 제시카 파커

위의 두 영화를 보고나서 이젠 정말 마음 훈훈해지는 영화를 봐야할 때라고 고른 영화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가족 영화라니 이거다 싶었다. 그런 나의 의도와 맞아떨어지는 영화이기는 했다. 그런데 너무 내용이 너무 뻔한 것이다. 이렇게 뻔한 가슴 훈훈한 결말이 그래도 우리는 아직 필요한가보다. 나 처럼.
낯익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그들의 지금까지 캐릭터에 맞는 배역을 맡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제목의 Stone은 여기 나오는 가족의 성 씨 (family name)이기도 하고, 내용 중 등장한 다이앤 키튼의 저 반지를 가리키기도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다이앤 키튼이 자기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저 반지를 장래 며느리에게 물려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막상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여자가 맘에 안들어 반지 물려주기를 거부하는 내용이 나온다.














4. To the bone



 

 

  • 미국, 2017
  • 감독: 마티 녹슨
  • 주연: 릴리 콜린스, 키아누 리브스


릴리 콜린스가 신경성 식욕부진에 걸린 소녀 엘런으로, 키아누 리브스가 이 방면에 유명한 정신과 의사 윌리엄 베컴으로 나온다. 엘런은 왜 거식증에 걸리게 되었고 그녀는 과연 치료되는가?
영화에서 엘런을 비롯해 그녀가 치료를 목적으로 들어간 집단 환자들이 음식을 피하고 체중을 늘리지 않기 위해 하는 편법적인 행동들은 들어서 알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저렇게까지? 하며 놀라운 것도 있었다. 배급 당시 영화를 보고 따라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붙기도 한 영화라고 한다. 
주연을 맡은 릴리 콜린스는 가수 필 콜린스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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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9-12-0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흥미로운 영화들 많이 보셨네요^^ 저도 보고픈 맘이 드는데 이 영화들은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건가요?(신문물이 두려운 1인 @_@;)

hnine 2019-12-02 17:14   좋아요 0 | URL
저는 넷플릭스로 보았는데 신문물아닙니다 제가 볼 정도면. ㅋㅋ
투더본 같은 영화는 아예 넷플릭스에서만 상영했다고 하네요.
저 중에 제일 권할 만한 영화를 뽑으라면 Detachment 를 고르겠어요.
저기 올리지 않은 영화중에도 괜찮았던 영화가 꽤 있는데 괜찮은 정도이지 아주 좋다고 할 정도는 아니어서 안 올렸어요.

Nussbaum 2019-12-0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고 보면 저도 참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많이 보기만 하고 정리를 못해서 아쉽습니다. 그런 아쉬운 마음에 요즘 영화에 대해 제 생각을 어딘가에 적어보고 있는데 때로는 영화 보는 것보다 더 재밌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저는 학교 하면 2008년 프랑스 영화(감독 로랑 캉테) ˝클래스˝ 가 생각납니다. 위에 올리신 영화를 본 적 없지만 또 언젠가 올리신 영화를 만날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hnine 2019-12-03 07:34   좋아요 0 | URL
예전에 비해 요즘은 영화보기가 쉬워졌으니까요. TV에서는 보고 싶은 걸 찾기가 어려운데 영화는 검색하면 보고 싶은게 훨씬 많아서 저도 요즘 영화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책은 읽고 나면 간단하게라도 꼭 리뷰를 쓰고 있는 반면에 영화는 그냥 보고 말때가 많은데 이것 역시 짧게라도 기록을 남겨놔야겠구나 싶어요. 기록의 차원에서도 그렇고 말씀하신대로 쓰는 동안 생각이 한번 더 정리되고 나를 돌아보는 효과도 있고요.
˝클래스˝는 처음 듣는 영화인데 한번 보고 싶네요.

숲노래 2019-12-2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뜻있는 영화를 많이 챙겨서 보시나 봐요.
저는... 저희 식구가 영화가 너무 재미없다고 여겨
영화를 같이 안 보고, 혼자서도 안 본 지가 한 해 즈음 되어요...

적어도 100번을 볼 수 없는 영화라면
굳이 1번조차 안 보아도 된다고...
요새 새삼스레 느껴요.

같은 영화를 왜 다시 보느냐 묻는 분들이 있지만,
아름다운 영화는 다시 볼 적마다
새롭게 느끼고 배우는 대목이 늘 있어서
100번 아닌 1000번 넘게 보기도 해요..

hnine 2019-12-26 09:29   좋아요 0 | URL
일단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그리고 영화 보기가 예전보다 더 편해졌고요.
책, 영화, 동영상, 잘 골라서 보면 좋은 것들이 많아요.
다시 보는 영화 말씀하시니, 저는 새로운 영화 보기 바빠 예전에 본 좋은 영화 다시보기는 좀처럼 하지 않고 있었네요. 본 영화라 할지라도 새로이 다가오는 영화는 새로운 영화가 될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