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일곱살, 우리집에 매일 놀러오고 싶어하는 그 아이의 나이는 여덟살.
원래는 올해 학교에 가야할 나이이지만 여름에 아빠가 계신 미국에 가서 학교를 시작할 예정이라서 지금 우리 아이와 같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지 서너달 되었나보다. 엄마가 외가에서 하는 식당일을 함께 하시는 이유로 유치원 마친 후에도 태권도, 한글, 미술 등등 학원에 가면서 엄마 안 계신 시간을 보내는 아이이다.
집도 우리 아파트 바로 앞동이고, 우리 아이와 서로 코드가 맞는지, 매일 우리 집에 놀러오고 싶어한다. 떡볶이도 해주고, 과자도 구워 주고, 머핀도 구워 주고... 해 주는 것 마다 어찌나 잘 먹는지. 이제는 우리 집에 들어서자 마자 뭐 해달라고 주문까지 한다. 어떤 날은 저녁 준비로 동태찌개를 끓이고 있던 내게로 오더니, 그 국물에 밥 좀 말아달란다. 동태찌개, 자기 좋아한다고.
둘이 노는 방식이란...친정 엄마께서 한번 와서 보시고는 기겁을 하셨다. 그 날은 그나마 준수한 편이었는데도. 이불장에서 이불을 몽땅 꺼내는 건 보통이고, 마루의 물건이 방으로, 방의 물건이 베란다로, 완전 뒤죽박죽. 뭐 작업실을 만든다나... 각종 레고는 다 나와있고. 그러다가 먹던 음료수까지 바닥에 쏟으면, 그야말로 인내심 테스트 초 재면서 하고 있는 수 밖에. 결국엔 둘 다 불러서 손에 걸레 쥐어주고 흘린 바닥 다 닦으라고 했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유치원 숙제부터 하도록 하는데, 그동안 그 아이를 그냥 멀뚱멀뚱 기다리게 할수 없어서 다음부터 너도 숙제장 들고오라고 했더니, 오늘은 숙제장을 들고 우리집에 왔다. 두 아이 모두 숙제 마치게 하고, 머핀을 굽고 있는데, 오븐에서 뭔가가 구워지고 있는 것을 보고, 뭐 줄려고 만들고 있냐고 지금 몇번째 와서 묻는지 모른다.
친구가 집으로 돌아간 후 장난감 정리는 우리 아이가 책임지고 하는 것으로 약속을 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할 때면 꼭 투덜거린다. 놀때는 신나게 놀아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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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
오븐 타이머 울리는 소리.
가서 머핀 꺼내야겠다. 좀 식어야 먹는데 그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릴지 모르겠다.
귀엽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황당하기도 한 아이이다.